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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입대를 앞둔 삼성 이영욱의 간절한 소망은?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1-10-26 21:58


지난해 SK와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적시타를 친 뒤 좋아하고 있는 삼성 이영욱&21745; 스포츠조선DB

"영욱아, 너 아직도 인터뷰하냐?"

삼성과 SK의 한국시리즈 2차전이 열린 대구구장. 경기 전 덕아웃은 취재 열기로 뜨거웠습니다. 많은 선수들이 한번씩 취재진에게 둘러싸이는 경험을 하곤 하는데요. 삼성 외야수 이영욱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영욱은 이번 시리즈에서 백업선수입니다. 김평호 주루코치는 이영욱에게 "아직도 인터뷰하냐"고 핀잔을 주고 갔습니다. 백업선수인 이영욱에게 몰린 취재진이 신기했던 모양입니다.

이영욱은 SK 투수 이영욱과 동명이인입니다. 취재진은 동명이인 둘에게 주목했습니다. 삼성 이영욱이 사상 최초로 동명이인 투수를 상대로 홈런을 기록한 타자였기 때문이죠. 이영욱은 지난 4월10일 인천 SK전 4회초 2사 1,3루서 이영욱의 초구를 통타해 스리런포를 날렸습니다. 전날 SK 이영욱은 "평생 남을 기록인데 그 날을 잊을 수 없다. 다시 만나면 삼진을 잡겠다"고 했는데요. 정작 푸른 유니폼을 입은 이영욱은 덤덤해 보였습니다. 당시 주변에서 그 이야기를 많이 했지만, 이젠 별 느낌이 없다고 하네요.

그래도 기억에 많이 남는 모양이었습니다. 당시 구종이 커브였는데 실투를 운좋게 넘겼다면서 겸손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영욱은 "1년에 홈런 3개 치는데 당연히 기억나죠"라며 웃더군요. 동명이인 이영욱과의 대결은 오히려 다른 이유로 중요해 보였습니다. 이번이 아니면 2년 뒤에나 맞붙을 수 있기 때문이었죠.

이영욱은 12월26일 상무 입대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군대 가기 전 마지막으로 우승반지를 끼고 싶다는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입대 전 대만에서 열리는 아시아시리즈에 갈 수 있겠냐고 묻자, "당연히 가야 한다"는 답변이 돌아오더군요. 이영욱은 "그만큼 군대에 가기 전에 꼭 우승반지를 끼고 싶다"고 힘주어 말하더군요. 올해는 배영섭의 뒤를 받치는 백업선수지만, 주전으로 뛰던 지난해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아쉬움이 커보였습니다.

하지만 이영욱은 자신을 밀어낸 후배를 치켜세웠습니다. 배영섭이 부상에서 복귀한지 얼마 안 됐지만, 잘 할 것이라고 하더군요. 본인이 나서지 못하는데 대한 아쉬움은 없을까요. 그는 오직 자신의 실력이 부족한 것이라며 팀이 우승하는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다고 하더군요.

이영욱은 결국 자신의 말을 지켰습니다. 작은 보탬이 아니라 결정적인 장면이었죠. 8회초 2사 1,2루서 나온 최동수의 안타 때 정확한 홈송구로 2루 주자 최 정을 잡아냈습니다. 동점을 막아낸 결정적 보살이었네요. 이날 경기의 숨은 히어로입니다. 이영욱이 한국시리즈 우승반지를 손가락에 낀 채 군 입대할 수 있을지 궁금해지네요.


대구=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26일 대구구장에서 벌어진 삼성과 SK의 한국시리즈 2차전 8회초 2사 1,2루에서 SK 2루주자 최정이 최동수의 적시타 때 홈으로 뛰어 들어오자 삼성 포수 진갑용이 중견수 이영욱의 정확한 홈 송구를 받아 최정을 태그아웃 시켰다. 이영욱이 덕아웃 앞에서 동료들과 환호하고 있다.
대구=김재현 기자 basser@sportschosun.com 2011,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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