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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오스-윤석민 김광현-윤희상, 4년의 데자뷰

김남형 기자

기사입력 2011-10-12 22:16


그래픽=

문성원 기자 moon@sportschosun.com

KIA 에이스 윤석민이 결국 '리오스 케이스'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4년만의 데자뷰(기시감)였다.

지난 8일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완투승을 거뒀던 윤석민이 12일 4차전에선 2⅓이닝 4안타 3실점으로 무너졌다.

사실 KIA로선 승부수였다. 1차전에서 109개를 던진 선발투수가 3일만 쉰 뒤 다시 등판했다. 보통 요즘 프로야구 정규시즌에선 100개를 넘긴 선발투수에겐 통상적인 4일 휴식이 아니라 일부러 5일 휴식까지 주는 경우도 많다.

다소 무리한 등판이라는 걸 KIA라고 모를 리 없다. 하지만 불펜이 약한 KIA로선 선발 싸움으로 승부를 걸 수밖에 없었고, 한번의 패배가 탈락인 상황에서 윤석민 카드는 필수였다.

2007년 리오스와 2011년 윤석민

지난 2007년 한국시리즈에서 유사한 상황이 있었다. 당시 두산은 SK를 상대로 2연승을 한 뒤 3차전을 져서 2승1패로 앞선 상황이었다. 두산은 4차전 선발로 외국인투수 다니엘 리오스를 내세웠다.

리오스는 당시 10월22일 1차전에서 99개를 던지며 최소 투구 완봉승 기록을 세웠다. 그리고 3일만 쉰 뒤 10월26일 4차전에 또 등판했다. 두산은 리오스를 어떻게든 빨리 활용하는 쪽을 택했다.

그러나 리오스는 4차전에서 5이닝 동안 9안타 3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이번 준플레이오프에서 윤석민이 겪은 것과 비슷했다. 결국 두산은 2승2패후 내리 2게임을 더 내주면서 2승4패로 우승을 SK에게 헌납했다.


결과론이지만, 당시 두산이 한 템포 늦춰 리오스를 5차전에 배치했다면 프로야구 역사가 바뀌었을 지 모른다는 얘기가 있었다.

2007년 김광현과 2011년 윤희상

2007년에 리오스가 패전투수가 되던 날, 거꾸로 SK에선 어린 스타플레이어가 탄생했다. 지금은 SK의 에이스로 성장한 김광현이 그날 리오스와 선발 맞대결을 펼쳐 승리했다.

이 또한 의외의 카드였다. 신인투수가 절체절명의 순간에 한국시리즈 선발 무대에 섰는데, 그 맞상대가 리오스였으니 "달달 떨겠다"는 얘기가 나올만도 했다.

하지만 김광현은 그날 7⅓이닝 동안 105개를 던지며 무실점의 환상적인 피칭을 했다. 팀은 4대0으로 승리했다. 김광현이 한단계 성장한 경기였으며 SK는 사상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꿈꾸게 된 게임이었다.

이번엔 윤희상이다. SK는 이날 준플레이오프 4차전 선발로 윤희상을 내세웠다. 2004년에 SK의 2차 1라운드 3순위로 출발한 선수다. 정규시즌에선 개인통산 39경기에서 70이닝을 던진 게 고작이었다. 전날 윤희상이 선발로 예고되자 '깜짝 카드'라는 반응이 나왔다. 고효준이나 이영욱 등이 선발로 나올 가능성이 충분했기 때문이다.

'윤석민 대 윤희상'의 선발 매치업은 준플레이오프가 5차전까지 갈 것이라는 예상으로 이어졌다. 이름값에서 차이가 나도 너무 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윤희상도 보란듯이 예상을 깼다. 이날 4차전에서 6⅔이닝 6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SK는 불펜 전력 소모도 줄이면서 최상의 결과물을 얻었다. 4년만의 데자뷰에서 두 케이스 모두 SK가 웃었다.


광주=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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