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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은 홈런이 가장 나오지 않는 구장이다. SK 타선은 4차전까지 극심한 적시타 부재에 시달렸다. 4차전까지 올린 7득점 중 적시타로 뽑아낸 점수는 2차전 박정권의 적시타가 유일할 정도였다. 나머지는 홈런이나 폭투에 의한 득점이었다.
이쯤되면 야구 잘한다는 SK 타자들도 '찬스 상황'에서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는 상황. 홈런이 상대적으로 잘 나오는 문학구장에서 잠실로 옮겨서 치러진 5차전.
야구에서 가정법은 무의미하다. 하지만 만에 하나 정근우의 타구가 펜스를 넘어갔다면 이후 잇단 찬스 상황에서 SK 타자들의 공격 형태가 달라졌을 가능성은 매우 컸다.
투수트라이크 이후의 압박감
SK 선수들의 마음은 초반부터 급했다. 1회 2사후 안타로 출루한 최 정은 박정권 타석 때 리드가 깊었다. 눈치를 챈 차우찬은 잇단 3차례의 견제로 협살을 잡아냈다.
찬스 상황에서 SK 타자들은 투스트라이크 이후의 압박감을 이겨내지 못했다. 0-0이던 2회초 1사 만루. 정상호는 볼카운트 1-2에서 130㎞ 슬라이더에 제 스윙을 했다. 빨랫줄 같은 라인드라이브성 타구가 타이밍이 빨라 파울이 됐다. 바로 직후 몸쪽 147㎞짜리 직구에 어정쩡한 스윙으로 삼진을 당했다. 부담감의 표현이었다. 정상호의 삼진은 후속 타자 박진만에게도 부담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었다. 변화구 유인구 볼 2개를 잘 골라냈으나 잇달아 3개 들어온 빠른공에 풀카운트. 또 한번 직구 승부를 예상했던 박진만은 6구째 135㎞짜리 몸쪽으로 파고든 슬라이더에 스윙도 못해보고 삼진을 당했다. 공교롭게도 박진만은 4회 2사 1,2루에서 똑같은 상황에 몰렸다. 변화구 유인구 2개가 볼, 빠른볼 2개가 스트라이크로 2-2. 전 타석에서 변화구에 당했던 박진만의 머리가 복잡하게 돌아가는 순간 145㎞의 빠른 공이 들어왔다. 박진만의 배트는 허공을 갈랐다. 투스트라이크 상황에 대한 부담이 커진 박진만은 7회 1사 1루 볼카운트 1-3에서 공격을 감행했다가 병살타로 5차전 '불운남'이 되고 말았다.
SK 타자들은 마지막 찬스였던 8회 1사 2루에서도 투스트라이크 이후를 극복하지 못했다. 최 정이 2-2에서 몸쪽 144㎞ 직구에 제 스윙도 못하고 삼진. '끝판 대장' 오승환이 마운드에 오르자 투스트라이크 이후가 부담스러웠던 안치용은 초구 슬라이더에 배트를 내밀어 외야 플라이로 물러났다. SK 타자들을 짓눌렀던 찬스는 더 이상 없었다.
잠실=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