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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시즌 프로야구가 막바지로 접어들자 춘추전국시대를 형성하는 곳이 있다.
그들 만의 경쟁 열기를 가열시킨 이는 삼성 권오준이다.
올시즌 페넌트레이스 우승 확정을 노리고 있는 삼성에 청신호를 환하게 밝혀주고 있는 권오준이 8개 구단 불펜투수 가운데 최고의 상대타자 요리솜씨를 뽐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권오준은 스포츠조선이 3일 집계한 '2012년 프로야구 테마랭킹' 8월 다섯째주 구원투수 상대타자 지배력 부문에서 1위로 올라서는 기염을 토했다.
이제 권오준까지 가세하며 뜨거운 '빅3' 구도를 형성하게 된 것이다.
권오준은 지난 1일까지만 하더라도 홀드 부문 공동 13위(43경기 1승3패9홀드)에 머물렀다. 그러나 이튿날 넥센전에서 8회 2사후 셋업맨으로 등판해 4개의 공으로 삼진을 솎아내며 ⅓이닝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이 덕분에 2경기 연속 홀드를 챙기며 시즌 10홀드를 기록한 그는 홀드 부문 공동 10위로 올라서며 상대타자 지배력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상대 타자 지배력은 삼진과 땅볼아웃으로 측정한다. 플라이보다는 땅볼이 아웃될 확률이 높고, 삼진은 출루의 가능성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순위는 평균자책점 4.00 미만인 구원투수 가운데 '세이브 및 홀드 부문 10위 이내'를 대상으로 하는데 권오준이 홀드 10위권에 진입하면서 뉴페이스가 된 것이다.
권오준으로서는 눈물겨운 성과다. 지난 5월 27일 부진을 이유로 2군으로 강등됐던 그는 류중일 감독으로부터 "내가 아니면 안된다는 자만을 버려라. 정신 똑바로 차리라"는 쓴소리를 들어야 했다.
이후 13일 만에 1군으로 복귀한 그는 류 감독의 충고를 가슴 깊이 새겼는지 언제 그랬냐는 듯 딴 사람이 됐다. 2군으로 내려가기 전 권오준의 성적은 18경기 1승3홀드3패, 평균자책점 5.94였다.
경기당 평균 1이닝도 던지지 않은 중간계투가 지켜주지는 못할 망정 패하는 경우가 많았으니 삼성이 시즌 초반 하위권에서 부진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6월 10일 복귀한 뒤 권오준은 무섭게 달라졌다. 2일 넥센전까지 26경기에 구원 등판해 패배 기록은 하나도 없이 7홀드를 챙겼다. 그 사이 평균자책점은 1.08로 같은 기간 삼성 투수 가운데 최저를 기록했고, 시즌 평균자책점도 3점대(3.02)로 낮추는데 성공했다. 삼성의 팀 성적도 선두까지 호전됐음은 두 말할 필요가 없었다.
권오준은 이번 테마랭킹 집계에서 44경기, 41⅔이닝 동안 땅볼 43개, 삼진 47개로 아웃카운트를 잡아내 땅볼 아웃과 삼진을 합한 수를 투구 이닝으로 나눈 '상대타자 지배력 지수' 2.158로 1위를 기록했다.
종전 순위에서 1위였던 봉중근은 1일 롯데전에서 시즌 19세이브째를 챙겼지만 2일 경기에서 팀이 패함과 동시에 등판하지 않으면서 지수 산정에서 손해를 봤다. 30경기 28⅓이닝 동안 33땅볼, 24탈삼진을 기록한 봉중근은 지수 2.014를 획득, 권오준에게 박빙의 차이로 밀렸다.
7월까지 두달 연속 1위에 올랐던 홀드 1위(23홀드) 박희수(SK)는 지배력 지수 2.009로 3위를 유지했다. 2위였던 넥센 손승락이 지배력 지수 2.000로 4위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2일 넥센전에서의 성공적인 마무리 피칭으로 프록터(두산)와 함께 세이브 공동 1위(30세이브)에 등극한 오승환(삼성)은 지배력 부문 6위(1.933)를 기록했고, 프록터는 9위(1.790)로 뒤를 따랐다.
한편, 단독선두 삼성은 이번 구원투수 랭킹 'TOP 20'에서 2위 롯데와 함께 8개 구단 중 가장 많은 4명의 투수를 명단에 올려 팀 성적과 절묘한 상관관계를 엿보게 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