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양'의 시대가 도래했다. '바람'은 어디로 흐르나.
KIA의 프랜차이즈 출신 레전드 스타 선동열 감독이 제7대 사령탑을 맡은 데 이어 수석코치로는 함께 8~90년대 '해태왕조'를 이끈 이순철 전 MBC 스포츠+ 해설위원을 선임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이들과 함께 90년대 해태의 마지막 전성기를 만들어냈던 '바람' 이종범의 위상과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전성기를 지난 프로야구 최고령 선수 이종범은 '선동열 시대'를 어떻게 겪게될까.
이후 선동열 감독이 95시즌을 마치고 일본 주니치로 떠나면서 해태에 남은 유격수 이종범과 외야수 이순철은 93년 한국시리즈에 이어 96~97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총 세 차례의 패권을 합작했다. 이종범은 또 98~99년 일본 주니치에서 선 감독과 함께 뛰기도 했다. 이들 세 스타플레이어들의 인연은 이처럼 깊고, 서로간의 호흡도 긴밀할 수 밖에 없다. 더불어 KIA 전신인 '해태'의 영광스러운 상징이다.
그런데 선동열과 이순철은 각각 감독과 수석코치로 팀에 돌아왔다. 이종범은 여전히 현역으로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 묘한 구도다. 선동열 감독은 삼성 지휘봉을 잡았던 시절, 젊고 가능성이 있으며 의욕이 넘치는 선수에게 기회를 많이주는 스타일이었다. 그런 선동열 감독에게 '이종범'이라는 선수는 꽤 까다로운 존재다. 과거의 인연과 현재의 팀 운영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종범은 이미 전성기를 훨씬 넘긴 프로야구 최고령 선수다. 올 시즌 백업 외야수로 97경기에 나와 2할7푼7리(235타수 65안타)를 기록했다. 과거 '야구천재'라고 불렸던 명성에는 한참 못미치는 성적이다. 그러나 경기력 이외에 이종범이 선수단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는 없다. 과거 해태 전성기를 경험한 유일한 현역으로서 젊은 선수들을 다잡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본인 역시 내년 시즌 현역 유지에 대한 의욕이 뜨겁다.
그래서 선동열 감독의 현재 결론은 '일단 보류'다. 선 감독은 19일 오전 스포츠조선과의 통화에서 "대화를 많이 해봐야겠다. 이종범이 분명 최고참으로서 해줘야 할 역할이 있고, 그 부분에 관한 기대도 있다"면서 "반면, 현 시점에서 주전이 될 수는 없지 않겠나. 은퇴시기에 관한 고민도 해야할 시기다"라고 말했다. 결국은 21일 선수단 상견례 이후 이종범과의 면담자리를 자주 만들며 향후 활용방안을 고민하겠다는 뜻이다. 이종범이 내년 시즌 '선동열 호'에서 어떤 위치를 맡게될 지 주목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