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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쉽게 풀릴 지 여부는 손아섭이 얼마나 살아나가느냐에 달려있다."
손아섭은 우타자 일색인 롯데 라인업에 유일한 좌타자다. 그는 올시즌 타율 3할2푼6리에 15홈런, 83타점을 기록, 데뷔 후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주전 우익수이자 3번 타자로 롯데에 없어서는 안될 선수가 됐다.
단순 기록만으로 키플레이어로 지목된 것은 아니다. SK에는 선발 김광현을 비롯해 박희수 정우람 이승호 등 라인업에 왼손투수가 많다. 하지만 손아섭이 이들을 상대로 라인업에서 빠질 이유는 없다. 그는 올시즌 우투수 상대로 타율 3할3푼8리를, 언더핸드투수를 상대로 3할1푼8리를 기록했다. 좌투수 상대 타율도 3할로 나쁘지 않다. 특히 왼손투수의 바깥쪽 공을 밀어치는 능력은 탁월하다.
SK 좌완 불펜진을 상대로 한 기록은 어떨까. 손아섭은 올시즌 SK 불펜의 핵으로 떠오른 박희수에게 특히 강했다. 3타수 2안타에 홈런도 있었다. 반면 정우람을 상대로는 6타수 1안타로 좋지 못했다. 하지만 크게 게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손아섭은 "기록상으로는 좋지 않지만, 사실 우람이형이 가장 편하다"면서 "타이밍을 뺏기거나 하지 않았다. 좋은 타구도 많이 날렸다"고 말했다.
결국 SK 입장에서는 왼손 불펜진이 많은 이득을 크게 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 타선에 좌타자는 손아섭 하나인데, 그마저도 쉬운 상대가 아니기 때문. 특유의 좌완 불펜진은 우타자들을 상대로 공을 뿌려야만 한다. 게다가 손아섭은 2차전 선발로 예상되는 송은범을 상대로 7타수 3안타 1홈런을 기록했다. 또한 마무리 엄정욱에게는 3타수 2안타를 쳤다. 롱릴리프로 나설 것으로 보이는 사이드암 이영욱에게도 12타수 5안타로 강했다. SK 주요 투수들을 상대로 유독 좋았다.
손아섭은 이번 플레이오프서 2번 타자를 맡을 것으로 보인다. 주자가 없으면 찬스를 만들어야 하고, 주자가 있으면 직접 해결해야 하는 중요한 자리다. 올시즌 '커리어 하이'의 기세를 이어가 플레이오프서도 롯데 타선에 힘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
부산=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