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개막특집] "올시즌 내게 OOO는 없다", 이대수 GG를 경계하다

김남형 기자

기사입력 2012-04-05 12:57 | 최종수정 2012-04-05 12:57


이 눈물, 어찌 잊을 수 있을까. 하지만 이대수는 감격을 기억하되 자만을 버리기로 했다. 한화 이대수는 "올해 내게 OOO는 없다"를 묻자 "골든글러브는 없다"고 답했다. 지난해 12월 이대수가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뒤 감격에 겨워 눈물을 글썽거리며 소감을 말하고 있다.
김보라 기자 boradori@sportschosun.com

"올해 내게 야식은 없다!"

프로야구와 야식이 무슨 연관이 있을까. SK 신인투수 임치영은 야심차게 이렇게 외쳤다. 올해 더이상 야식은 없다고.

야구선수들은 '올빼미족'인 경우가 많다. 특히 1군 선수들은 밤늦게 경기가 끝난 뒤 원정숙소로 돌아가면 11시 안팎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출출하면 동료 선수들과 함께 치킨, 족발 등 야식을 배달시켜 먹기도 한다. 야식 때문에 운동량이 있음에도 체중 관리가 안 되는 선수도 있다.

결국 절제와 연관된 의지다. 임치영은 "고려대 3학년까지는 에이스였지만 4학년이던 작년엔 야구를 잘 못했다. 절제가 잘 안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올해는 주위 사람 만나는 것도 줄이고 야식을 먹지 않겠다"고 말했다.

프로야구 개막을 맞아 스포츠조선은 야구인들에게 '올해 내게 OOO는 없다'의 빈 칸을 채워달라는 질문을 했다. 구단별로 3명씩 모두 24명의 감독 혹은 선수들이 새 시즌을 앞두고 절실한 목표를 밝혔다.

가정학습도 포기한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역전패는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지난해 삼성은 7회까지 앞선 경기에서 65승1무1패, 승률 9할8푼5리를 기록했다. 8개 구단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1위 수치다. 유일한 1패마저 올해는 없도록 하겠다는 의미. 실현된다면 또한번 1위를 노려볼 수 있을 것이다.

삼성 오승환은 "블론세이브는 없다"고 했다. 지난해 47세이브를 거두면서 블론세이브가 딱 한차례였다. 역시 무결점 세이브를 위해 뛰겠다는 뜻이다. 같은 팀 최형우는 "올해 나에게 2등은 없다"고 했다. 지난해 30홈런으로 생애 첫 홈런 타이틀 획득. 기세를 잇겠다는 각오다.


LG 봉중근은 "고개 떨굼은 없다"고 했다. 수술후 지루한 재활을 거쳐 다시 맞이한 시즌이다. 늘 당당히 타자와 대결하겠다는 포부다. 같은 팀 임찬규는 "조기강판은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불펜에서 활약하다 올해 선발로 뛰게 됐으니 마운드에서 어떻게든 버텨야 한다.

한화 한대화 감독은 "선발 로테이션 변경은 없다"고 강조했다. 박찬호를 포함한 선발투수들을 믿겠다는 의지인 동시에, 강해진 타선이 제몫을 해줄 것이란 의미라고 설명했다. 한화 류현진은 "나에게 19승 미만은 없다"고 말했다. 이제까지 개인최다승이 2006년의 18승이었다.

"부상이란 없다"고 말한 롯데 강민호는 백업포수가 마땅치 않은 팀상황을 고려했다. 본인이 다치면 팀이 흔들릴 수 있으니 건강하게 시즌을 치르겠다는 의미다. 같은 팀 송승준은 "롤러코스터, 없다"고 했다. 좋은 투수지만, 송승준은 기복이 있는 편이라 롤러코스터란 별명이 있었다. 이걸 떨쳐버리겠다고 했다.

KIA 윤석민은 "올해 나에게 패배란 없다"고 했다. 평범한 얘기 같지만 승률 100%에 도전해야, 출전 경기 전승을 노려야 결국엔 20승도 가능하다는 뜻이다.

SK 정근우는 "올해 가정학습은 없다"는 독특한 표현을 했다. 정근우는 "작년에 집에서 아이가 학습지를 풀 때 가르쳐봤다. 애들 공부가 쉽지 않아 예습도 해야하고 신경쓸 게 많더라. 올해는 가정학습은 와이프에게 맡기고 야구에만 전념하겠다"고 이유를 밝혔다.

아침 햇살, 절대 안 보겠다

LG 김기태 감독은 프로야구판의 대표적인 애연가중 한명이다. 김 감독은 "올해 나에게 경기중 흡연은 없다"고 선언했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경기중에 고생하는데 나도 뭔가를 노력해야하지 않겠는가"라고 위트있는 답변의 이유를 설명했다.

KIA 나지완은 "나에게 아침에 보는 해란 없다"고 말했다. 1군은 야간경기를 치르지만 2군은 낮게임을 한다. 한여름에 2군에 다녀오면 선수들 얼굴이 시커멓게 변한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2군에 있으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때문에 아침해를 봐야한다. 결국 2군에 내려가는 일 없이 1군에서 제대로 실력발휘를 하겠다는 의지다.

