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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손아섭, 왜 띄우지 못했을까

신창범 기자

기사입력 2011-10-16 21:51


롯데 손아섭의 성급한 공격에 아쉬움이 남는 경기였다.

9회까지 두 팀은 명승부를 펼쳤다. 하지만 경기 후반 진정한 승부처가 다가올수록 SK는 더욱 노련해졌고, 롯데는 당황하는 기색이 보였다.

그 결정판은 9회말 공격서 나타났다. 8회말 2사 이후 이대호의 적시타로 6-6 동점을 만든 롯데는 9회말 첫 타자 황재균이 2루타를 치고 나가면서 천금같은 찬스를 잡았다. 조성환의 적시타와 김주찬의 고의4구로 1사 만루. 타석엔 이날 최고의 타격감을 과시한 손아섭이 들어섰다.

2번 타자로 선발 출전한 손아섭은 이전까지 5차례 타석에 나와 4타수 3안타 1타점, 사구, 삼진으로 물오른 타격감을 과시했다.

펄펄 뛰는 왼손타자 손아섭을 상대하기 위해 SK는 왼손 불펜 에이스 정우람으로 투수를 바꿨다.

이때 손아섭이 할 일은 딱 한가지다. 죽든 살든, 무조건 공을 띄우고 봐야 한다는 절대 명제다. 외야 플라이 하나면 경기가 끝나는 상황. 반면 SK 정우람의 지상명제는 정반대, 무슨 일이 있어도 공을 뜨게 해선 안된다. 이런 정우람이 초구로 선택한 구질은 체인지업이었다. 122km짜리 서클 체인지업은 제구가 되지 않았다. 아래로 떨어지지 않은 공은 한가운데 높은 곳으로 들어왔다. 올라오자마자 첫 공에 제구가 잡히지 않은 탓에 나온 실투였다.

손아섭은 방망이를 휘둘렀다. 여기까진 좋았다. 높은 코스였으니 띄우기 위해선 공략하는 게 당연했다. 가볍게 툭 쳤다면 쉽게 플라이볼을 만들 수 있는 공이었다. 하지만 손아섭의 어깨엔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걷어올리는 대신 높은 공을 오히려 깎아쳐 버렸다. 공은 얌전히 2루수 정근우 앞으로 굴러갔고, 2루수-유격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타가 되고 말았다.

롯데 입장에선 꿈에서도 아쉬울 장면이다. 손아섭은 한번만 더 생각했더라면 다른 결과를 만들 수 있었다. 6-6 동점에 1사 만루라면 급해도 투수가 더 급하다. 외야플라이는 물론 폭투, 밀어내기 볼넷 등 투수는 온갖 경우의 수에 압박받을 수밖에 없다. 만일 손아섭이 침착하게 초구를 골랐다면 0-1의 유리한 볼카운트로 시작할 수 있었을 것이다. 게다가 여러가지 구질보다는 하나의 코스, 하나의 구질만 노리면서 상대를 압박할 수 있었다. 만루 상황이었기 때문에 SK 배터리는 볼카운트가 몰릴 경우 정면 승부를 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아섭은 앞선 타석에서 좋았던 타격감만을 믿고 배트를 휘둘렀다. 높은 공을 내리찍는 스윙궤도도 문제가 있었지만 워낙 타격감이 좋다보니 히팅 포인트가 앞쪽에서 형성된 것도 독이 됐다. 모든 게 땅볼이 나오기 딱 좋은 조건이었다.

롯데 타자들은 이날 손아섭의 실수를 남은 플레이오프 동안 가슴속에 새길 필요가 있다. SK는 큰 경기 경험이 많다. 상대가 달려들면 피해갈 줄 아는 지혜를 가진 선수들이 많다. 이런 SK와 상대하기 위해선 승부처에서 여유를 갖고, 한번 더 생각하고 달려들 필요가 있다.


부산=신창범 기자 tigger@sportschosun.com


16일 오후 부산 사직구장에서 2011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1차전 SK와 롯데의 경기가 열렸다. SK 정우람이 롯데 타자들을 상대로 힘차게 볼을 던지고 있다.
부산=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2011.10.16.

롯데와 SK의 플레이오프 1차전이 1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렸다. 9회말 1사 만루 롯데 손아섭이 병살타로 물러나며 아쉬워하고 있다.
부산=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1.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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