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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수 없는 역선택, 1루 헤드퍼스트 슬라이딩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12-09-10 16:39


볼티모어전 1루 슬라이딩 후 왼쪽 정강이 부상이 재발한 양키스 테세이라. 화면캡쳐=이에스피엔 홈페이지

2006년 3월 제1회 WBC. 두산 김동주는 대만전 도중 왼쪽 어깨가 탈구되는 심각한 부상을 했다. 1루에 헤드퍼스트 슬라이딩하다가 일어난 불상사였다. 파장은 컸다. 김동주는 2006년 시즌후 FA 자격 취득을 앞두고 있었다. 이 부상으로 43경기 밖에 못 뛰었고 FA는 1년 늦춰야 했다. '국가를 위해 뛰다 입은 부상이니 FA를 채운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전례 없는 예외는 인정받기 힘들었다. 김동주는 "앞으로 내 야구인생에 1루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은 없다"며 아쉬움과 억울함을 감추지 못했다.

야구에는 금기시 되지만 반복되는 플레이가 몇가지 있다. 1루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이 대표적이다. 이성적이라면 해서는 안될 플레이다. 실익도 없고, 리스크는 엄청 크다. 물리적으로 1루에 닿는 시간이 덜 걸리지 않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뛰는 탄력을 멈추지 않고 그냥 훅 지나가는 편이 슬라이딩 터치보다 빠르다는 것이다. 게다가 김동주같은 부상 위험은 말할 것도 없다.

단 한가지, 굳이 효용을 찾자면 덕아웃에 파이팅을 고취하는 정도 뿐. 그 효과조차 상황 따라 다르다. 결국 종합적으로 따져보면 마이너스 요소가 훨씬 많다. 논리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비 이성적 역선택. 하지만 접전 상황에서 타자 주자는 지금 이 순간도 여전히 육중한 몸을 던지고 있다. 야구 선진국 메이저리그 최고 스타플레이어조차 예외는 아니다.

뉴욕 양키스가 울상이다. 중심 타자 마크 테세이라가 이탈했다. 최악의 경우 올시즌 컴백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지난 7년 연속 30홈런-100타점을 기록했던 타선의 핵심 거포. 1승이 목마른 때라 그가 꼭 필요한 시점이다. 볼티모어, 탬파베이와 1~2경기 차 선두 싸움을 벌이는 상황이라서다.

1루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이 '원수'였다. 테세이라는 왼쪽 장딴지가 원래 아팠다. 10경기를 쉬고 나선 9일 볼티모어 전. 무리하지 말았어야 했다. 하지만 무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왔다. 4-5로 1점 뒤진 9회 1사 1,3루. 테세이라는 2루 땅볼을 쳤다. 4-6-3 병살만 모면하면 3루주자를 불러들여 동점을 만들 수 있었던 상황. 1루 베이스를 앞두고 몸을 날렸다. 그의 손이 먼저 1루 베이스에 닿았다. 하지만 야속한 1루심, 아웃 콜을 선언했다. 오심 병살타와 함께 그대로 경기 종료. 몸을 일으킨 테세이라는 헬멧을 땅에 던지며 억울해 했다. 아픔을 느낄 틈도 없었다. 하만 이 장면으로 인해 장딴지 부상이 재발했다. 게도 구럭도 다 잃은 날이었다.

테세이라는 11일 MRI 검사를 받고 상태를 체크할 예정. 아무리 빨라도 15일까지는 뛰지 못한다. 자칫 "정규시즌을 더 이상 못 뛸 수도 있다"는 양키스 지라디 감독의 우려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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