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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감독이 열쇠다."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를 맞아 미국 메이저리그의 수많은 스카우트들이 방한해 류현진의 출전을 관찰하고 있는 상태다.
여기에 류현진이 최근 스스로 "미국으로 진출하고 싶다"고 본심을 드러내자 각종 추측과 전망이 난무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한화 구단이 정리작업에 나섰다. 류현진의 향후 거취에 대한 마지노선을 그은 것이다.
한화 관계자는 "류현진의 거취를 놓고 구체적으로 어떤 논의도 진행된 것이 없다. 그동안 흘러나온 보도나 전망은 모두 추측에 불과하다"면서 "차기 신임 감독에게 최우선 결정권을 준다"고 밝혔다.
지난달 28일 한대화 감독의 퇴진 사태를 겪은 한화는 한용덕 감독대행 체제로 남은 시즌을 꾸려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른바 비상시국인 한화로서는 류현진의 미국 진출 문제보다 올시즌 이후 팀의 새출발을 이끌 사령탑으로 누구를 선임할 것인가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류현진은 우선순위에서 밀린 것이다. 한화는 올시즌이 끝나는 대로 신임 감독 선임을 서두를 예정이다.
현재 신임 감독 후보로는 한용덕 감독대행을 포함해 이정훈 천안북일고 감독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한화는 "신임 감독이 차기 전력구상을 위한 밑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류현진이 필요하다고 요청하면 류현진의 미국 진출을 2013년 이후로 미룰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올시즌 이후 미국 진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신임 감독에게 모든 결정권을 주겠다는 것이다. 만약 류현진을 한 시즌 더 잔류시킬 경우 제기될 수 있는 비판 여론에 대해서도 대책을 세운 듯했다.
이 관계자는 "여론은 움직이는 것이다. 지금은 류현진의 미국 진출을 허락하자는 주변 의견이 많지만 막상 신임 감독 체제로 새출발을 시작하면 필수전력인 류현진의 잔류를 희망하는 의견도 나올 수 있다"면서 "만약 신임 감독이 류현진의 잔류를 요청한 이후 비판 여론이 제기되더라도 구단 입장에서는 감수하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이같은 입장이 사견이 아니라 류현진의 거취 문제에 대한 구단의 공식 방침이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한화 구단은 구단주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의중도 비중있게 검토할 예정이다. 하지만 최종 결정은 아니다. 차기 신임 감독 선임에서부터 김 회장의 'OK 사인'이 내려져야 진행할 수 있는 중대사인 만큼 신임 감독이 어떤 판단을 내리든 한화그룹 측에서 믿고 따라줄 것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신임 감독이 류현진의 거취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릴 경우 한화그룹이 그 결정을 뒤집는 게 아니라 존중하는 모양새로 힘을 실어주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류현진의 희망과 달리 한 시즌 더 잔류쪽으로 결정날 경우 향후 대책은 무엇일까? 미국 진출을 공개 선언한 류현진 입장에서 서운한 마음을 품을 수 있고, 내년에 전력을 다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한화는 KIA 윤석민의 예를 들었다. 한화는 "윤석민의 경우 새로 부임한 선동열 감독의 설득작업에 따라 미국 진출을 미루기로 원만하게 합의했다"면서 "협상의 묘미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류현진이 한화에 잔류한다고 해서 우려될 수 있는 부작용은 사전에 차단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결국 한화는 차기 신임 감독의 결정과 설득력에 모든 것을 맡기기로 했다. 류현진의 거취를 둘러싼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대전=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