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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지없었다.
한화 구단 관계자는 "시카고컵스, 텍사스, 볼티모어, LA다저스, 디트로이트, 보스턴 등 10개 팀 20여명의 스카우트들이 방문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올시즌 이후 미국 진출을 꿈꾸는 류현진에게는 마지막 예비고사나 다름없었다.
마지막 예비고사인 만큼 대전구장의 보이지 않는 열기는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지난달 23일 인천 SK전에서 본의 아니게 예비고사를 망쳤던 류현진은 명예회복을 제대로 했다.
당시 류현진은 호투를 하고도 야수들의 실책성 플레이로 비운의 패전을 안았지만 이날 롯데전에는 최적의 승리요소가 맞아떨어졌다. 시즌 7승째는 당연한 결과였다.
특급 도우미 김태균이 인도하시니…
김태균은 올시즌 박찬호의 전담 도우미로 통했다. 박찬호가 현재 기록중인 5승을 거두는 과정에서 김태균의 활약이 빠진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박찬호가 시즌 첫승을 올린 4월 12일 두산전(8대2 승)에서 4타수 4안타 2타점의 기염을 토한 이후 박찬호가 승리를 챙기는 경기마다 홈런, 결승타 등을 뽑아내며 든든한 배후세력 노릇을 했다.
박찬호의 5승 경기에서 김태균이 거둔 성적은 무려 타율 6할3푼2리(19타수 12안타, 3홈런), 8타점에 달할 정도이니 말 다했다. 하지만 류현진의 등판 경기에서는 좀 달랐다.
도움을 주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박찬호 등판때와 비교해서는 적잖이 부족했다. 류현진이 이날 롯데전 이전까지 6승을 거두는 사이 김태균의 성적은 4할4푼4리(18타수 8안타, 2홈런), 3타점이었다.
박찬호 선배만큼 도와주지 못한 게 미안했을까. 이날 김태균은 초반부터 화끈하게 길을 터줬다. 1회말 2사후 첫 타석에 나오자마자 좌월 솔로포를 날린 것이다. 김태균의 선도로 자신감을 얻은 한화 타선은 2회 추가득점에도 성공, 기선을 잡았다. 류현진이 등판할 때 선취점은 커녕 타선의 지원이 없어 날려버린 경기가 많았던 한화로서는 이보다 반가울가 없었다. 류현진의 승리를 예고하는 청신호였다.
힘얻은 에이스 진면목을 보이다
김태균이 물꼬를 터주니 류현진의 어깨는 한결 가벼워졌다. 자신을 매섭게 관찰하는 스카우트들 따위는 전혀 의식하지 않는 눈치였다. "스카우트들이 대거 몰려왔다고 하니 신경은 좀 쓰이겠지만 큰 국제대회 경험이 많고, 천하의 여유만만인 만큼 긴장감을 오히려 즐길 것"이라던 한화 한용덕 감독대행의 경기전 예측이 정확했다. 1회 불과 5개의 투구를 가지고 삼자범퇴로 막은 류현진은 이후 무서운 위기관리 능력과 지칠줄 모르를 힘을 과시했다. 2회 2사 만루, 3회 2사 1, 2루의 연속위기를 범타로 요리한 류현진은 4회부터는 삼진 행진을 가동하며 6회까지 3이닝 연속 삼자범퇴쇼를 선사했다. 주로 초구에서 변화구 위주로 간을 본 뒤 강력한 직구로 윽박지르는 등 능숙한 강-약 조절에 롯데 타선은 꼼짝을 하지 못했다. 특히 이날 경기의 압권은 8회초였다. 홍성흔에게서 8번째 삼진을 뽑아내며 2사 1루 상황은 맞은 류현진은 투구수 121개를 기록중이었다. 송진우 투수코치가 마운드로 나왔다. 당연한 교체 예상이었다. 하지만 송 코치가 류현진의 어깨를 두드려주는 순간 대전구장은 탄성이 쏟아져 나왔다. 이후 류현진은 여전히 최고 시속 151km를 찍는 직구를 뿌려대며 8이닝까지 깔끔하게 마무리한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이날 기록된 투구수 132개는 올시즌 한 경기 최다 기록이다. 개인 통산 최다 투구수는 134개다. 8이닝 동안 9탈삼진 6안타 무실점으로 '괴물' 그 자체를 보여준 류현진은 스카우트들 앞에서 '어디 볼테면 보라'고 시위를 하는 것 같았다.
대전=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