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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좌충우돌 이만수 야구, 그 속에 담긴 헐크의 심리는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1-10-13 16:00


12일 광주구장에서 2011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SK와 기아의 4차전 경기가 열렸다. 3회초 1사 1,2루 SK 최정이 좌익수 키를 넘기는 2타점 2루타를 치자 이만수 감독 대행이 환호하고 있다. 광주=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확실히 준플레이오프에서 보여준 SK 이만수 감독대행의 야구는 좌충우돌이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상식의 파괴'가 많이 깔려 있다.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부정적으로 보일 수 있는 부분도 많이 포착된다.

그러나 이 감독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확실한 것은 확고한 자신만의 기준점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 결과는 파격적인 용병술로 나타난다.

그의 원칙 vs 야구의 트렌드

확실히 이 감독은 독특한 측면이 있다. 그는 1999년년부터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7년간 코치를 하며 미국야구를 습득했다.

바탕에는 전형적인 롱볼(스몰볼의 반대)이 깔려 있다. 기본적으로 선발에 초점을 둔다. 웬만한 위기상황에서도 선발을 교체하지 않는다. 1~4차전 선발인 김광현 송은범, 고든, 윤희상 모두 초반 위기를 맞았지만, 결국 자신의 한계투구수를 모두 채우고 내려왔다.

필승계투조의 투입순서도 거의 일정하다. 박희수와 정대현을 내세운 뒤 정우람과 엄정욱으로 이어진다. 변화가 있다면 1차전 먼저 나왔던 정대현은 후방으로 옮긴 것이다. 이 부분도 엄정욱이 1차전 만루홈런을 맞자, 노련한 정대현에게 더블스토퍼 역할을 맡게 한 것이다.

그에게 왼손 대타가 나오면 왼손 스페셜리스트를, 오른손 대타가 나오면 오른손 투수로 교체하는 '좌우놀이'는 의미가 없다. 아무리 데이터가 불리해도 그렇다. 따라서 이 과정에서 데이터는 철저히 무시된다. 투수교체 타이밍은 이 감독의 경험과 김상진 투수코치의 조언이 결합된다.


지난달 21일, 페넌트레이스 부산 롯데전에서 고효준이 선발이었다. 초반부터 흔들린 고효준은 3회 이대호에게 펜스 직격 2루타를 맞은 뒤 정대현으로 교체됐다. 대부분의 야구팬이 알다시피 정대현은 이대호의 천적. 이 투수교체에 대한 질문에 "선발 고효준을 더 끌고 가고 싶었다. 그러나 이대호에게 장타를 허용한 뒤 한계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수순대로 정대현을 교체했다"고 했다.

즉 예전의 데이터는 이 감독의 사전에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선발 위주의 야구가 우선이다. 선발이 일찍 무너질 경우, 정해진 수순대로 필승계투조를 투입시킨다. 최근 야구의 트렌드에는 벗어나지만 자신의 철학만큼은 확실한 투수기용이다.


준플레이오프의 대박, 앞으로는?

일단 준플레이오프에서는 이 감독의 의도대로 모든 경기가 풀렸다.

부진했던 3번 최 정은 4차전에서 3타수 2안타, 4타점으로 타격감을 잡았다. 부진했던 김강민도 마찬가지. 파격 기용된 윤희상이 4차전에서 제 역할을 해주면서 SK의 약점인 얇은 선발층을 보충할 수 있었다. 무리하게 김광현을 기용하지 않으면서 롯데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투입할 수 있는 호조건을 만들었다.

4차전으로 준플레이오프를 끝내면서 SK로서는 가장 이상적인 형태에서 플레이오프를 준비할 수 있게 됐다. SK 타자들의 타격감은 살아났고, 선발은 충원됐으며, 중간계투진 역시 손실없이 다음 단계로 이동하게 됐다. 이 감독의 야구원칙이 담긴 파격적인 용병술로 이같은 조건들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아직 의문점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플레이오프에서도 이 감독의 좌충우돌 야구가 통할 수 있을까. 광주=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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