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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의 호재, 집나갔던 홈런포가 돌아왔다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2-09-03 09:44 | 최종수정 2012-09-03 09:44


프로야구 롯데와 LG의 경기가 2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펼쳐졌다. 홍성흔이 5회말 2사 솔로포를 날리고 유먼과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부산=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2012.09.02/

야구의 꽃은 뭐니뭐니해도 홈런이다. 시원한 홈런포 한방에 경기 분위기가 확 바뀔 수 있고 보는 사람도 기분이 좋아진다. 하지만 올시즌 롯데에서는 좀처럼 홈런 구경을 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집나갔던 홈런포가 돌아오는 분위기다. 괜한 설레발이 아니다. 앞으로 시원한 홈런포가 더 많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양승호 감독이 말할 수 없었던 고민

단순히 팀 성적만 놓고 보자. 지난 시즌 창단 후 처음으로 정규시즌 2위를 차지한 롯데는 올시즌 전력이 약화됐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마찬가지로 2위를 달리고 있다. 앞으로 치열한 순위싸움을 더 벌여야 하지만 지금의 페이스라면 2위 경쟁에서 가장 유리한 고지를 밟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때문에 팀 홈런수가 줄어도 양승호 감독의 걱정은 없는 듯 보인다.

하지만 양 감독은 골치가 아팠다. 승패 여부를 떠나 경기의 흐름이 만족스럽지 않았기 때문. 중요한 순간 시원한 장타 한 방에 상대팀을 무너뜨릴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불펜 투수들이 힘겹게 버티며 승수를 챙겼다. 하지만 팀 분위기를 헤치지 않기 위해 이에 대한 불만을 절대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홈런이 안나와도 너무 안나온다"는 걱정을 가끔씩 드러냈다. 특히 지난해 두자리수 홈런을 기록했던 전준우, 손아섭, 황재균이 손맛을 보지 못하는 것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시즌 초반 심심찮게 홈런을 때려주던 박종윤도 침묵했고 홍성흔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힘을 쓰지 못했다.


프로야구 롯데와 LG의 경기가 2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펼쳐졌다. 전준우가 8회말 1사 솔로포를 터뜨리고 축하를 받고 있다. 전준우는 5회에도 솔로포를 터뜨렸다.
 부산=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2012.09.02/
남은 경기 많은 홈런을 기대해볼 수 있는 이유

그런 롯데가 오랜만에 홈런포를 앞세워 시원한 승리를 거뒀다. 롯데는 2일 부산 LG전에서 전준우의 솔로포 2방과 홍성흔의 홈런을 앞세워 7대2로 완승을 거뒀다. 1경기에서 홈런이 나왔다고 해서 단순하게 희망을 볼 수 있는건 아니다. 다만 여러 좋은 조짐들이 있다는게 중요하다.

일단 중심타자 홍성흔의 장타력이 확실히 살아나고 있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홍성흔은 지난달 21일 대구 삼성전에서 모처럼 만에 멀티홈런을 기록하더니 슬슬 홈런페이스를 끌어올리고 있다. 29일 인천 SK전에서 1개, 그리고 LG전에서 또다시 홈런을 추가했다. 지난해 6개에 그쳤던 홍성흔이지만 LG전 홈런으로 다시 두자리수 홈런타자로 복귀했다. 사실 LG전 홈런은 '예견된 홈런'이었다. 1일 경기에서 백스크린 바로 밑의 펜스를 직접 맞히는 2루타를 때렸다. 2일 경기 첫 두 타석에서도 매우 좋은 리듬 속에 중견수 방면으로 큰 플라이 타구를 날리더니 기어코 일을 냈다. 삼성전의 만루포, SK전의 홈런 역시 완벽한 타이밍에 잡아당겼다. 지난해 6개의 홈런이 대부분 밀어쳤던 홈런임을 감안하면 매우 긍정적인 신호다. 홍성흔은 이에 대해 "시즌 초 당했던 옆구리 부상의 통증이 싹 가신 후 풀스윙을 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말하며 웃었다.

전준우의 부활 역시 반갑다. 올시즌 지독한 부진에 마음고생이 심했던 전준우지만 1일 태어난 복덩이 딸 때문인지 2일 경기에서 홈런 2개를 몰아쳤다. 전준우 역시 단순히 홈런이 나왔다는 자체가 중요한게 아니다. 잃었던 타격 밸런스를 완벽하게 잡은 듯 보였다. 전준우는 경기 후 "홈런을 친 것도 기쁘지만 2개의 홈런 모두 내가 원하던 스윙 속에 나왔다는 것이 더욱 기쁘다. 남은 경기 몰아치고 싶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여기에 타격폼 문제로 고민하던 두 좌타자도 확실한 노선을 정하게 됐다. 손아섭은 최근 타격자세를 취할 때 팔이 들리고 상체가 홈플레이트쪽으로 돌아가 스윙을 할 때 힘이 실리지 않는 것을 느꼈다. 지난해 타격 자세를 보며 연구에 들어갔고 2일 경기를 앞두고 "답을 찾은 것 같다"며 밝게 웃었다. 그러더니 중견수 키를 훌쩍 넘기는 2루타를 때려냈다. 박종윤 역시 최근 부진에 일단 공을 맞히려는 듯 상체가 움츠러드는 모습이 강했다. 하지만 양 감독의 배려 속에 최근 휴식을 취하며 다시 적극적인 스윙을 하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체력도 충분히 보충됐다.

9명의 타자가 모두 홈런을 칠 수는 없다. 결국 해줘야 할 선수들이 해줘야 경기가 원활하게 풀린다. 이 선수들만 본래의 장타력을 회복한다 해도 롯데에는 큰 호재다.


부산=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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