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발로 사는 남자' 강명구 "자리 불안해도 삼성에서 성공하고파"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2-09-06 08:15 | 최종수정 2012-09-06 08:15


5일 대구시민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삼성과 LG의 경기에서 LG 리즈가 7회말 2사 3루에서 보크로 1실점 했다. 3루에서 득점에 성공한 강명구(왼쪽)가 김상수와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대구=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2.9.5

준족 강명구(32·삼성)는 대주자 전문 요원이다. 탐라대를 졸업하고 2003년 프로 입단, 지금까지 삼성 유니폼만 입고 있다. 2008년과 2009년 상무 2년을 뺀 프로 8시즌 통산 타율 1할9푼7리, 1홈런, 20타점, 95도루를 기록했다. 가장 많이 경기에 출전했던 게 2005년 106경기였다. 하지만 그때도 44타수에 불과했다. 올해는 더욱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60경기에서 9타수 1안타 13도루였다.

그렇다고 강명구의 주무대가 2군은 아니다. 주로 1군 엔트리에 포함돼 있다. 이번 시즌에도 지난달 2군으로 갔다고 1일 엔트리가 31명으로 확대되면서 올라왔다.

그런데 강명구는 이번 시즌이 그 어느 해보다 힘들다. 1군에 있는 시간이 불안의 연속이었다.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내가 팀에 도움이 되고 있는 건가.' '과연 내가 이 팀에서 앞으로 뭘 더 보여줄 수 있을까.' '앞으로 태어날 아기에서 더 잘 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그는 지난 2010시즌을 마치고 7년 넘게 사귄 고승미씨와 부부의 연을 맺었다. 그리고 아내 고씨는 지금 만삭이다. 둘의 첫 아이 출산일이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강명구는 아내에게 경기에 출전하는 모습을 좀더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남편은 경기가 시작되어도 주로 덕아웃 벤치에 앉아 있을 때가 많다. 타석에도 내외야에도 찾아 보기가 어렵다. 이번 시즌 아직 단 한 번도 선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아내 고씨는 남편이 경기 출전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집에선 야구 얘기를 거의 하지 않는다. 야구 중계도 자연스럽게 6회 이후 후반부부터 보게 됐다. 대주자가 주 역할인 남편은 경기 초반보다 후반에 출전하기 때문이다.

강명구는 5일 대구 LG전(1대0 삼성 승)에서 모처럼 팀 승리에 결정적인 수훈을 세웠다. 0-0으로 팽팽하던 7회말 1루로 나간 이지영의 대주자로 나서 3루까지 진루, 김상수 타석 때 홈 스틸을 시도해 결승점을 뽑았다. LG 선발 리즈가 방심한 틈을 타 홈을 파고들었다. 황당한 리즈가 보크를 범해 홈 스틸로 기록되지는 않았다.

그는 대주자가 할 수 있는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혼자 힘으로 결승점을 뽑았다. 하지만 한 시즌에 이런 극적인 장면을 자주 연출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강명구는 항상 불안하다고 했다. 일부 팬들은 강명구를 대주자로만 쓸 것 같으며 1군 엔트리(확대 이전 26명)에서 빼는 게 낫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차라리 젊은 유망주에게 출전 기회를 더 주는게 낫다는 것이다. 또 강명구에게 선수층이 두터운 삼성 보다 약한 팀으로 가면 출전 기회가 많아질 것 같은데 이적하는게 낫다는 충고까지 했다.

강명구는 "팀을 옮기는게 낫겠다는 얘기를 수도 없이 들었다"면서 "솔직히 고민을 안 본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결론은 똑같았다. 삼성은 최고의 팀이다. 이곳에서 당당히 내 자리를 잡고 싶다. 지금 다른 팀에 간다고 자리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강명구의 대주자 능력은 국내 최고 수준이다. 발이 빠르고, 경기 흐름을 읽는 능력이 뛰어나다. 이번 시즌 도루 실패는 한 번 뿐이다. 그의 수비 위치는 내야수다. 주전으로 나가려면 2루 수비를 봐야 하는데 조동찬 신명철 손주인 등과 주전 경쟁이 불가피하다. 강명구가 경쟁력을 갖추려면 수비 능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특히 내야수는 첫째, 수비가 안 되면 선발 기용이 힘들다. 그는 "부족한 걸 잘 알고 있다. 매년 수비 훈련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데 생각 처럼 잘 되지 않는다. 하지만 포기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