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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가 왜 1000억원이 넘는 거금을 쏟아부으면서 다르빗슈 유(26)를 영입했는지 알 수 있었다. 다르빗슈의 변화무쌍한 변화구에 뉴욕 양키스 강타자들의 방망이가 연신 헛돌았다. 통산 632개의 홈런을 친 알렉스 로드리게스(양키스)는 4차례 타석에서 다르빗슈를 상대로 단 하나의 안타도 치지 못했다. 다르빗슈는 10개의 삼진을 빼앗았다. 산발 7안타를 맞았다. 하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시속 150㎞가 넘는 직구(포심)는 물론이고 슬라이더, 스플리터, 커브, 커터 등의 다양하면서도 예리한 변화구로 위기를 정면돌파했다. 다르빗슈는 '어디 칠테면 쳐보라'는 식의 공격적인 투구로 양키스 타자들을 압도했다. 다르빗슈가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지금까지 4번째 선발 등판에서 보여준 가장 뛰어난 투구였다. 같은 일본 출신 양키스 선발 구로다와의 맞대결에서도 다르빗슈가 승리했다. 다르빗슈는 시즌 3승을 올렸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2.42로 떨어졌다. 이전 3경기에서 남발했던 볼넷도 2개로 적었다. 제구력이 안정을 찾으면서 미국 무대에 순조롭게 연착륙하는 분위기다.
다르빗슈는 영리하게 볼배합을 했다. 그는 지난 10일 시애틀과의 메이저리그 데뷔전에서 직구 위주의 피칭을 했다가 8안타 5실점으로 난타를 당했다. 다르빗슈의 직구는 구속이 150㎞를 넘을 정도로 위력적이다. 하지만 배트 스피드가 일본 보다 빠른 메이저리그 타자들에겐 직구 구속만으로 맞상대는 것은 무리였다. 다르빗슈는 자신의 다양한 변화구로 양키스 타자들의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그는 스프링캠프 때 직구(포심), 싱커,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컷패스트볼, 스플리트 7가지 구종의 공을 던져 포수 나폴리를 깜짝 놀라게 한 적이 있다. 대개 메이저리그 투수들은 4개 정도의 구질로 한 경기를 소화한다. 다르빗슈는 이날 직구(43개), 커터(27개), 슬라이더(20개), 투심(13개) 스플리터(9개), 커브(7개) 6개 구질을 뿌렸다. 타자들마다 결정구를 달리 가져갈 정도로 레퍼토리가 다양했다. 공 스피드의 완급 조절까지 해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았다. 다르빗슈는 총 119개의 공을 던져 그중 스트라이크가 82개였다.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을 높여 공격적으로 타자를 요리했다. 최대 위기였던 3회 1사 만루에선 로드리게스를 병살타로 잡으면서 위기를 모면했다.
텍사스 타선은 1회 첫 타자 킨슬러의 결승 솔로 홈런과 3회 해밀턴의 추가 적시타로 2점을 뽑아 다르빗슈의 승리를 도왔다. 다르빗슈는 9회 1사에서 스위셔에게 안타를 맞고 마운드를 조 네이선에게 넘겨주고 내려왔다. 네이선이 후속 타자를 병살타로 처리하면서 다르빗슈가 3승을 달성했다.
텍사스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일본 니혼햄에서 다르빗슈를 영입하면서 포스팅비(5170만달러·텍사스가 니혼햄에 준 돈)와 연봉(6년간 6000만달러)을 합쳐 총 1억1170만달러(약 1246억원)를 썼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