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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2연패에도 기죽지 않은 SK 덕아웃 분위기의 비밀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1-10-28 20:02


SK와 삼성의 한국시리즈 3차전. 2회초 1사 1루 SK 송은범이 삼성 신명철을 병살로 처리하며 이닝을 마무리하자 이만수 감독대행이 그라운드로 나와 박수를 치고 있다.
인천=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1.10.28/

사실 포스트 시즌 취재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 분위기 파악입니다. 한 게임, 한 게임에 따라서 팀의 분위기가 휙휙 바뀌기 때문이죠.

준플레이오프 때 KIA가 그랬습니다. 첫 판을 승리한 뒤 너무나 화기애애했던 KIA 덕아웃은 2게임을 연달아 진 뒤 4차전을 앞두고 어색한 침묵만 흘렀습니다. 롯데도 마찬가지입니다. 롯데의 '대변인' 역할을 했던 홍성흔은 플레이오프 내내 취재진을 피해 애를 태우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예외적인 구단이 있습니다. SK입니다. 한국시리즈 2연패 이후 칙칙한 덕아웃 분위기를 예상했던 기자는 3차전 직전 조금 놀랐습니다. 어라, 선수들이 곳곳에 앉아 미소를 지으며 얘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가식적인 게 아니라 아주 자연스러운 미소네요.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SK는 포스트시즌에서 산전수전 다 겪었습니다. 2007년 두산에 2연패 뒤 4연승으로 우승을 차지했고, 2009년에는 플레이오프에서 역시 두산에 2연패한 뒤 3연승을 거두며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죠.

SK 최고참인 최동수는 지난해 LG에서 SK 유니폼으로 갈아 입었습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는 엔트리에 들지 못했습니다. 박진만은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삼성 유니폼을 입고 뛴 뒤 올해 SK로 이적했습니다. 두 고참이 혀를 내두릅니다. 최동수는 "정말 독한 것들이야"라고 웃고 있고, 박진만은 "와~ 확실히 다르긴 다르네. 몸에 배 있는 것 같은데"라고 반응합니다.

2연패에 대처하는 SK 선수들의 자세를 보고 뱉은 감탄사입니다. 최동수는 "말로만 들었는데, 2연패를 하고 난 뒤에도 선수들이 전혀 주눅들어 있지 않는다. 정근우 박재상 김강민 최 정 등 중심선수들이 '뭐 두 번 졌으니까, 아직 두 번 남았네'라고 대수롭지 않게 반응하는 걸 보고 속으로 '정말 대단하긴 대단하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하더군요.

박진만 역시 "2연패를 했을 때 대처하는 자세가 일정하다. 당황하지 않고 자신들이 어떻게 할 지 알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하네요.

궁금했습니다. 도대체 저런 여유의 실체를.


박재상에게 물었습니다. '2연패를 했는데, 상대가 두렵거나, 긴장되지 않냐'고.

그러자 돌아오는 대답이 '가관'입니다. "뭐 그냥 두 번 진거죠. 아직 남았으니까. 근데 우리도 정말 못 치지만, 삼성도 제대로 치질 못하네요"라고 대답합니다.

정근우의 얘기는 더 웃깁니다. "1차전은 완패, 2차전은 우리가 못해서 졌네요. 근데 롯데와의 플레이오프 때보다 마음은 편해요. 그때는 2~3점 이기고 있어도 수비할 때 피곤했거든요. 롯데 타선이 강하니까. 그런데 지금 수비할 때 편해요. 사실 우리보고 '체력적으로 힘들거다'라는 얘기가 많은데, 사실 체력보다 마음이 더 피곤하죠"라고 얘길합니다.

'2연패해도 어떻게 이렇게 평온할 수 있냐'고 물어봤습니다. 그러자 "2007년에 저도 2연패할 때 덕아웃에서 한숨을 푹 쉬었어요. 그런데 당시 김원형 박경완 김재현 선배 등이 '야 경기가 끝났냐. 아직 두 번이나 더 져야 끝나는거야'라고 했어요.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선수들 전체가 그런 마음을 가지게 된 것 같네요"라고 했습니다

SK가 힘겨루기에서 삼성에 2연패한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선수들의 심리상태는 여전히 평온하네요. 밑바닥에 깔려있는 SK의 저력이 아닌가 싶습니다. 삼성이 두려워하는 것도 이런 거겠죠. 인천=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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