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에이스'는 끝내 울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밝고 건강한 청년, 김광현이 눈물을 보이고야 말았습니다. 동료들 앞에서는 애써 참으려했지만, 라커룸에서 혼자가 되자 눈시울을 붉힌 것입니다. 포스트시즌에서 마음과 달리 계속 부진한 탓이었습니다.
김광현은 2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플레이오프 최종 5차전. 이날 경기를 앞두고 김광현은 덕아웃에서 취재진과 편안하게 대화를 나눴습니다. 선발 등판을 앞두고 투수들은 말을 아끼는 편인데, 이날 김광현은 달랐습니다. "플레이오프 1차전 때보다 마음이 훨신 편하다. 오늘은 내 뒤에 고든도 있고, 던질 투수가 많다". 동료들에 대한 강한 믿음이 담겨있는 말입니다. 김광현은 계속해서 과거 포스트시즌 기억을 떠올리며 자신감을 내고 있었습니다. SK 덕아웃 분위기가 이날 따라 가라앉아있었는데, 에이스만큼은 애써 밝은 모습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이대호를 고의4구로 거른 뒤 홍성흔을 2루수 병살타로 유도해내며 1회를 마쳤으나 2회 선두타자 강민호와 11구 승부끝에 볼넷을 내주자 SK 이만수 감독대행은 직접 마운드에 올라가 김광현을 바꿨습니다. 아쉬운 표정을 지은 김광현은 덕아웃으로 쓸쓸히 걸어갔습니다. 이어 라커룸으로 향하던 김광현은 화장실로 들어갔습니다. 차오르는 눈물 탓입니다. 그렇게 젊은 에이스는 자기 때문에 팀이 위기를 맞은 것을 자책했습니다. 하지만, 김광현에게는 믿음직한 동료가 있습니다. 뒤를 이은 고든이 5회 2사까지 무실점으로 막자 타선도 4회부터 6회까지 매 이닝 2점씩 뽑으며 역전을 만들어냈습니다.
부산=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