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로 보직이 바뀐 LG 리즈가 시범경기 첫 등판부터 삼성 이승엽을 상대했다. 이승엽이 18일 시범경기 두번째날 최형우와 함께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잠실=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
LG 마무리투수 리즈가 시범경기 첫 등판부터 거물타자를 상대했다.
시범경기가 개막 2연전부터 구름 관중을 몰고왔다. 현장에서 뛰는 선수들도 신바람이 났다. 이 과정에서 잠실구장에선 관중을 위한 특별한 '이벤트'가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 17일 LG와 삼성의 잠실 경기. 삼성이 8대3으로 승리한 이날, 9회에 LG 마무리투수 리즈가 등판했다. 지난해 선발로 뛰었지만 올시즌엔 마무리투수로 보직 변경이 이뤄진 투수라서 관심을 모았다.
그런데 등판 시점이 흥미로웠다. 삼성 이승엽이 타석에 나올 차례였기 때문이다. 이승엽은 앞선 5회에 쭉쭉 뻗어나간 2점홈런을 터뜨린 상태였다.
리즈는 처음부터 한타자 정도만을 상대하기로 돼있었다. 마무리로서 공식경기 첫 등판이니 부담을 줄여주고 가볍게 몸을 푸는 의미의 등판이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이승엽 타석때 내보낼 이유가 있었을까. 그것도 홈런을 친 타자를 상대로 말이다.
알고보니 LG 김기태 감독의 관중에 대한 배려였다. LG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잠실구장을 찾아온 1만8000명 관중을 위해 일종의 팬 서비스를 했다는 것이다. "시범경기일 뿐이지만 첫날부터 정말 많은 팬들이 왔다. 이승엽-리즈 카드라면 쌀쌀한 날씨에 야구장을 찾은 팬들에게 좋은 선물이 되지 않았겠는가." 경기후 이같은 얘기가 LG쪽에서 나왔다.
거꾸로 삼성쪽에서도 당초 계획을 바꿨다고 한다. 이날 지명타자로 출전한 이승엽은 본래 마지막 타석에 대타로 교체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리즈가 등판하는 게 감지됐다. 벤치에서 이승엽에게 "한번 쳐볼래?"라고 물어봤고 이승엽이 "상대해보고 싶다"고 말하면서 투타 대결이 성사된 것이다. 아마 이승엽도 본인과 리즈의 대결이 관중에게 좋은 선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결과는 헛스윙 삼진이었다. 직구 151㎞(헛스윙)-체인지업 142㎞(볼)-직구 149㎞(헛스윙)-직구 155㎞(헛스윙) 순서로 공 4개의 대결 끝에 리즈가 승리했다. 마지막 공은 전광판 기준으로 155㎞, LG 전력분석 스피드건 기준으로는 156㎞가 나왔다. 보는 이에 따라 리즈가 이날 투심패스트볼을 섞어던졌다는 얘기도 나왔다.
이승엽은 이튿날인 18일 리즈와 관련해 "정말 빠르던데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못 칠 공은 아니라고 판단했다는 게 삼성 관계자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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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둘간의 맞대결이 분명 몇차례 더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8년만에 돌아온 '국민타자'와 한국프로야구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중 한명의 대결은 언제나 흥미로울 것이다. 한편 리즈는 18일 경기에도 등판한 뒤 강봉규의 타구에 다리를 맞고 교체됐다. 뼈가 아니라 근육쪽에 맞았기 때문에 큰 부상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