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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정대현은 천적 이대호를 제압하지 못했을까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1-10-17 14:18


롯데와 SK의 플레이오프 1차전이 1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렸다. 8회말 2사 2루 롯데 이대호가 SK 정대현의 투구를 받아쳐 좌익수 왼쪽으로 흐르는 1타점 동점타를 치고 있다. 부산=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롯데 이대호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올 시즌 최고의 타자다. 그리고 그의 오랜 천적은 SK 정대현이다.

그들은 결정적인 순간 만났다. 16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1차전. 롯데가 5-6으로 뒤지고 있는 8회 2사 1루 상황.

그러나 천적관계는 빛을 발하지 못했다. 이대호는 정대현에게 깨끗한 좌전 적시타를 터뜨리며 6-6 동점을 만들었다. 롯데 입장에서는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 간 천금같은 안타였다.

왜 정대현은 천적 이대호를 제물로 삼지 못했을까.

태생적 천적관계

일단 이 상황에 심리분석에 앞서 두 선수의 천적관계를 짚어줄 필요가 있다.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이대호는 정대현과의 맞대결에서 29타수 1안타(3푼4리). 타율은 1할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런데 올해 6차례의 맞대결에서 3안타를 쳤다. 무려 5할이다. 올 시즌 이대호가 정대현을 깰 비책을 마련한 걸까.

아니다. 3개의 안타를 살펴보면 모두 빗맞은 안타였다. 즉 아직까지도 그들의 천적관계는 유지되고 있다는 의미다.


간단히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정대현 고유의 투구 메커니즘과 이대호의 스윙 궤적이 상극이다. 이대호가 스윙 타이밍을 제대로 맞추지 못한다는 의미. SK 김성근 전 감독의 설명이다.

그것만으로 이대호를 제압할 수 없다. 노련한 정대현의 섬세한 제구력과 볼 배합이 보태졌다. 바깥으로 흐르는 느린 커브와 오른손 타자 안쪽으로 떨어지는 싱커로 타이밍을 뺏는다. 제구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실투가 거의 없다. 게다가 철저하게 유인한다. 2007년부터 지금까지 둘의 맞대결에서 4구가 5개나 된다. 이런 천적관계가 지속되면서 심리적인 우위도 쌓여갔다. 둘의 천적관계를 구성하는 요소들이다.

상황이 정대현을 압박했다

8회 김주찬을 좌익수 플라이, 손아섭을 삼진처리한 것까지는 좋았다. 여유있는 정대현의 모습.

그런데 전준우에게 좌전안타를 허용했다. 그리고 이대호를 맞았다.

6-5 살얼음판 리드 상황. 전준우가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2사 이후, 도루의 가능성이 매우 높은 모습. 정대현도 적극적으로 맞섰다. 견제구를 던지며 1루 주자를 묶는데 주력했다. 이대호에게 던진 초구는 1루 주자의 도루를 막기 위해 의도적으로 뺐다.

2구는 스트라이크. 그리고 전준우가 2루를 그대로 훔쳤다. 한해 농사를 결정짓는 플레이오프. 부담없는 2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순식간에 점수를 내줄 수 있는 순간으로 변했다.

노련한 정대현도 약간의 허탈감과 강한 압박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3구째 115㎞ 커브. 바깥으로 빼려는 유인구. 그러나 실투였다.

한 가운데로 들어왔고, 이대호의 방망이는 그대로 돌아갔다.

부담이 없었던 이대호

이대호는 이날 부진했다. 5타수 1안타였다. 유일하게 뽑은 1안타가 천적 정대현에게 뽑은 히트였다.

이유가 있었다. 타격 컨디션이 나쁜 편은 아니었다. 페넌트레이스 당시 부상으로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이대호는 컨택트 위주의 타격으로 안타를 많이 양산했다. 그때보다 몸 상태는 좋았다.

그런데 큰 경기였다. 스윙 궤도에 욕심이 배여 있었다. 때문에 상대의 유인구에 방망이를 헛돌리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정대현과 마주친 상황은 달랐다. 이대호로서는 부담이 없었다. 2사 1루 상황에서 전준우의 도루가 성공했다. 순식간에 타점을 올릴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천적 정대현이었기 때문에 플레이오프 1차전 내내 가졌던 욕심을 버릴 수 있었다. 그리고 정대현은 가운데 몰리는 실투성 커브를 던졌다. 결국 이대호의 스윙은 매우 간결하게 나왔다. 천적과의 첫번째 맞대결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부산=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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