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포스트 시즌의 화두 중 하나는 'SK의 경험'이다.
객관적인 전력과 함께 너무나 큰 무대인 포스트 시즌은 선수들에게 쌓여있는 큰 경기의 경험과 노하우가 너무나 중요하다.
한마디로 포스트 시즌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것이다. 당연히 경험 면에서 다른 팀들은 비교대상이 될 수 없다.
실제 2007년부터 활약한 박정권 정근우 박재상 최 정 김강민 등은 여유만만이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2루수 정근우와 1루수 박정권이 경기 중 웃으면서 농담하는 장면이 종종 포착될 정도다.
그 'SK의 경험'은 도대체 경기력에 어떻게 구체적으로 발현되는 것일까.
포스트 시즌에서 절정의 타격감을 이어가고 있는 박정권에게 물어봤다.
그러자 망설이던 그는 "일단 여유로움이다. 1차전을 패한 준플레이오프에서 선수들은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2차전을 잡고 난 뒤 뭐랄까 '이젠 감 잡았다'는 자신감이 선수단 전체에 있었다"고 했다.
결국 SK는 KIA에 내리 3연승, 3승1패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포스트 시즌에서 여유로움은 매우 갖추기 힘든 덕목 중 하나다. 베테랑들은 몸에 배여있지만, 신인급 선수들은 쉽지 않다. 일단 SK는 선수단 전체가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본적인 마인드를 갖추고 가는 것이다.
박정권은 "큰 경기에서는 미세한 플레이가 승패를 좌우한다. 그 상황에서 가장 적합한 플레이를 하는 게 중요하다. 출루가 필요한 상황인지, 희생타가 필요한 상황인지 판단하는 게 중요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하는 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1차전 예를 살펴보자. 9회 선두타자로 나온 박정권은 볼카운트 1-3에서 한가운데로 향하는 직구를 그대로 보고 있었다. 그리고 몸쪽 꽉 찬 직구에 삼진아웃됐다. 그는 "동점상황에서 출루가 중요했다. 1-3에서 노려서 칠 수도 있었지만, 어쨌든 나가는 게 중요했고 그래서 기다렸다. 또 당시 투수였던 부첵의 볼이 어떤 지 팀동료들이 볼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반면 롯데는 9회말 무사 1, 3루 기회에서 대타 손용석이 나왔다. 6-6 동점상황에서 희생타 하나면 경기를 끝낼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손용석은 초구를 공략했고, 투수 앞 땅볼에 그쳤다. 1사 만루 상황에서 나온 손아섭 역시 초구공략으로 더블아웃, 역전패의 빌미가 됐다. 과감한 타격이었지만, 진한 아쉬움이 남아있는 섣부른 타격이기도 했다.
박정권은 "구체적이진 않지만 'SK의 경험'이라고 말하는 부분들은 이런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했다. 부산=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