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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 문규현에 "유격수 자리 조심해라" 경고한 이유는?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2-04-24 09:51



"규현아, 나 살 빠져서 유격수 수비도 가능하다. 네 자리 조심해라."

롯데의 확실한 주전 유격수로 자리잡은 문규현에게 이런 도전장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누구일까. 그 주인공은 바로 일본프로야구 오릭스에서 활약 중인 이대호다. 지난해까지 롯데 소속이던 이대호에게 1년 후배인 문규현은 가장 절친한 동료 중 한 명이었다. 야구를 할 때면 무뚝뚝할 것 같은 이대호이지만 평소 동료들과는 격의 없는 농담을 주고 받으며 즐겁게 팀 생활을 해왔다. 문규현은 "대호형이 일본에 간 후에도 이렇게 자주 연락을 주고 받는다"며 밝게 웃었다.

지금은 잠시 헤어져있지만 롯데 선수들은 타지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이대호에게 여전히 든든한 아군이다. 이대호가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지만 동료들은 "홀로 일본에서 외롭게 야구를 하는게 얼마나 힘든 일인가. 경기가 잘 안풀리면 가볍게 맥주라도 한잔 하며 스트레스를 풀 동료가 필요할텐데 그런 게 없어 많이 외로울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런 이대호와 롯데 선수들을 이어주는 것이 바로 카카오톡(이하 카톡)이다. 스마트폰을 통해 메시지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카톡으로 동료들과 소통하며 외로움을 달래고 있었다. 재밌는 것은 이대호가 각각의 동료들에게 맞춤형 메시지를 보낸다는 것. 힘들게 일본야구에 적응중이면서도 애정을 갖고 롯데 동료들의 경기를 꼼꼼히 챙겨보고 있었다.

롯데 시절 자신을 잘 이끌어준 고참 홍성흔, 조성환에게는 격려의 메시지를 보냈다. 자신이 떠나며 비워진 4번 자리를 훌륭하게 메우고 있는 홍성흔에게는 '이제 롯데 4번타자 다 됐다'라는 메시지를 보냈고 지난해 부진을 털고 완벽하게 부활에 성공한 조성환에게도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두 사람은 "대호가 많이 힘들텐데 이렇게 관심을 가져줘 고마운 마음"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대호 특유의 장난기가 묻어난 메시지를 받은 선수도 있다. 외야수 김주찬이었다. 김주찬이 메시지를 받은 시점은 지난 18일 이대호의 타율이 1할대로 추락했을 시점. 김주찬은 이대호로부터 '나랑 같은 1할 타자네'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올시즌 초반 이유 모를 부진에 허덕이며 1할대 타율에 머무르고 있던 김주찬을 향한 이대호의 애교 섞인 메시지였다. 평소 이대호의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아는 김주찬인 만큼 웃어 넘기며 '빨리 타율을 끌어올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그렇게 스트레스를 푼 이대호는 곧바로 일본 진출 후 첫 홈런포를 쏘아올렸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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