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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만나자 상대 투수들은 떨었다.
지난 27일 대구구장에서 삼성과 만난 롯데 투수들이 그랬다. 아웃카운트나 주자 상황에 관계없이 연속해서 이승엽-최형우의 벽을 넘지 못했다. 둘 가운데 적어도 한 명에게는 꼭 얻어 맞았다.
이날 이승엽-최형우 조합에 가장 호되게 당한 것은 롯데 용병 에이스 사도스키였다. 사도스키는 1회말 이승엽을 볼넷으로 내보낸 뒤 최형우에게 즉각 선제 투런홈런으로 응징을 당했다. 이어 2회말에는 이승엽을 삼진으로 잡아냈지만, 다시 최형우에게 2타점짜리 3루타를 얻어맞았다.
사도스키의 이날 몰락은 서막일 뿐이다. 올해 정규시즌이 되면 이승엽-최형우 좌타라인은 상대 투수들에게는 분명 커다란 벽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시아 홈런왕' 이승엽이라는 큰 산 뒤에 '2011 홈런왕' 최형우가 버티면서 엄청난 압박감을 빚어내기 때문이다.
최형우 "승엽이 형이 있어 더 힘이 난다"
이날 경기 결과를 보면 앞에 나온 이승엽 보다는 뒤에 나온 최형우가 훨씬 좋은 성적을 냈다. 그렇다고해서 이승엽의 실력이 녹슬었다거나 최형우가 이승엽을 압도할만큼 기량이 뛰어나다고 해석해서는 안된다.
그보다는 최형우가 상대적으로 이승엽으로 인한 빈사이익을 얻었다고 보는 편이 낫다. 실제로 최형우는 이렇게 말했다. "승엽이 형이 앞에 있다는 것으로 인해 분명 내가 도움을 받는 부분이 크다. 상대 투수들이 승엽이 형을 거르거나 혹은 승엽이 형이 출루하거나 모두 내게 유리한 상황이 된다. 그게 바로 승엽이 형의 존재감이다".
이는 결국 이승엽-최형우 라인의 파괴력은 '3번 이승엽'으로 인해 발생한다는 얘기다. 최형우는 "사실 시범경기 초반에 관중들이 이승엽 선배의 이름만 연호할 때는 부담감이 있던 게 사실이었다. 그러나 곧 그런 내 생각이 건방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승엽이 형이 부각돼 상대 투수들이 부담스러워 할 수록 내게 기회가 많이 생긴다고 생각하니 무척이나 감사하다"며 이승엽의 존재로 인해 더욱 힘이 난다고 말했다. 올 시즌 이승엽-최형우 중심타선의 파괴력이 얼만큼 위력을 뿜어낼 지 기대된다.
대구=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