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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섰거라. 괴물도 있다.'
한동안 윤석민(KIA)과 나이트(넥센)의 양강체제로 굳어지는가 싶었는데 강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괴물' 에이스 류현진(한화)이 무시무시한 강적이다.
윤석민과 나이트는 17일 스포츠조선이 집계한 '2012년 프로야구 테마랭킹' 9월 둘째주 선발투수 경기관리 능력 부문에서 나란히 1, 2위를 유지했다. 지난 7, 8월에 이어 3차례 연속 동일한 순위다.
경기관리 능력은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과 득점권 피안타율(SP.AVG)의 합계로 평가한다. 이닝당 출루허용률은 1이닝 평균 안타나 볼넷을 얼마나 내주는가를 나타내는 수치를 말한다. 득점권 피안타율은 말 그대로 주자가 2루 이상 있을 때의 피안타율이다.
이번 주 랭킹 산정에서 윤석민은 가장 뛰어난 WHIP(1.02)와 공동 4위에 해당하는 득점권 피안타율(0.220)을 기록하며 관리지수 1.240을 마크했다. 경기관리 능력 부문에서 첫번째 집계 때 3위를 기록한 뒤 5회 연속으로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한 것이다.
나이트는 이번에 WHIP 1.13, 득점권 피안타율 1할9푼5리로 관리지수 1.325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 8월 셋째주 랭킹 산정때와 비교하면 둘의 간격은 크게 좁혀졌다. 윤석민이 WHIP와 득점권 피안타율에서 모두 소폭 상승한 반면 나이트는 정반대의 양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8월 셋째주의 경우 두 라이벌의 지수 차이가 0.165(윤석민 1.172 , 나이트 1.337)까지 벌어졌지만 이번 주 랭킹에서는 0.085밖에 되지 않아 언제든 역전이 가능한 상황을 연출하게 됐다.
여기에 류현진이 가세하면서 대혼전 국면으로 치닫게 됐다. 류현진은 이번에 WHIP 1.11, 득점권 피안타율 2할2푼으로 1.330의 관리지수를 나타냈다. 이 덕분에 류현진은 지난 8월 4위에 머물렀다가 롯데 유먼을 제치고 3위로 도약했다. 관리지수 격차는 나이트와 0.005에 불과하고 윤석민에 비해서도 0.090밖에 뒤지지 않는다.
지난 8월 윤석민과 나이트의 관리지수 차이(0.165)를 감안하면 윤석민과 나이트는 결코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이다.
류현진의 가세는 당연한 결과였다. 지난달 20일 8월 셋째주 선발투수 경기관리 능력 부문을 산정할 때까지만 해도 류현진은 올시즌 21경기 5승8패로 가장 불운한 투수의 대명사였다.
하지만 그 이후 류현진은 괴물 본색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8월 31일 KIA전을 시작으로 6일 롯데전, 12일 삼성전에 이르기까지 3연기 연속 승리를 챙겼다.
이들 3연승 동안 류현진은 총 22이닝 12안타 7볼넷 22탈삼진으로 평균자책점 '제로'를 기록했다. 8개 구단 선발 투수 가운데 최고의 성적이었다.
같은 기간 윤석민이 3경기 1승1패, 평균자책점 4.50을 기록했고, 나이트가 3경기 2승, 평균자책점 2.42에 그쳤으니 류현진에게 맹추격을 허용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류현진은 최근 막바지 맹훈련을 통해 피칭 동작시 팔높이를 예전처럼 높이는데 성공하면서 주무기 서클체인지업의 위력을 되찾은 덕분에 괴물 피칭 행진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올시즌 이후 메이저리그 진출을 꿈꾸고 있는 터라 해외 스카우트 앞에서 자신의 진가를 보여준 뒤 시즌을 마감하겠다는 의지가 워낙 강하기 때문에 류현진의 상승세는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제 선발투수 관리능력을 놓고 윤석민과 나이트가 그들만의 경쟁을 하던 시기는 지났다. '늦바람 난' 류현진이 끼어들었기에 정규시즌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오리무중이다.
그만큼 시즌 막판 프로야구는 더 재밌어진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