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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은 차원이 다르다.
단기전 승부에 대한 압박감과 집중력의 밀도에서 엄청난 차이가 나는 것이다. 결국 이 압박감을 이겨내고 더 강한 집중력을 보이는 쪽이 승리한다. 그래서 정규시즌 때 매번 당했더라도 포스트시즌에는 다른 승부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 1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SK와 롯데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가을잔치 '단골손님' SK 정근우가 롯데 선발 장원준을 상대로 이를 확실히 입증했다.
때문에 이날 플레이오프 1차전을 앞둔 정근우는 상대 선발 장원준에 대한 경계심을 크게 갖고 있었다. 정근우는 "올해 이상하게 정확히 맞은 타구가 수비수 정면오로 가는 경우가 많았다"면서도 "그래도 포스트시즌에는 조금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시즌 중 6타수 무안타로 꽁꽁 묶인 타자답지 않은 표정. 2007년부터 5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주전으로 뛰었고, KIA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는 무려 5할2푼9리로 MVP에 오른 포스트시즌 '타짜'다운 자신감이었다.
이런 차이는 그대로 경기 결과에 반영됐다. 정근우는 시즌 내내 '천적'이었던 장원준을 깔끔하게 무너트렸다. 1회초 첫타석에서 2구째 시도한 기습번트가 투수 땅볼에 그칠 때까지만 해도 장원준이 페넌트레이스 때의 우위를 계속 이어가는 듯 했다. 하지만, 두 번째 타석부터 정근우는 '장원준 공략법'을 들고 나왔다. 경기 전 정근우는 "공보고 공 치겠다"는 평범한 말을 남겼는데, 이것이 정답이었다. 유인구는 최대한 걸러내고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오는 공을 정확히 치겠다는 뜻.
3회초 2사 후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선 정근우는 볼카운트 1-2에서 4구째 슬라이더(시속 134㎞)가 가운데로 몰리자 힘차게 방망이를 돌렸다. 제대로 맞은 타구는 좌익수 왼쪽에 떨어지는 2루타로 연결됐다. 자신감을 얻은 정근우는 2-3으로 따라붙은 4회초 2사 1, 2루에서는 아예 초구부터 화끈한 타격솜씨를 보여줬다. 장원준이 초구로 직구(시속 144㎞)를 가운데에 밀어넣자 가볍게 타구를 받아쳐 중전안타로 연결하며 귀중한 동점을 만들어낸 것. '먹잇감'으로 여겼던 정근우에게 두 차례나 일격을 얻어맞은 장원준은 결국 5회 가까스로 채운 채 9안타(1홈런) 2볼넷으로 4실점 한 채 마운드를 내려왔다. 정규시즌 기록과 전혀 다른 양상으로 나타난 포스트시즌의 현실이었다.
부산=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