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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 "한국 타자들, 유인구에 안속아 힘들다"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2-03-21 17:18 | 최종수정 2012-03-22 08:21


21일 청주야구장에서 한화이글스와 롯데자이언츠의 시범경기가 열렸다. 시범경기 두 번째 등판한 박찬호가 4회 황재균에게 투런 홈런을 허용하는 등 3과 1/3이닝 투구하며 4실점 했다. 4회 황재균에게 좌월 투런 홈런을 허용한 박찬호가 황재균의 홈런 타구를 바라보고 있다.
청주=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과연 지금 이대로 시즌을 맞이해도 괜찮을까. 한화 박찬호(39)가 또 무너졌다. 1주일 만에 등판한 실전경기이자 시범경기 첫 등판에서 실망스런 투구끝에 강판됐다.

박찬호는 21일 청주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시범경기에 선발등판, 3⅓이닝 동안 홈런 1개 포함 6개의 안타를 얻어맞고 4실점했다. 지난 14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렸던 SK와의 연습경기에서 2⅔이닝 4실점한 이후 또다시 부진한 모습을 보여 국내 무대 데뷔 후 시작부터 불안감을 노출하게 됐다.

박찬호 "한국 타자들, 유인구에 속지 않는다."

박찬호가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박찬호는 이날 경기 후 인터뷰에서 "SK, 롯데 타자들 모두 선구안이 좋았다. 유인구를 던져도 방망이가 나오지 않는다"고 밝혔다. 실제 이날 경기에서 박찬호가 던지는 유인구에 롯데 타자들의 방망이는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박찬호가 던진 낙차 큰 커브, 슬라이더 등에 헛스윙을 연발하던 메이저리그 선수들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 박찬호는 "투스트라이크를 잡아놓고도 승부가 힘들었다. 공을 많이 보여주면 투수에게 손해인데 오늘 경기 1회에서 타자들에게 너무 많은 공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참아내는 것 뿐 아니라 커트도 박찬호를 괴롭혔다. 변화구로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아도, "몸쪽 승부를 많이 했다"는 박찬호의 말처럼 몸쪽으로 좋은 공이 들어가도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롯데 타자들은 계속해서 파울을 만들어냈다. 그렇게 볼카운트 싸움을 벌이다 안타를 허용했다. "미국과 비교해 한국타자들은 공을 매우 늦게까지 본다. 커트해내는 한국타자들의 성향을 크게 신경 쓰지는 않는다"고 말한 박찬호지만 계속해서 똑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힘이 빠질 수 밖에 없다.

투구수가 늘어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다. 박찬호는 이날 경기에서 3⅓이닝 동안 총 80개의 공을 던졌다. 1회에만 36개였다. 결론은 박찬호의 현 구위가 한국타자들을 압도하지 못한다는 것에 있다. 그러니 타자들이 속지도 않고, 커트를 해낼 수 있는 것이다. 직구 최고구속이 146km를 기록했지만 전반적으로 직구 스피드는 140km대 초반에 그쳤다. 변화구의 각도 밋밋했다. 황재균에게 허용한 홈런도 한가운데로 몰린 실투성 커브였다.

롯데 타자들 "칠 만 했다."


그렇다면 박찬호를 직접 상대한 타자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박찬호의 공을 두 타석에서 친 롯데의 한 선수는 "특별한 느낌이 들지는 않았다. 평범한 구위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선수도 "칠 만한 공이었다. 아직 몸상태가 100%가 아니기 때문에 쉽게 평가할 수는 없지만 오늘 구위면 공략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롯데 타자들은 전반적으로 메이저리그 124승의 '대투수' 박찬호 앞에서 전혀 주눅들지 않고 시원하게 방망이를 돌리는 모습이었다.

박찬호를 상대로 극과극의 성적을 기록한 두 사람이 있다. 한 명은 한국에서 던지는 박찬호를 상대로 최초 홈런타자가 된 황재균과 허무하게 스탠딩 삼진을 당한 홍성흔이었다. 황재균은 "직구를 노리다가 변화구 2개에 투스트라이크로 몰렸다. 볼카운트가 불리한 상황에서 변화구를 노리던 차에 커브가 들어와 타이밍이 잘 맞았던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실투였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찬호 본인도 이를 인정했다. 박찬호는 "낮게 던져 땅볼을 유도하려던 커브가 가운데로 몰렸다"고 실투를 인정하며 "볼카운트가 유리했기 때문에(2-1) 몸쪽 승부를 한 번 하고 변화구를 던졌으면 홈런이 안나왔을텐데 아쉽다"고 밝혔다.

홍성흔은 풀카운트에서 몸쪽공을 그대로 바라보며 삼진을 당하고 말았다. 평소 절친한 홍성흔에 대해 박찬호는 "성흔이가 내가 어려우니 도와준 것 같다"며 껄껄 웃고 말았다. 경기 후 만난 홍성흔은 "일부러 안친건 절대 아니다"며 "꼼짝 못하게 공이 몸쪽 꽉 찬 곳으로 잘 들어왔다"고 말했다. 홍성흔은 "찬호형이 이것저것 시험해보려는 것처럼 보였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70~80%만 힘을 쓴 것 같다"며 "몸쪽으로 들어오는 싱커가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조금 더 지켜봐야 정확히 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것 같다"는 것이 롯데 선수들의 전반적인 평가였다.


청주=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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