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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욱아, 너 아직도 인터뷰하냐?"
그래도 기억에 많이 남는 모양이었습니다. 당시 구종이 커브였는데 실투를 운좋게 넘겼다면서 겸손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영욱은 "1년에 홈런 3개 치는데 당연히 기억나죠"라며 웃더군요. 동명이인 이영욱과의 대결은 오히려 다른 이유로 중요해 보였습니다. 이번이 아니면 2년 뒤에나 맞붙을 수 있기 때문이었죠.
이영욱은 12월26일 상무 입대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군대 가기 전 마지막으로 우승반지를 끼고 싶다는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영욱은 자신을 밀어낸 후배를 치켜세웠습니다. 배영섭이 부상에서 복귀한지 얼마 안 됐지만, 잘 할 것이라고 하더군요. 본인이 나서지 못하는데 대한 아쉬움은 없을까요. 그는 오직 자신의 실력이 부족한 것이라며 팀이 우승하는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다고 하더군요.
이영욱은 결국 자신의 말을 지켰습니다. 작은 보탬이 아니라 결정적인 장면이었죠. 8회초 2사 1,2루서 나온 최동수의 안타 때 정확한 홈송구로 2루 주자 최 정을 잡아냈습니다. 동점을 막아낸 결정적 보살이었네요. 이날 경기의 숨은 히어로입니다. 이영욱이 한국시리즈 우승반지를 손가락에 낀 채 군 입대할 수 있을지 궁금해지네요.
대구=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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