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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삼 사례를 통해 본 '롯데 킬러'의 조건은?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2-09-02 11:24 | 최종수정 2012-09-02 11:24



사실 1일 롯데와 LG전 승부의 추는 롯데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선발 맞대결에서 롯데가 앞섰기 때문. 롯데의 선발은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외국인 에이스 유먼, LG는 6승9패의 평범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던 김광삼이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잊고 있었던 것이 있었다. 김광삼이 '롯데 킬러'중 1명이었다는 사실을.

"내 투구 패턴, 성향이 잘 통하는 느낌"이라는 말의 뜻은?

김광삼은 1일 경기에서 6이닝 2실점하며 시즌 7승째를 챙겼다. 실점은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롯데 타선이 아예 공략을 하지 못한다는 인상이 역력했다. 6회까지 삼자범퇴가 4차례였다.

김광삼은 올시즌 거둔 7승 중 3승을 롯데전에서 챙겼다. 3경기에 나섰으니 100% 승률이다. 지난해 자신이 거둔 4승 중 2승을 롯데전에서 챙긴 바 있다. '롯데 킬러'로서 확실히 입지를 다지게 됐다.

김광삼은 경기 후 "롯데전에서 잘 던지는 특별한 이유는 모르겠다. 하지만 나의 투구 패턴, 성향이 롯데 타자들을 상대로는 조금 더 잘 통한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무슨 뜻일까.

최근 몇 년간 롯데를 상대로 좋은 활약을 보이는 투수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구속은 빠르지 않지만 제구를 바탕으로 유인구를 많이 쓰는 투수들에게 맥을 못춘다. 특히 커브, 포크볼 등 떨어지는 변화구를 갖춘 투수들에게는 더욱 약하다. 실제 이날 경기에서도 눈에 보이는 공에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고 공이 오기도 전에 헛스윙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김광삼이 이 경우에 딱 들어맞는 스타일. 김광삼의 이날 직구 최고구속은 142㎞에 그쳤다. 직구와 슬라이더로 카운트를 잡고 포크볼과 커브를 승부구로 썼다.

비슷한 유형의 투수들을 찾아보자. 삼성의 선발 투수인 윤성환, 고든이 있다. 두 선수 모두 명품 커브를 갖고 제구력으로 승부를 보는 스타일. 윤성환은 올시즌 롯데전 3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평균자책점이 0.90이다. 고든 역시 3경기 선발로 나서 2.11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다.

공격적인 성향의 롯데 타자들, 그래서 더욱 긴장해야 한다.


김광삼은 또 다른 소감으로 "롯데 타선이 워낙 강타선이다 보니 조금 더 신중하게 던지려고 노력했다. 그게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올시즌 강력한 마운드의 힘을 과시하고 있는 롯데다. 하지만 역시 롯데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화끈한 타격이다. 올시즌 중심타자이던 이대호가 빠져나갔고 주전급 타자들이 예상치 못한 부진에 빠져있지만 여전히 평균 팀 타율 2위를 기록 중이다. 또 선수들이 롯데 타선을 올해 처음으로 만난 것은 아니다. 지난 몇 년간 시원하게 배트를 휘두르던 모습들이 머리속에 남아있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강속구를 던지지 못하는 투수들은 롯데 타선을 맞아 더욱 신중한 승부를 펼치게 된다. 적극적으로 타격에 나서는 롯데 타자들을 상대로 밋밋한 공을 던졌다가는 여지없이 장타를 허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140㎞의 공이라도 제구만 된다면, 그리고 볼배합을 통해 상대 타자와의 수싸움에서 이길 수 있다면 160㎞ 못지 않은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오히려 적극성이 강한 롯데 타선을 상대로는 살짝살짝 타자들의 눈을 현혹시킬 수 있는 유인구가 강속구보다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다. 경기 내내 정교한 제구를 유지할 수 있고 냉철한 수싸움을 할 수 있는 무기, 바로 집중력이다,


부산=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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