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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오너인 최태원 회장은 이날 야구장을 방문해 흐뭇하게 팀 승리를 지켜봤다. 최 회장은 경기가 끝난 뒤 덕아웃으로 내려가 선수단에게 "이만수 감독대행을 고향인 대구에 보내주자"는 격려 인사를 건넸다.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이 감독의 고향인 대구로 내려가자는 것. 또한 손가락 4개를 펼치며 4차전에서 마무리짓자는 의사를 표하기도 했다.
가을잔치 단골 손님인 SK. 최 회장 역시 가을잔치 단골 손님이다. 특이한 건 VIP석이 아닌 일반석에서 팬들과 함께 응원전을 펼친다는 것. SK의 홈구장인 인천 문학구장에는 '스카이박스'가 있다. 방에서 편하게 야구를 즐길 수도 있고, 그라운드를 향해 트여진 곳에 나와 현장의 뜨거운 열기를 느낄 수도 있는 최고급 시설이다. 하지만 최 회장은 구장을 찾을 때마다 VIP석이나 스카이박스는 피한다. 일반석에서 팬들과 똑같이 막대풍선을 양손에 들고 응원전을 펼친다. 동행하는 그룹 임원들 역시 예외가 아니다. 19일 역시 마찬가지였다.
가을잔치 성적만으로 보면 최 회장이 방문했을 때 성적은 5승3패다. 최 회장이 포스트시즌 야구장에 처음 얼굴을 비춘 건 2007년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3차전이다. 일정상 홈에서 열린 1,2차전에 오지 못한 최 회장은 잠실에서 열린 3차전 때 야구장을 찾았다. SK는 1,2차전에서 2연패했지만, 3차전에서 9대1로 대승을 거두며 기사회생했다. 2승2패로 맞은 5차전 때도 잠실구장을 찾았다. 이때도 SK는 4대0으로 승리하며 최 회장을 웃게 만들었다. 최 회장의 '야구장 방문 시 승리' 공식은 마지막 6차전까지 이어졌다. 홈에서 열린 6차전에서 5대2로 승리하며 창단 후 첫 우승의 감격을 함께 했다.
두산과의 리턴매치로 열린 2008년 한국시리즈 때는 1승1패였다. 홈에서 열린 1차전에서는 2대5로 패한 뒤 아쉽게 발걸음을 돌렸다. 두번째 방문이었던 5차전, 3승1패로 앞서고 있던 SK는 2대0으로 두산을 제압하고 또다시 최 회장 앞에서 우승을 확정지었다. 하지만 2009년에는 성적이 좋지 못했다. 2경기 모두 졌다. 최 회장은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2차전(인천)과 통한의 끝내기 홈런으로 패한 KIA와의 한국시리즈 7차전(잠실) 때 야구장을 찾았다.
최 회장은 지난해에는 한국시리즈 우승 순간을 함께 하지 못했다. 당초 잠실에서 열릴 5차전에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4연승으로 대구에서 시리즈가 끝나면서 불발됐다. 최 회장은 19일 그 어느 때보다 기뻐했다. 2008년 이후 가을잔치 승리를 함께 한 첫 날이었기 때문이다.
인천=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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