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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로 칭송받았던 양준혁이 사회인야구 경기에서 망신을 당했다. 양준혁은 "내 타석에 왼손 원포인트릴리프가 나오더라"며 웃었다.
최근 양준혁 위원, 프로복싱 전 세계챔피인 유명우씨, 가수 김현철 등으로 구성된 야구단 '이웃들'이 연예인야구단 '조마조마'와 경기를 했다. 양준혁 위원은 "조마조마에서 내 타석마다 나오는 왼손 원포인트릴리프가 있다. 그런데…, 못 치겠더라"며 웃었다. 이어 "은퇴한 지 19개월 정도 됐는데 나도 이제 진짜 사회인야구 선수가 됐다"고 말했다.
양준혁 위원은 지난 2010년 9월 대구구장에서 마지막 실전 은퇴경기를 치렀다. 그후 훈련을 못하긴 했지만 역대 타격 기록을 거의 다 갖고 있는 '양준혁' 아닌가. 그런 그가 이제는 연예인 야구팀의 왼손 불펜투수를 상대로 쩔쩔 매고 있다고 하니 역시 야구는 반복훈련이 정말 중요한 스포츠다.
여기저기서 웃음이 나왔고 "밖으로 빠져"라는 코칭스태프 지시에 고개를 들지 못하고 외야수로 옮겼던 A코치는 잠시후 다시 투수로 던졌지만 또다시 난타당했다고 한다. "창피해서 미치겠다"고 말한 A코치의 일화는 최근 프로야구 1군의 40대 코치들 사이에 화제가 됐다.
역시 '이웃들'의 멤버로 잠시 뛴 프로야구선수협회 박충식 사무총장은 22일 전화통화에서 "외국(호주)에 오래 머물다 들어왔고, 우리 사회인야구에 대해서 잘 몰랐기 때문에 처음엔 약간 가볍게 생각했다. 그런데 직접 던져보니 좋은 변화구가 아닐 경우엔 다 받아치더라. 놀랐다. 그 덕분에 망신당한 현역 출신 야구인이 한둘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충식 사무총장도 그날 경기에서 3이닝 정도 던졌는데 안타를 꽤 맞았다고 한다.
지방 구단의 B코치는 "요즘 사회인 야구는 1부리그 같은 경우엔 우리가 덤벼도 쉽지 않다. 물론 선수 출신 멤버도 간혹 섞여있다. 그걸 감안해도 대단하더라. 나 같은 경우에도 비시즌때 지인들로부터 '와서 친선경기에 한게임 정도만 뛰어달라'는 부탁이 들어온다. 그런데 창피당할까봐 못 가겠다"라고 말했다. 물론 프로의 젊은 현역 코치들이 마음먹고 팀을 구성해 딱 하루만 호흡을 맞추면 질 일은 없을 것이다. 어쨌든 이 정도로 사회인야구의 수준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대한야구협회에 문의해보니, 국민생활체육 야구연합회 소속 산하에만 전국 17개 지부에 약 5600개 팀이 등록돼있다고 한다. 이밖에도 대학 및 동네 클럽 팀까지 7000개 정도가 추가로 활동중이다.
17개 지부마다 1~4부 리그로 나뉘어져 있고 수준도 천차만별이다. 지역마다 규정이 다르다. 1부 리그에는 선수출신(선출)이 상당히 많은 팀도 있고, 선출 5명 등록에 3명까지만 출전시키는 리그도 있다. 2부리그는 보통 2~3명이 선출이고 3부리그 이하는 순수 아마추어 선수들로만 구성된 팀도 많다고 한다. 선출의 기준은 고교 전국대회서 뛴 경력이 있는가로 판단한다. 프로야구 선수 출신도 40세가 넘으면 사회인야구에서 뛸 수 있다. 어떤 경우엔 프로 출신은 투수 또는 포수로 뛰지 못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사회인야구 경기에 가보면 수년전 잊혀졌던 프로 출신이 멤버로 뛰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처럼 사회인야구도 상위 리그의 경우엔 훈련도 많이 하고 조직력이 꽤 탄탄하다. 최근 6~7년간 한국 야구가 국제대회에서 빛나는 성적을 거두면서 사회인야구도 저변이 확대됐다는 것이다.
사회인야구 못지않게 유소년 야구를 활성화하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양준혁 야구재단은 21일 경기도 성남에서 '피망 멘토리 야구단'을 창단했다. 다문화 가정 자녀 및 소외계층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유소년 야구단이다. 김응용 전 삼성 라이온즈 사장이 총감독을 맡기로 해 눈길을 끈다. 김 전 사장은 최근 유소년 야구발전을 위해 경기도 용인에 있는 본인 소유의 땅 3000평(약 1만㎡)에 리틀야구장을 짓기로 했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