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 포스트 시즌 취재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 분위기 파악입니다. 한 게임, 한 게임에 따라서 팀의 분위기가 휙휙 바뀌기 때문이죠.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SK는 포스트시즌에서 산전수전 다 겪었습니다. 2007년 두산에 2연패 뒤 4연승으로 우승을 차지했고, 2009년에는 플레이오프에서 역시 두산에 2연패한 뒤 3연승을 거두며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죠.
SK 최고참인 최동수는 지난해 LG에서 SK 유니폼으로 갈아 입었습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는 엔트리에 들지 못했습니다. 박진만은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삼성 유니폼을 입고 뛴 뒤 올해 SK로 이적했습니다. 두 고참이 혀를 내두릅니다. 최동수는 "정말 독한 것들이야"라고 웃고 있고, 박진만은 "와~ 확실히 다르긴 다르네. 몸에 배 있는 것 같은데"라고 반응합니다.
2연패에 대처하는 SK 선수들의 자세를 보고 뱉은 감탄사입니다. 최동수는 "말로만 들었는데, 2연패를 하고 난 뒤에도 선수들이 전혀 주눅들어 있지 않는다. 정근우 박재상 김강민 최 정 등 중심선수들이 '뭐 두 번 졌으니까, 아직 두 번 남았네'라고 대수롭지 않게 반응하는 걸 보고 속으로 '정말 대단하긴 대단하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하더군요.
박진만 역시 "2연패를 했을 때 대처하는 자세가 일정하다. 당황하지 않고 자신들이 어떻게 할 지 알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하네요.
궁금했습니다. 도대체 저런 여유의 실체를.
박재상에게 물었습니다. '2연패를 했는데, 상대가 두렵거나, 긴장되지 않냐'고.
그러자 돌아오는 대답이 '가관'입니다. "뭐 그냥 두 번 진거죠. 아직 남았으니까. 근데 우리도 정말 못 치지만, 삼성도 제대로 치질 못하네요"라고 대답합니다.
정근우의 얘기는 더 웃깁니다. "1차전은 완패, 2차전은 우리가 못해서 졌네요. 근데 롯데와의 플레이오프 때보다 마음은 편해요. 그때는 2~3점 이기고 있어도 수비할 때 피곤했거든요. 롯데 타선이 강하니까. 그런데 지금 수비할 때 편해요. 사실 우리보고 '체력적으로 힘들거다'라는 얘기가 많은데, 사실 체력보다 마음이 더 피곤하죠"라고 얘길합니다.
'2연패해도 어떻게 이렇게 평온할 수 있냐'고 물어봤습니다. 그러자 "2007년에 저도 2연패할 때 덕아웃에서 한숨을 푹 쉬었어요. 그런데 당시 김원형 박경완 김재현 선배 등이 '야 경기가 끝났냐. 아직 두 번이나 더 져야 끝나는거야'라고 했어요.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선수들 전체가 그런 마음을 가지게 된 것 같네요"라고 했습니다
SK가 힘겨루기에서 삼성에 2연패한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선수들의 심리상태는 여전히 평온하네요. 밑바닥에 깔려있는 SK의 저력이 아닌가 싶습니다. 삼성이 두려워하는 것도 이런 거겠죠. 인천=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