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벼랑끝 SK 발목잡은 적시타 부담감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11-10-31 22:20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SK의 한국시리즈 5차전 3회초 2사 1루에서 SK 1루주자 최정이 박정권의 내야땅볼 때 2루에서 아웃당한 후 아쉬운 듯 앉아있다. 임채섭 2루심이 아웃을 선언이 야속하기만한 최정이다.
잠실=김재현 기자 basser@sportschosun.com 2011,10,31

31일 잠실에서 2011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SK와 삼성의 5차전 경기가 열렸다. 8회 2사 1,2루에서 안지만에 이어 등판한 삼성 마무리 오승환이 SK 안치용을 외야 플라이로 잡은 후 박수를 치고 있다. 잠실=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SK의 한국시리즈 5차전 2회초 1사 만루의 득점찬스에서 SK 정상호가 삼성 차우창의 몸쪽 빠른 공에 속아 삼진아웃 당하면서 득점에 실패하고 말았다.
잠실=김재현 기자 basser@sportschosun.com 2011,10,31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SK의 한국시리즈 5차전 2회초 2사 만루의 득점찬스에서 SK 박진만이 삼진아웃 당하면서 득점에 실패하고 말았다.
잠실=김재현 기자 basser@sportschosun.com 2011,10,31

한국시리즈 5차전 삼성과 SK의 경기가 3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펼쳐졌다. SK 선수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잠실=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2011.10.31/
1승3패로 5차전을 맞이한 SK 선수들은 절박했다. 아무리 야구를 잘하는 선수들이라도 1패만 더하면 시리즈 패자가 되는 상황 속에서 평소와 늘 같은 모습으로 경기장에 나설 수는 없었다. 실제 경기전 SK 이만수 감독의 표정은 평소보다 굳어있었다. 선수들도 평소보다 활달하지 못했다. 밝은 표정으로 자유롭고 활발하게 이야기를 나누던 삼성 측 덕아웃과 온도차가 분명 느껴졌다.

SK 선수단의 '안도' 기준은 선취점이었다. 간절했다. 4차전까지 '선취점=승리' 공식은 깨지지 않았다. 오승환을 중심으로 한 삼성의 철벽 불펜과 50개 이후 구위가 떨어지는 SK 선발 고든을 감안하면 선취점은 더욱 절실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나친 의욕이 오히려 적이었다. 선취점 싸움에서 또 한번 삼성에 밀리고 만 이유였다.

적시타 부재와 잠실구장의 압박감

잠실은 홈런이 가장 나오지 않는 구장이다. SK 타선은 4차전까지 극심한 적시타 부재에 시달렸다. 4차전까지 올린 7득점 중 적시타로 뽑아낸 점수는 2차전 박정권의 적시타가 유일할 정도였다. 나머지는 홈런이나 폭투에 의한 득점이었다.

이쯤되면 야구 잘한다는 SK 타자들도 '찬스 상황'에서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는 상황. 홈런이 상대적으로 잘 나오는 문학구장에서 잠실로 옮겨서 치러진 5차전.

1회부터 SK 타자들을 위축시키는 타구가 나왔다. 선두 정근우가 삼성 선발 차우찬의 133㎞짜리 높은 슬라이더를 당겨쳤으나 펜스 바로 앞에서 좌익수 강봉규에게 잡혔다. 문학구장이었다면 충분히 넘어갔을 타구였다. 정근우만 아쉬웠던 것이 아니었다. SK 선수단 모두의 부담감을 가장 빠른 시간에 해소시켜줄 수 있었을 타구였다. 실제 덕아웃에 비친 화면에 박정권이 얼굴을 찡그리며 크게 아쉬워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야구에서 가정법은 무의미하다. 하지만 만에 하나 정근우의 타구가 펜스를 넘어갔다면 이후 잇단 찬스 상황에서 SK 타자들의 공격 형태가 달라졌을 가능성은 매우 컸다.

투수트라이크 이후의 압박감


SK 선수들의 마음은 초반부터 급했다. 1회 2사후 안타로 출루한 최 정은 박정권 타석 때 리드가 깊었다. 눈치를 챈 차우찬은 잇단 3차례의 견제로 협살을 잡아냈다.

찬스 상황에서 SK 타자들은 투스트라이크 이후의 압박감을 이겨내지 못했다. 0-0이던 2회초 1사 만루. 정상호는 볼카운트 1-2에서 130㎞ 슬라이더에 제 스윙을 했다. 빨랫줄 같은 라인드라이브성 타구가 타이밍이 빨라 파울이 됐다. 바로 직후 몸쪽 147㎞짜리 직구에 어정쩡한 스윙으로 삼진을 당했다. 부담감의 표현이었다. 정상호의 삼진은 후속 타자 박진만에게도 부담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었다. 변화구 유인구 볼 2개를 잘 골라냈으나 잇달아 3개 들어온 빠른공에 풀카운트. 또 한번 직구 승부를 예상했던 박진만은 6구째 135㎞짜리 몸쪽으로 파고든 슬라이더에 스윙도 못해보고 삼진을 당했다. 공교롭게도 박진만은 4회 2사 1,2루에서 똑같은 상황에 몰렸다. 변화구 유인구 2개가 볼, 빠른볼 2개가 스트라이크로 2-2. 전 타석에서 변화구에 당했던 박진만의 머리가 복잡하게 돌아가는 순간 145㎞의 빠른 공이 들어왔다. 박진만의 배트는 허공을 갈랐다. 투스트라이크 상황에 대한 부담이 커진 박진만은 7회 1사 1루 볼카운트 1-3에서 공격을 감행했다가 병살타로 5차전 '불운남'이 되고 말았다.

SK 타자들은 마지막 찬스였던 8회 1사 2루에서도 투스트라이크 이후를 극복하지 못했다. 최 정이 2-2에서 몸쪽 144㎞ 직구에 제 스윙도 못하고 삼진. '끝판 대장' 오승환이 마운드에 오르자 투스트라이크 이후가 부담스러웠던 안치용은 초구 슬라이더에 배트를 내밀어 외야 플라이로 물러났다. SK 타자들을 짓눌렀던 찬스는 더 이상 없었다.


잠실=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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