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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력의 핵심은 2번에 달렸다."
'2번타자'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선 감독의 공격야구는 KIA에서 새롭게 만든 것은 아니다. 이미 과거 삼성시절에도 선 감독은 수 차례 "2번타자가 잘해줘야 공격이 살아난다"고 강조한 바 있다. 2009시즌이 막 시작된 4월10일 광주구장. 당시 삼성 지휘봉을 잡았던 선 감독은 이날 KIA전을 앞두고 파격적인 라인업을 선보였다. 바로 '거포' 양준혁을 2번 타순에 넣은 것. 그 때 선 감독은 "공격력 강화를 위해서는 잘 치는 타자를 2번에 넣는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한 바 있다. 삼성의 2번은 주로 박한이가 맡았지만, 때때로 양준혁이나 박석민을 파격적으로 기용하기도 했다.
통상적인 공격의 사례를 생각해보자. 출루능력이 좋은 1번이 출루한다. 이 경우 2번 타자는 진루타에 치중한다. 번트를 대거나 내야 땅볼을 쳐서 선두타자를 득점 포지션인 2루 혹은 3루로 보내는 것. 그러면 아웃카운트는 하나 늘어나지만, 3~5번 클린업트리오는 타점을 올릴 가능성이 커진다.
그래서 선 감독은 "2번이 잘 쳐주면 팀의 득점력이 훨씬 좋아진다. 아웃카운트를 잃지 않더라도 득점할 수 있고, 클린업타자들에게도 훨씬 다양한 득점찬스가 생긴다"고 말하면서 올 시즌 2번을 잘 택해야 한다고 밝혔다.
2012, KIA 2번 누가 맡을까
그렇다면 올 시즌 이처럼 막중해진 KIA의 2번 자리는 누가 맡게 될까. 지난 시즌까지는 유격수 김선빈이 KIA의 2번을 주로 맡았다. 김선빈은 통상적인 야구에서는 2번에 매우 적합한 선수다. 작전 수행능력이 좋고, 진루타를 쳐 낼수 있는 기술을 갖췄다. 도루 능력도 있어서 출루할 경우 톱타자 이용규와 함께 상대 내야진을 흔들어댔다.
그러나 올해도 김선빈이 붙박이 2번을 맡을 가능성은 적다. 훌륭한 선수이지만, 선 감독이 원하는 유형의 타자는 아니기 때문이다. 선 감독이 원하는 '2번 타자감'은 정확성과 장타력을 겸비한 타자다. 지난해 처음 규정타석을 소화하면서 2할9푼(335타수 97안타)을 소화한 김선빈은 정확성은 갖췄지만, 장타력이 떨어진다.
현 시점에서 선 감독의 기준에 가장 근접한 타자는 2루수 안치홍으로 볼 수 있다. 안치홍은 지난해 115경기에 나서 타율 3할1푼5리(378타수 119안타)에 46타점을 기록했다. 허리디스크의 후유증으로 홈런갯수는 5개로 줄었지만, 두 자릿수 홈런을 충분히 칠 힘이 있다. 그래서 선 감독은 "현재로서는 안치홍이 가장 2번에 어울린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2번 타자가 안치홍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가장 근접했을 뿐이다. 선 감독은 "현재 우리팀에서 보직이 확정된 선수는 톱타자 이용규와 에이스 윤석민 뿐이다. 캠프를 통해 여러 선수를 테스트해보면서 2번 타자도 찾아나가겠다"고 말했다. 선 감독 스타일 공격야구의 중심축인 2번을 누가 맡게 될 지 주목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