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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시 경기 시작에 앞서 모인 양팀 분위기는 여전히 박찬호의 여운이 남아있었다.
공교롭게도는 KIA는 지난 29일 박찬호의 성공적인 실전등판 희생양이었다.
이 코치는 "그렇게 잘 던질 줄 몰랐다. 깜짝 놀랐다"면서 "커브 낙차가 좋은 데다 제구력이 뛰어나서 국내 타자들이 빨리 적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때 한화 김태균이 배팅 연습을 하다가 KIA 덕아웃 쪽으로 인사를 하러 다가왔다. 벤치 앞줄에 앉아 있던 옛 선배 이범호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범호 뒤에 있던 김평호 작전코치가 장난스럽게 이범호에게 은밀히 '작전지시(?)'를 했다.
"범호야, 저기 태균이 온다. 기선제압하게 먼저 기 한 번 죽여부러라." 이범호는 지시를 충실하게 따랐다.
김태균이 허리를 살짝 굽히며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자 이범호는 "야, 머리를 푹 숙이고 인사를 해야지"라고 일부러 버럭 소리를 냈다.
하지만 김태균에게 통하지 않았다. 김태균은 능청스런 웃음으로 화답하며 속삭이듯 "팍(PARK·박찬호) 정말 어땠어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이범호는 "야, 진짜 볼 괜찮더라. 그렇게 준비돼 있는 줄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이범호의 입에서 나온 푸념이 압권이었다.
"태균아, 이러다가 찬호형 5, 10년 더 하는 거 아냐?"
오키나와(일본)=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