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현과 볼티모어 계약, 대체 왜 논란인가

SK에서 FA가 된 투수 정대현. 스포츠조선 DB

FA 정대현의 계약 형태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메이저리그 계약이냐, 아니면 스플릿 계약이냐를 놓고 한국과 미국에서 서로 다른 해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정대현과 협상을 진행해온 볼티모어측은 메이저리그 계약이 맞다는 입장이고, 현지 언론에선 40인 로스터를 언급하고 있다. 외신이 전하는 40인 로스터 얘기 때문에 국내 언론에선 정대현의 계약 형태가 메이저리그 계약이 아니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결과적으로 말하면 서로 보는 기준점이 다른 것이다. 미국에서 말하는 '메이저리그 계약'이란 40인 로스터를 의미한다. 40인 로스터는 한국프로야구 용어로 말하자면 보류선수 명단을 의미한다. 또한 근본적으로 메이저리그 계약이 곧 연봉을 보장받는 개런티 계약을 100%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미국 구단은 산하 마이너리그 팀들과 계약관계를 형성한다. 예를 들면 작년까지는 뉴욕 양키스 산하에 있던 마이너리그 팀이 어느날 갑자기 뉴욕 메츠 산하로 편입되기도 하는 건 이런 이유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1군, 2군 개념처럼 직영 형태가 아니다.

40인 로스터에 속한다는 건 빅리그 구단 선수라는 의미이고, 따라서 메이저리그 계약이란 건 근본적으로 40인 로스터에 포함돼 보류선수 자격을 부여받는다는 걸 의미한다. 즉 미국 구단 입장에서 "우리 소속 선수"라고 부를 수 있는 조건이다.

미국 야구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적합한 용어 번역도 쉽지 않은 '지명 할당(designated for assignment)'이란 결국 40인 로스터에서 제외되는 걸 의미한다. 다른 선수를 40인 로스터에 넣기 위해 기존 선수의 자리를 비우는 것이다. 바로 메이저리거 자격을 잃게 되는 걸 의미한다. 선수는 구단에서 지시하는 마이너리그행을 받아들이거나 혹은 다른 구단의 오퍼가 있을 경우 이적할 수도 있다.

그런데 국내 시각에선 '메이저리그 계약=25인 로스터 보장'이라는 식으로 막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측면이 있다. 25인 로스터는 당장 빅리그 실전무대에 뛰는 엔트리를 의미한다.

스플릿 계약은 말 그대로 상황에 따라 연봉을 달리 받는 계약을 의미한다. 25인 로스터에 있을 때는 제대로 된 몸값을 받고 25인 로스터에 제외된 채 40인 로스터에만 포함돼 마이너리그에서 뛸 때는 적은 연봉을 받기로 하는 것이다.

정대현의 계약 형태가 스플릿 계약이 아니라는 게 사실이라면, 정대현은 설령 마이너리그에 내려가있더라도 기존의 몸값을 보장받는 계약을 한다는 걸 뜻한다. 하지만 스플릿 계약이 아니라는 게 반드시 25인 로스터를 보장하는 건 아니다. 당연하게도, 정대현이 부진하면 마이너리그에 내려가 뛸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결국 '메이저리그 계약'이란 40인 로스터에 대한 언급이다. '스플릿 계약'은 돈이 기준이다. 개별 계약내용에 따라 두 기준이 합치될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남형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