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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스박스 스토리] 손아섭-손용석, 한 번의 시련은 아무 것도 아니다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1-10-17 19:19



2011년 10월 16일. 손아섭 손용석 롯데의 '손 듀오'에게는 잊을 수 없는 하루가 됐습니다. 잊고 싶지만 잊을 수 없다고 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겠네요.

두 사람에게는 수난의 날이었습니다. SK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 롯데는 초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박정권, 안치용에게 홈런을 허용하는 등 4-6으로 끌려가며 패색이 짙었습니다. 하지만 선수들이 끝까지 투혼을 발휘하며 '철벽'이라던 SK 불펜을 두들겨 기어코 동점을 만들어냈죠. 그리고 손아섭과 손용석에게 다가온 끝내기 찬스. '스타'가 될 수 있었던 기회를 얻은 두 사람은 약속한 듯 초구를 건드리며 허무하게 그 기회를 날렸습니다. 여기에 팀이 연장승부 끝에 패해 고개를 떨궈야 했습니다.

17일 열린 2차전을 앞두고 두 사람을 만났습니다. 평소 팀내에서 가장 활달하기로 소문난 두 사람이지만 오늘 만큼은 표정이 시무룩하더군요. 취재진도 별다른 인터뷰 없이 위로의 말을 건네기 바빴습니다.

어렵게 얘기를 꺼낸 손아섭과 손용석, 두 사람 모두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더군요. "몸은 잠이 들었는데, 정신은 밤새 깨어있었다"였습니다. 이 생각, 저 생각에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아도 다음날 경기에 최상의 컨디션으로 나서기 위해 억지로 잠을 청하는 일. 얼마나 괴로웠을까요.


특히 손용석의 마음은 더욱 아팠습니다. 무사 1, 3루에서 자신이 해결하지 못해 결국 손아섭에게 1사 만루의 찬스가 갔고, 결정적인 병살타로 많은 비난을 받았기 때문이죠. 자기 때문인 것 같아 괴로웠다고 합니다. 손용석은 경기 후 손아섭에게 "미안하다"는 문자를 보냈고 손아섭도 "괜찮다"며 서로를 위로했다는 군요.

얘기를 마치고 라커룸으로 향하는 손용석의 뒷모습을 지켜봤습니다. 어제 경기 장면이 다시 떠올랐는지 덕아웃 뒤 구석으로 가 글러브를 내팽개치며 분을 삭히는 모습이 안타까웠습니다.

손아섭과 손용석, 장차 롯데의 미래 뿐 아니라 대한민국 야구의 미래를 책임질 전도유망한 선수들입니다. 이번에 맞본 쓰디쓴 경험이 더 큰 선수가 되는 길에 좋은 약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본인들도 "정말 배운 점이 많다"고 했습니다. 팬 여러분들의 진심어린 응원이 필요한 때입니다. 그것이 씩씩한 손아섭과 손용석 본래의 모습을 되찾게 할 유일한 길일테니까요. 저도 이 두 사람에게 "절대 기죽어서는 안된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습니다.


부산=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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