넥센 김시진 감독은 "가을 휴식은 없다"고 했다. 반드시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가을에도 야구하겠다는 뜻이다.

요즘 많이 쓰이는 시크(chic)란 단어가 있다. '멋진, 세련된'의 의미다. SK 김강민은 "올해 시크란 없다"고 했다. "평소 내가 무서워서 말을 못 건다는 팬들이 있다. 평소에도 표정을 밝게 짓겠다"고 말했다.

한화 이대수는 "골든글러브는 없다"고 했다. 반어적 의미다. 군산 앞바다의 조그만 섬 출신인 이대수는 지난해 10년만에 유격수 골든글러브를 거머쥐었다. 감격스런 순간이었다. 이대수는 "작년에 골든글러브를 받았다는 자만을 경계하고 싶다"고 했다.

롯데 홍성흔은 "나에게 2인자란 없다"고 했다. 늘 꼬리표처럼 따라다닌 타격 타이틀 2인자의 이미지를 벗겠다는 각오다. 두산 김현수는 "교체는 없다"고 했다. 전경기, 나아가 전이닝 소화를 주요 덕목으로 여긴다고 한다. 김현수는 김진욱 감독에게 이같은 목표를 밝혔다. 같은 팀 손시헌은 "결장은 없다"고 했고 이용찬은 "로테이션 거르는 법은 없다"고 말했다.

넥센 박병호는 "유망주 닉네임은 없다"고 말했다. 늘 잠재력을 인정받아왔지만 한편으론 유망주란 수식어에서 그간 벗어나지 못했다. 괄목상대, 박병호가 바라는 바다. 팀동료인 이택근은 "내 자신은 없다"라고 했다. 개인 성적 보다는 팀플레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이다. KIA 이용규도 "결장은 없다"고 했다.

현실적인 목표를 밝힌 선수도 있고, 100%에 도전하겠다거나 생활습관에 관련된 의지를 보인 케이스도 있었다. 이들의 '없다' 시리즈가 많이 실현될수록 야구팬들의 즐거움도 커질 것이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 '올해 내게 OOO는 없다' 24명의 대답은

두산

손시헌=올해 나에게 결장은 없다(전 경기 출전 희망)

김현수=올해 나에게 교체는 없다(평소 전 경기 출전은 물론, 전 이닝 소화를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생각함. 김진욱 감독에게도 이같은 목표 밝힘)

이용찬=올해 나에게 선발 로테이션 거르는 법은 없다.

넥센

김시진 감독=올 시즌 가을에 휴식은 없다

이택근=올시즌 내 자신은 없다(팀플레이 강조)

박병호=올시즌 유망주라는 닉네임은 없다

KIA

이용규=나에게 경기결장은 없다(잔부상은 없다고도 했는데, 결국은 안다치고 133경기를 소화하겠다는 뜻)

윤석민=나에게 패배란 없다(승률 100%, 출전경기 전승을 마음속으로 각오해야 20승도 노려볼 수 있지 않겠냐는 뜻)

나지완=나에게 아침에 보는 해란 없다(2군은 낮게임을 하기 때문에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아침해를 봐야한다. 2군에 내려가는 일 없이 제대로 실력발휘를 하겠다는 목표)

SK

정근우=가정학습은 없다(작년에 아이가 학습지를 풀 때 가르쳐 봤는데 애들 공부가 쉽지가 않아 예습도 해야되고 신경쓸게 많았다. 올해는 가정학습은 와이프에 맡기고 야구에만 전념하겠다고 설명)

김강민=시크란 없다(평소엔 내가 무서워서 말을 못건다는 팬들이 있다. 평소에도 표정을 밝게 짓겠다)

임치영=야식은 없다(고대 3학년까지 에이스였지만 4학년이던 작년엔 못했다. 절제를 잘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 그래서 올해는 주위 사람 만나는 것도 줄이고 야식을 먹지 않겠다고 설명)

삼성

류중일 감독=나에게 역전패는 없다

오승환=나에게 블론세이브는 없다

최형우=나에게 2등은 없다

LG

김기태 감독=나에게 경기중 흡연은 없다(선수들이 경기중 고생하는데 감독 역시 노력하는 뭔가를 보여줘야하지 않겠냐며)

봉중근=나에게 고개숙일 일은 없다

임찬규=나에게 조기강판은 없다

한화

한대화 감독=선발 로테이션 순서 변경은 없다

이대수=나에게 골든글러브는 없다(작년에 골든글러브 받았다는 자만심을 경계한다는 의미)

류현진=나에게 19승 미만은 없다(류현진의 개인최다승이 2006년의 18승)

롯데

홍성흔=나에게 2인자란 없다(타격 타이틀 2인자 이미지를 벗어던지겠다며)

강민호=나에게 부상이란 없다(백업포수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본인이 부상을 당하면 롯데가 흔들릴 수 있다며)

송승준=나에게 롤러코스터란 없다(기복있는 투구로 롤러코스터란 별명 얻었는데 떨쳐버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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