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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 포수, 왼손 2루수, 왼손 3루수, 왼손 유격수, 왼손 언더핸드스로 투수. 국내 프로야구는 물론, 메이저리그, 일본 프로야구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포지션이다. 웬만한 야구팬이라면 1루수를 제외하고, 좌투 내야수가 없는 이유를 알고 있다. 좌투 내야수는 수비 때 1루수에게 공을 뿌리려면 몸을 반바퀴 정도 돌려야 한다. 그만큼 우투 선수에 비해 불리하다. 왼손 포수도 비슷한 핸디캡이 있다. 타자 중 우타자가 60~70%이기 때문에 왼손 포수가 2,3루에 공을 던지기 어렵다. 또 투수 입장에서 보면, 왼손 포수가 익숙하지 않아 투구에 집중하기 어렵다.
일반적인 비율보다 왼손잡이 야구 선수가 많다는 것은 희소성 덕분에 유리한 면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에서 열거한 내야 포지션의 경우, 오른손잡이 위주로 만들어진 야구룰 때문에 좌투 선수가 불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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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 입단해 10년 넘게 빅리그를 경험한 김병현은 "예전에 스위치 투수가 있었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메이저리그에 있는 동안에는 보지 못했다. 한쪽으로 던져도 잘 하기 어려운데, 양쪽으로 다 잘 던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왼손 언더핸드스로 투수도 마찬가지다. 일단 좌완투수 비율이 적고, 더구나 일반적으로 투수는 오버핸드로 던진다. 왼손 언더핸드스로 투수가 나올 확률이 그만큼 적다. 김병현은 "왼손 언더핸드스로 투수가 있으나 제대로 던지는 것을 거의 보지 못했다"고 했다. 메이저리그에서 왼손 언더핸드스로 투수로 성공한 예는 2004년 보스턴 레드삭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에 기여한 마이크 마이어스 정도다. 주로 왼손타자 원 포인트 릴리프로 나선 마이어스는 애리조나와 시애틀 매리너스, 보스턴, 콜로라도 로키스, 뉴욕 양키스에서 13년 간 뛰었다. 좌타자는 오른손 언더핸드스로 투수의 공은 오래 볼 수 있는 이점이 있지만, 왼손 언더핸드스로를 상대할 때는 공이 등 뒤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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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프로야구에서는 두산 베어스 김창훈과 롯데 자이언츠 최혁권이 좌완 사이드암 투수다. 프로 8년 차인 최혁권은 경찰청 시절 사이드암 투수인 우규민(LG)의 투구폼을 장난 삼아 따라하다가 오버핸드에서 사이드암으로 변신했다. 오버핸드 때보다 직구 수속이 5~6km 떨어졌으나 공 끝이 좋아졌다는 평가다.
포수의 경우 예외없이 우투지만 타격 때 좌타석에 들어가는 선수가 적지 않다. 뉴욕 양키스의 포수 호르헤 포사다는 스위치 타자로 한 경기에서 왼쪽 오른쪽 양타석에서 홈런을 기록한 적도 있다. 롯데 포수 최기문 또한 스위치 타자였다.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좌투인 SK 박정권이 경기 후반 2루수로 투입된 적이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선수 부족으로 인한 임시방편이었다.
특정 포지션에 좌투 선수를 보기 어렵고, 특정 타자 때 특정 투수를 내지 않는 것은 오랜 경험과 통계를 통해 나타난 기록 때문이다. 좌완 투수는 좌타자에 강하다는 식이다.
김병현은 이런 정형화된 패턴에 대해 비판적이다. 김병현은 "메이저리그 시절 감독들은 좌타자가 나오면 날 어김없이 교체했고, 좌타자 타석 때 등판시키지 않았다. 어찌보면 당연할 수도 있지만 충분히 상대할 수 있고, 자신이 있었는데도 그랬다. 코칭스태프가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기 싫어서 그런 것 같다. 패턴대로 가면 맞아도 별 말이 안 나오는데, 모험을 했다가 실패하면 말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에 특정 포지션에 좌투 선수가 없다는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설명할 수 있다. 흔히 야구는 확률의 경기라고 한다. 아울러 정교하면서도 예민한 스포츠이다. 코칭스태프는 약간의 불리한 점, 핸디캡을 감수하지 않는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