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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은범 있으매…, SK 한국시리즈 희망 있다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1-10-24 10:31




마지막 남은 카드 하나는 아꼈다.

SK가 롯데와 최종전까지 가는 혈전 끝에 3승2패로 한국시리즈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SK는 5차전에서 모든 투수를 대기시켰다. 뒤를 생각할 여유는 없었다. 지면 끝이기 때문. SK 이만수 감독대행은 선발 김광현이 좋지 않자 2회 무사 1루서 곧바로 고든을 올렸다. 고든은 1차전 김광현에 이어 등판했던 2차전 선발 투수다. 고든은 3⅔이닝 동안 49개의 공을 던지며 롯데 타선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고든 역시 더이상 던지지 않고 SK 필승조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SK는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김광현-고든-송은범-윤희상으로 선발진을 운영하고 있다. 1,2선발을 모두 이날 경기에 투입시켰다. 선발 요원인 송은범과 윤희상 역시 불펜진이 바닥났을 경우 마운드에 올랐을 것이다. 하지만 팀 타선이 불을 뿜으면서 박희수-정대현-정우람의 필승조로 경기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송은범을 아낀 것은 크다. 송은범은 지난 19일 홈에서 열린 3차전에 선발 등판했다. 6이닝 동안 98개의 공을 던지며 실점하지 않았다. 팀 승리의 원동력이었다.

송은범은 무대 체질이다. 포스트시즌 마운드라고 떠는 법은 없다. 그는 이번 플레이오프에서도 "포스트시즌은 0에서 새로 시작하는 것 아닌가. 개막전 같다. 새로운 마음으로 편하게 임한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게다가 가을 잔치의 시끌벅적함을 좋아한다. 송은범은 "양쪽 모두 팬들이 많아 시끄러운 분위기가 좋다. 즐겁고 재밌다. 이런 분위기에 긴장하기 보다는 즐긴다"며 웃는다. 가을야구에 적합한 마인드. 기록 역시 이를 증명한다. 송은범은 데뷔 후 2005년 준플레이오프를 시작으로 포스트시즌에서 총 11경기에 나섰다. 2승1패 1세이브를 올리는데 그쳤지만, 방어율은 1.17에 불과하다. 기록 만으로 두고 보면 에이스 김광현(2승2패 1세이브 방어율 3.03)보다 좋다.

송은범은 이번 시즌 팔꿈치 수술이 예정되어 있을 정도로 몸 상태는 좋지 않다. 공을 던질 때마다 팔꿈치에 통증이 온다. 하지만 개의치 않았다. 그는 "어차피 시즌 뒤 수술할 팔꿈치"라며 "이렇게 큰 경기에서는 아파서 못 던진다는 말을 할 수 없다. 어떻게 해든 내가 길게 던져야 중간계투진이 적은 공을 던질 수 있다"고 했다.

한국시리즈에서는 어떨까. 그는 "승부가 결정될 5,6차전이 오면 120개, 130개를 던지고 완투할 수도 있다. 아픈 건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뒤가 없는 마지막 아닌가"라며 굳은 결의를 보이기도 했다. 송은범은 지난 19일에 등판했기 때문에 1차전 출격에 문제가 없다. 5일 휴식 후 6일째 등판이다.


SK 이만수 감독대행은 플레이오프서 총력전을 치른 탓에 한국시리즈 구상은 아직 하지 못했다고 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있다. 첫 단추를 꿸 1차전 선발은 '무대 체질' 송은범이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19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벌어진 SK와 롯데의 PO3차전 6회초 1사에서 SK 좌익수 박재상이 롯데 강민호의 안타성 타구를 전력질주해 잡아내자 선발 송은범이 박재상에게 허리를 숙여 깍듯한 인사를 하고 있다.
인천=김재현 기자 basser@sportschosun.com 2011,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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