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승연 회장이 구단에 남긴 숨은 메시지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2-05-17 06:21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이 16일 잠실 야구장을 찾아 이날 경기를 승리로 이끈 선수들을 격려한 후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회장이 한화의 경기를 직접 관전한 것은 지난해 8월 7일 한화-LG전 이후 처음이다.
잠실=조병관 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2012.05.16/

김승현 한화그룹 회장이 16일 두산전이 열린 잠실구장을 전격 방문, 또 화제를 남겼다.

한화 선수들은 재역전승을 김 회장에게 선물했고, 김 회장은 덕담과 격려금으로 화답했다.

하지만 김 회장이 남겨놓은 숨은 선물은 또 있었다. 돈으로 바꿀 수 없는, 깊은 뜻이 담긴 두 가지 메시지였다.

먼저 눈에 띄는 대목은 김 회장이 한대화 감독에 대한 깊은 신뢰감을 표시했다는 사실이다.

김 회장은 이날 선수단을 격려하는 과정에서 한 감독과 두 차례 접촉했다.

덕아웃 앞에 도열한 선수단과 인사를 시작할 때 처음 한 감독과 악수를 나누며 덕담을 했고, 맨 나중에 격려금을 전달할 때였다.

이 과정에서 김 회장은 적잖이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남겼다. 한 감독은 "때마침 관중석에서 커다란 환호와 함성이 터져나왔고, 경기를 막 끝낸 상태라 어수선한 분위기여서 무슨 말씀을 하셨는지 명확하게 듣지는 못했다"고 했다.

하지만 주변에 있던 구단 관계자들의 증언과 한 감독의 기억을 더듬어 보면 김 회장은 한 감독에게 "끝까지 열심히 해달라"는 당부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그룹 총수나 국가 지도자들은 구구절절 긴 말을 하지 않는다. 간결한 말 한마디로 많은 의미로 내포하는 경우가 많다.

평소 김 회장 화법 역시 그렇다는게 한화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같은 사실로 견줘볼 때 한 감독에 대한 신뢰를 재확인한 메시지로 풀이된다.

최근의 한 감독 입장에서는 커다란 힘이 될 수 있는 짧고 강렬한 한 마디가 아닐 수 없다. 한 감독은 지난 12일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한 팀 분위기를 쇄신하는 차원에서 이종두 수석코치 등 1군에서 동고동락했던 코치들을 대거 교체하는 진통을 감수했다. 한화 구단은 "뼈를 깎는 고통을 감수하더라도 감독부터 읍참마속의 강한 의지를 보일 수 밖에 없었다"고 배경을 설명한 바 있다.

후배 코치들을 교체해야 했던 한 감독은 한동안 외롭고, 고통스러웠다. 숙소 호텔방에서 혼자 틀어박혀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이런 한 감독에게 끝까지, 그리고 더 열심히 팀을 이끌어달라는 김 회장의 격려는 백마디 미사여구보다 든든한 지원군이 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노재덕 단장은 "회장님은 평소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말하라고 한다. 야구단 지원 의지가 확고하고 변함없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선수들에게도 가장 필요한 메시지를 남겼다. 선수단 전체를 향해 잠깐 격려사를 하면서 "생명을 건다는 각오로 우승을 위해 프로답게 해보자"고 역설했다.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則生 必生則死·살고자 하는 자는 죽고 죽고자 하는 자는 산다)의 교훈을 화두로 던진 것이다.

이같은 정신무장이야말로 요즘 한화 선수단에 가장 필요한 덕목이다. 한 감독이 선수들에게 가장 바랐던 것이 바로 '근성'과 '투혼'이다. 한화가 최근 실책을 연발하면서 나약한 모습을 보였던 가장 큰 원인이 왠지 자신감없이 위축됐기 때문이었다. 한 감독과 구단측은 요즘의 선수단 분위기에서 잔소리로 들릴까봐 따끔한 충고를 못하고 전전긍긍했다.

한데 이런 게 이심전심이라는 걸까. 김 회장이 공교롭게도 구단과 코칭스태프가 가장 강조하고 싶었던 말을 강렬하게 심어준 것이다.

한화 관계자는 "구단주의 특별부탁인데 선수들도 새겨 듣지 않겠냐"면서 "앞으로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의 근성있는 야구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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