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에이스 류현진 '볼 접촉금지령' 이유는?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1-11-13 13:09


한화 류현진은 요즘 볼을 잡고 싶은 욕망을 참기 위해 자신과 싸우고 있다. 스포츠조선 DB


"공 만지면 안돼요."

한화 에이스 류현진(24)이 특별한 겨울나기를 하고 있다.

투수에게 볼은 생명이다. 그 생명같은 볼을 일부러 멀리해야 한다.

류현진에게 떨어진 '체력보강 프로젝트' 때문이다.

류현진은 박정진 양 훈 등과 함께 대전에 남아 마무리 자율훈련을 하고 있다. 지난 1일 한대화 감독이 주전급 선수들을 대거 포함시켜 일본 나가사키 마무리캠프를 떠날 때 류현진 등을 '잔류조'에 포함시켰다.

한 감독은 일본으로 떠나면서 조대현 트레이닝 코치를 통해 류현진과 박정진에게 특명을 내렸다. "볼을 만지지 않게 하라."


대전에 남아서 놀고 먹으라는 얘기는 당연히 아니다. 에이스 보호를 위한 특별조치이자 내년 시즌 도약을 위한 발빠른 준비작업이다.

올시즌 한화 투수진에서 유독 열심히 일한 류현진이다. 류현진은 올시즌 등근육 부상으로 2개월여 가량을 전력에서 빠졌다. 그런데도 24경기에 출전해 완투를 3경기나 했고 11승7패를 기록했다. 경기당 선발 이닝수가 6⅔로 투수왕 윤석민(KIA)과 함께 공동 1위다.

경기당 선발 투구수는 105.4개로 삼성 매티스(108.9개), 두산 니퍼트(107.5개)에 이어 전체 세 번째에 해당할 만큼 많은 볼을 던졌다. 불펜 요원 박정진(35)도 출전 경기수(64경기) 랭킹에서 공동 5위에 오를 만큼 허약한 한화 마운드를 지탱하기 위해 희생하기는 마찬가지.

그래서 한 감독은 4주일간의 마무리훈련을 다녀오는 동안 이들에게 체력보강의 과제를 내린 것이다. 류현진의 경우 더이상 기술훈련을 할 필요는 없다는 판단이다. 대신 시즌 내내 부상과 싸우면서 강행군 피칭으로 지친 몸을 다시 다스려야 한다.

볼을 만지지 않는다 뿐이지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류현진은 요즘 대전구장 인근 '보문산 날다람쥐'로 변신해 있다. 격일제로 산악훈련을 한다. 보문산은 해발 457m로 그리 높지 않지만 왕복 2시간30분의 산행코스를 소화하기에는 쉬운 일이 아니다.

조 코치는 "보통사람 같으면 힘들다고 느낄 만한 코스이지만 현진이는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으로 항상 웃으면서 산을 타는 게 천생 산악인같다"고 말했다.

산악훈련을 하지 않는 날은 대전구장 웨이트 훈련장에서 땀을 흘려야 한다. 오전, 오후로 2시간씩 나눠진 훈련을 어길 수가 없다. 주로 어깨와 하체 강화를 위한 근력 운동이다.

시즌 내내 혹사당했던 어깨를 다시 만들어놓은 게 이번 프로젝트 과제다. 그래야 본격적인 시즌 준비에 착수하는 스프링캠프에서 제대로 써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올시즌 부상에 덫에 걸렸던 류현진은 내년에 한국에서의 마지막이 될지 모를 시즌을 맞아 명예회복을 하고 팀에 선물을 안겨야 한다.

볼을 잡고 싶은 욕망을 버리고, 볼을 제대로 다시 잡기 위해 일찍 준비에 들어간 류현진에게서 내년 시즌을 희망을 볼 수 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