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돌아온 '에이스' 김광현의 뜨거운 눈물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1-10-23 16:25


돌아온 '에이스'는 끝내 울고 말았습니다.

오랫동안 참고 또 참은 끝에 돌아온 가을잔치입니다. SK 에이스 김광현에게 올 시즌은 무척 길고 힘든 시기였습니다. 마음은 여전히 150㎞가 넘는 직구와 칼날같은 슬라이더를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에 꽂아넣고 싶었겠지요. 하지만, 몸이 따라주질 않았습니다. 답답하고 속상한 그 마음을 누가 알 수 있을까요. 김광현은 국내와 일본을 오가며 재활을 위한 외로운 싸움을 계속했습니다.

그런 과정끝에 돌아온 포스트시즌 무대. 김광현의 표정은 예전에 비해 한층 더 밝아져 있었습니다. 몸이 좋아진 덕분이기도 했지만, 거기에 더해 팀의 중심인 '에이스'라는 자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에이스'는 팀을 대표하는 명예로운 이름입니다. 그런 아이콘이 단기전으로 치러지는 포스트시즌에서 우울하고 자신감없는 표정을 짓는다면 팀 분위기가 어떨까요? 김광현이 눈에 띄도록 밝은 표정을 짓고, 선발 등판 당일 취재진과도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한 것은 바로 그런 속사정이 있어서였죠.

하지만, 그렇게 밝고 건강한 청년, 김광현이 눈물을 보이고야 말았습니다. 동료들 앞에서는 애써 참으려했지만, 라커룸에서 혼자가 되자 눈시울을 붉힌 것입니다. 포스트시즌에서 마음과 달리 계속 부진한 탓이었습니다.

김광현은 2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플레이오프 최종 5차전. 이날 경기를 앞두고 김광현은 덕아웃에서 취재진과 편안하게 대화를 나눴습니다. 선발 등판을 앞두고 투수들은 말을 아끼는 편인데, 이날 김광현은 달랐습니다. "플레이오프 1차전 때보다 마음이 훨신 편하다. 오늘은 내 뒤에 고든도 있고, 던질 투수가 많다". 동료들에 대한 강한 믿음이 담겨있는 말입니다. 김광현은 계속해서 과거 포스트시즌 기억을 떠올리며 자신감을 내고 있었습니다. SK 덕아웃 분위기가 이날 따라 가라앉아있었는데, 에이스만큼은 애써 밝은 모습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김광현의 이날 구위는 좋지 못했습니다. 지난 16일 부산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1차전 이후 일주일만의 재등판이지만, 겨우 1이닝 동안 2안타 2볼넷으로 1실점하며 강판되고 말았습니다. 지난 1차전에서 1회말 롯데 선두타자 김주찬에게 솔로홈런을 얻어 맞으면서 3⅔이닝 만에 8안타(1홈런)으로 4실점한 데 이은 연속 부진입니다. 1차전 때처럼 김주찬과의 첫 승부에 실패했습니다. 투 스트라이크를 먼저 잡았지만, 연속 볼 3개를 던졌고, 6구째에 우중간 외야를 가르는 3루타를 허용했는데요, 이후 3번 전준우에게 다시 우전 적시 2루타를 맞으며 1점을 내줬습니다.

다행히 이대호를 고의4구로 거른 뒤 홍성흔을 2루수 병살타로 유도해내며 1회를 마쳤으나 2회 선두타자 강민호와 11구 승부끝에 볼넷을 내주자 SK 이만수 감독대행은 직접 마운드에 올라가 김광현을 바꿨습니다. 아쉬운 표정을 지은 김광현은 덕아웃으로 쓸쓸히 걸어갔습니다. 이어 라커룸으로 향하던 김광현은 화장실로 들어갔습니다. 차오르는 눈물 탓입니다. 그렇게 젊은 에이스는 자기 때문에 팀이 위기를 맞은 것을 자책했습니다. 하지만, 김광현에게는 믿음직한 동료가 있습니다. 뒤를 이은 고든이 5회 2사까지 무실점으로 막자 타선도 4회부터 6회까지 매 이닝 2점씩 뽑으며 역전을 만들어냈습니다.


부산=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