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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레 23cm, 무게 148kg 정도에 중심에 박힌 코르크나 고무재질을 흰색 소가죽이나 말가죽 두쪽으로 단단하게 감싼 구형. 두쪽의 가죽 조각을 꿰맨 108개의 붉은 매듭, 실밥이 도드라진다. 프로야구 공인구가 오늘의 주인공이다.
공인구에도 자격이 있다
다른 종목처럼 프로야구 공인구에도 자격이 필요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매년 야구공 제작사로부터 공인구 신청을 받아 기준을 통과하면 공인구로 인증을 해준다. 물론 재질과 실밥수 등 KBO가 정한 제조 기준에 맞아야 하고, 무게(141.77~148.8g)와 둘레(22.9~23.5cm) 또한 적합해야 한다. KBO는 제조사가 제출한 공을 국민체육진흥공단 체육과학연구원에 의뢰해 반발력(반발계수 0.4134~0.4374) 등을 테스트해 인증 여부르르 결정한다.
일반인의 눈으로는 식별할 수 없지만, 선수들은 공인구마다 미세한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다른 공을 잡았을 때 이질감을 느낄 정도의 수준은 아니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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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공인구를 바꾸는 구단도 있다. 아무래도 야수보다 투수가 공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구종을 선택할 때 투수의 의견을 묻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노대권 KIA 홍보팀장은 "전지훈련 때 몇가지 공인구를 가져가 선수들에게 써보게 한다. 선수들이 선호하는 공을 공인구로 쓰게 된다"고 했다.
공인구에 총재 사인이 담긴 사연
올해 정규시즌 경기에사용하는 공인구 표면에는 기존의 한국야구위원회 외에 '총재 구본능'이라는 글이 찍혀 있다. 프로야구의 품위를 높이기 위해 공인구에 구본능 총재 사인을 박았다는 게 KBO 측의 설명이다. 메이저리그 공인구에도 MLB 커미셔너의 사인이 세겨져 있다.
구 총재 사인이 찍힌 공인구가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 가을 포스트 시즌 때다. KBO가 주관하는 준 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 등 포스트 시즌용 공에 시범적으로 사용했다.
정규시즌에는 홈팀의 공인구를 경기구로 사용하는데, 포스트 시즌과 올스타전같은 KBO 주최 경기 때는 KBO가 구입한 공으로 게임을 진행한다. KBO는 포스트 시즌 경기의 경우 홈팀의 공인구, 올스타전의 경우 경기가 열리는 구장을 홈으로 쓰고 있는 구단의 공인구 제작사에 공을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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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구단이 한 해 소비하는 공은 수는 팀에 따라 차이가 있다. LG는 전지훈련부터 시작해 연습경기, 정규시즌 1, 2군 경기용으로 한시즌 3만개가 넘는 새 공을 주문해 사용한다. 공인구 1개의 단가는 제조사 모두 5750원이고, 12개 들이 한 박스 가격이 6만9000원 정도다. LG가 한 해 공 구입비로 쓰는 돈이 2억원 정도라고 한다.
두산은 2만400개를 주문해 1억1730만원을 지불했고, 한화는 2만7600개를 구입하는 데 1억6000만원 정도를 썼다. 구단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한해 대략 2만개 정도를 쓴다고 보면, NC 다이노스를 포함해 9개 구단이 총 18만개를 사용한다고 보면 될 것 같다.
보통 1군 경기 한 게임에 사용하는 공은 100~120개 정도다. 우천경기 때는 물기를 머금은 공을 자주 교체해야하기 때문에 150개까지 올라간다.
프로야구 관계자에 따르면 2000년대 초중반부터 경기당 사용구 숫자가 크게 늘었다. 1990년대만 해도 경기당 70~80개 정도에 그쳤는데, 사용하는 공의 수가 는 것이다. 그만큼 프로야구 수준이 높아지면서 공에 대한 기준이 세심하고 까다로워진 것이다.
한 구단 관계자는 "예전에는 투수가 던진 공이 원바운드가 되어도 웬만하면 계속 사용했는데, 요즘에는 무조건 교체한다. 공에 생긴 흠집이 투수가 투구를 할 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불필요한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공을 자주 바꾸는 것 같다"고 했다.
메이저리그의 경우 원바운드 공은 지체없이 포수가 교체를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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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의 수명은 대략 3~4단계를 거친다. 1군 경기에서 사용한 공은 일단 타격 훈련 때 사용한다. 1군 경기를 앞두고 감각을 체크하는 훈련이니만큼 상태가 좋아야 한다.
이미 사용한 공은 보통 A급과 B급 공으로 분류를 한다. A급 공은 주로 타격 훈련 때 사용하고, 훈련에서 많이 사용했거나 상태가 안 좋은 B급 공은 비가 오거나 그라운드 사정이 안 좋을 때 쓴다.
넥센 관계자는 "우리뿐만 아니라 대다수 팀이 비가 뿌리는 날에는 B급 공을 사용하는 걸로 알고 있다"고 했다.
프로구단에서 용도가 끝난 공인구는 각 팀 스카우트를 통해 연고지역 초중고팀으로 보내진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