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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지금 이대로 시즌을 맞이해도 괜찮을까. 한화 박찬호(39)가 또 무너졌다. 1주일 만에 등판한 실전경기이자 시범경기 첫 등판에서 실망스런 투구끝에 강판됐다.
박찬호가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박찬호는 이날 경기 후 인터뷰에서 "SK, 롯데 타자들 모두 선구안이 좋았다. 유인구를 던져도 방망이가 나오지 않는다"고 밝혔다. 실제 이날 경기에서 박찬호가 던지는 유인구에 롯데 타자들의 방망이는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박찬호가 던진 낙차 큰 커브, 슬라이더 등에 헛스윙을 연발하던 메이저리그 선수들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 박찬호는 "투스트라이크를 잡아놓고도 승부가 힘들었다. 공을 많이 보여주면 투수에게 손해인데 오늘 경기 1회에서 타자들에게 너무 많은 공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투구수가 늘어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다. 박찬호는 이날 경기에서 3⅓이닝 동안 총 80개의 공을 던졌다. 1회에만 36개였다. 결론은 박찬호의 현 구위가 한국타자들을 압도하지 못한다는 것에 있다. 그러니 타자들이 속지도 않고, 커트를 해낼 수 있는 것이다. 직구 최고구속이 146km를 기록했지만 전반적으로 직구 스피드는 140km대 초반에 그쳤다. 변화구의 각도 밋밋했다. 황재균에게 허용한 홈런도 한가운데로 몰린 실투성 커브였다.
롯데 타자들 "칠 만 했다."
그렇다면 박찬호를 직접 상대한 타자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박찬호의 공을 두 타석에서 친 롯데의 한 선수는 "특별한 느낌이 들지는 않았다. 평범한 구위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선수도 "칠 만한 공이었다. 아직 몸상태가 100%가 아니기 때문에 쉽게 평가할 수는 없지만 오늘 구위면 공략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롯데 타자들은 전반적으로 메이저리그 124승의 '대투수' 박찬호 앞에서 전혀 주눅들지 않고 시원하게 방망이를 돌리는 모습이었다.
박찬호를 상대로 극과극의 성적을 기록한 두 사람이 있다. 한 명은 한국에서 던지는 박찬호를 상대로 최초 홈런타자가 된 황재균과 허무하게 스탠딩 삼진을 당한 홍성흔이었다. 황재균은 "직구를 노리다가 변화구 2개에 투스트라이크로 몰렸다. 볼카운트가 불리한 상황에서 변화구를 노리던 차에 커브가 들어와 타이밍이 잘 맞았던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실투였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찬호 본인도 이를 인정했다. 박찬호는 "낮게 던져 땅볼을 유도하려던 커브가 가운데로 몰렸다"고 실투를 인정하며 "볼카운트가 유리했기 때문에(2-1) 몸쪽 승부를 한 번 하고 변화구를 던졌으면 홈런이 안나왔을텐데 아쉽다"고 밝혔다.
홍성흔은 풀카운트에서 몸쪽공을 그대로 바라보며 삼진을 당하고 말았다. 평소 절친한 홍성흔에 대해 박찬호는 "성흔이가 내가 어려우니 도와준 것 같다"며 껄껄 웃고 말았다. 경기 후 만난 홍성흔은 "일부러 안친건 절대 아니다"며 "꼼짝 못하게 공이 몸쪽 꽉 찬 곳으로 잘 들어왔다"고 말했다. 홍성흔은 "찬호형이 이것저것 시험해보려는 것처럼 보였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70~80%만 힘을 쓴 것 같다"며 "몸쪽으로 들어오는 싱커가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조금 더 지켜봐야 정확히 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것 같다"는 것이 롯데 선수들의 전반적인 평가였다.
청주=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