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프로스포츠는 4.11총선 사각지대였다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2-04-11 11:12


4·11 총선일인 11일 프로야구와 프로축구 선수들은 경기 일정 때문에 대부분 투표에 참가할 수 없는 실정이다. 사진은 지난 7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두산과 넥센의 시즌 개막전. 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2012.04.07/


"투표? 우리도 하고싶다. 그러나…."

4월 11일은 제19대 국회의원선거 날이다.

이번 4·11총선은 제18대 대선(12월 19일)을 앞두고 열리는 것이어서 정치권은 물론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도 비상한 관심사다.

선거철마다 등장하는 단골 구호이지만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자'는 호소가 어느 때보다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소중한 한 표'가 딴세상 얘기처럼 들리는 집단이 있다. 누구를 탓할 수도 없다. 어쩔 수 없는 현실때문이다.

시즌을 한창 진행중인 프로야구와 프로축구 선수들이 그 '집단'이다.

공교롭게도 선거일인 11일 프로야구와 프로축구 정규시즌 경기가 일제히 열리는 날이다.


프로야구의 경우 1군리그 4경기, 2군리그(퓨처스리그) 5경기가 잡혀있고, 프로축구는 총 8경기다.

이 가운데 원정경기를 치르는 팀은 투표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야구는 4경기가 열리지만 원정경기를 치르는 팀은 사실상 5개팀이다.

한화가 청주에서 경기를 치르기 때문에 주연고지 대전이 아닌 청주에 선수단 임시 캠프를 차렸다.

한화를 비롯해 삼성(광주 원정), 두산(청주 원정), 롯데(서울 원정), SK(서울 원정) 등 5개팀이 주중 3연전을 치르기 위해 지난 9일부터 연고지를 비운 상태다.

퓨처스리그의 경우 연고지를 비운 팀이 더 늘어난다. 모든 경기가 홈팀 연고지 인근지역에서 경기를 치르기 때문이다. 이날 경기를 갖는 10개팀 가운데 단체로 부재자 투표를 하는 상무, 경찰청 정도를 제외한 8개팀이 선거에 참여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롯데(상동구장)와 SK(송도구장)가 연고지와 경기장이 가장 가깝기는 하지만 오후 1시 경기 준비를 위해 오전에 소집해야 하기 때문에 투표소를 다녀오기가 쉽지 않다.

구단 관계자들에 따르면 프로야구의 경우 원정경기 때 이동하는 선수단, 코칭스태프, 프런트의 총 인원이 1, 2군 합쳐 구단당 100명 안팎이라고 한다.

따라서 프로야구만 놓고 볼때 600여명 가량이 투표에 참가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나마 홈팀의 경우 경기장으로 출퇴근하기 때문에 오전에 투표 참가를 할 수 있다.

부재자 투표를 활용할 수 있지만 각 구단들이 선수 개인의 자율에 맡기기 때문에 실효성도 없다. 특히 올해 부재자 투표의 경우 신고기간(3월 23∼27일)이 시범경기가 한창 진행중인 때여서 웬만한 정성을 기울이지 않는 한 참여하기 어렵다.

프로축구도 마찬가지다. 이날 원정경기를 치른 FC서울, 포함, 성남 등 8개팀은 10일 원정지로 이동했기 때문에 투표를 포기했다. 프로축구는 팀당 30명 정도가 원정경기때 이동한다.

홈팀이라고 해도 딱히 나을 것도 없다. 소속팀 선수들이 대부분 연고지에 사는 프로야구와 달리 프로축구는 연고지 거주 개념이 약하기 때문에 타지역에 주소지를 둔 경우가 더 많다.

구단의 한 관계자는 "당장 코 앞에 닥친 경기에 신경쓰느라 마음의 여유가 없는 데다, 연고지를 떠나 있으면 투표할 엄두는 내지도 못하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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