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단기전 왕초보 윤희상과 KIA타자의 심리전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11-10-12 20:53


12일 광주에서 벌어진 KIA와 SK의 준PO4차전에서 SK 선발 윤희상이 KIA 타자들을 상대로 춤을 추는 듯 환상적인 피칭을 하고 있다.
광주=김재현 기자 basser@sportschosun.com 2011,10,12

KIA와 SK의 준PO 4차전이 12일 광주무등야구장에서 열렸다. 2회 만루 찬스에서 이용규가 삼진을 당하며 타석에서 물러나고 있다. 아쉬운듯 고개를 떨구는 이용규.
광주=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1.10.12
KIA 타선은 끝내 터지지 않았다. 0-0이던 2회말 무사 1,3루의 황금 찬스에서 단 1점도 뽑지 못했다. 부담을 털어버리지 못했다. 큰 찬스가 무산된 직후인 3회초 에이스 윤석민이 3실점으로 조기강판했으니 이 공격은 승부의 분수령이었다.

묘한 대조가 있었다. SK 선발 윤희상은 포스트시즌 첫 등판이었다. 단기전 경험이 전무한 투수의 첫 위기. KIA 입장에서는 윤희상의 마음을 거칠게 흔들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음을 감안하면 아쉬움이 두배였다. 문제의 2회말, KIA 타자들과 윤희상의 심리 변화를 재구성했다.

가을잔치 왕초보 윤희상의 염화미소

윤희상은 이날 선발 등판이 가을잔치 감격의 첫 무대였다. 게다가 국내 최고투수 윤석민과의 맞대결. 힘든 상황이지만 심리적 측면에서는 오히려 '밑져야 본전'이라 부담이 덜한 상황이었다.

장신(1m91)에 몸을 크게 흔드는 역동적 투구폼으로 산뜻하게 출발했지만 큰 경기 초보자의 한계는 위기 때 찾아왔다. 2회말 절체절명의 위기. 윤희상은 불안한듯 애꿎은 로진백과 모자만 자꾸 매만졌다. 검은 모자 전체가 얼룩덜룩해질 정도였다. 불안감의 표현이었다. 투수가 불안하면 '손끝이 말린다'는 표현을 쓴다. 끝까지 릴리스를 하지 못해 볼끝의 힘이 떨어지고 제구가 높게 형성된다는 뜻이다. 우려대로 볼카운트 0-2에서 안치홍에게 던진 공이 실투가 됐다. 치기 딱 좋은 높이로 형성됐다. 하지만 파울. 흔들리던 마음을 선배 포수 정상호의 리드 속에 다잡아 유인구로 삼진을 솎아냈다. 하지만 여전히 윤희상은 불안감을 완전히 떨치지 못했다. 차일목에게 몸쪽으로 지나치게 붙이려다 사구로 만루 위기를 초래했다.

이현곤에게 던진 2구째 공도 가운데로 몰렸다. 행운은 또 한번 윤희상 편이었다. 2루수 직선타 아웃. 투아웃이 되자 비로소 윤희상은 평상심을 되찾았다. 이용규에게는 자신있는 투구를 했다. 볼카운트 2-1에서 사인을 교환한 윤희상은 느닷없이 알듯모를듯한 미소를 지었다. 염화미소 후 윤희상의 손끝을 떠난 공은 150㎞의 강속구였다. 자신감이 공에 실려 살아서 꿈틀하는 광속구. 이용규의 방망이가 허공을 가르자 윤희상은 글러브를 손으로 치며 환호했다.


KIA 타자, 심리싸움에서 무릎꿇다

KIA 나지완은 경기전 "득점이 안 나다보니 우리 타자들이 소극적으로 된 것이 사실"이라며 "찬스에서도 누군가 해주겠지하는 마음이 있었다. 그러다보니 스트레스를 받고 지치는 것 같다"고 고백했다. 이어 "반전의 계기가 필요하다. 모두 내가 한다는 절실한 마음가짐을 가지고 해야 할 것 같다"고 반성했다.


2회 무사 2루. 나지완은 스스로의 다짐을 지켰다. 2루주자를 진루시키기 위해 의식적으로 우중간을 향해 짧게 밀어 안타를 뽑아냈다. 직선타였기에 2루주자 김상현의 스타트가 늦었다. 무사 1,3루. 김상현이 홈을 밟았다면 후속 타자들의 부담은 훨씬 덜했을 것이다. 하지만 반드시 선취점을 내야한다는 압박감이 KIA 타자들의 어깨를 무겁게 눌렀다.

안치홍은 투볼이 되자 무조건 스윙을 결심하고 들어왔다. 외야로 타구를 날리겠다는 의지가 역력했다. 마침 3구째 포크볼이 몸쪽으로 살짝 높게 들어왔지만 힘이 들어가면서 파울이 돼버렸다. 안치홍의 마음이 초조해졌다. 표정에 여유가 싹 사라진채 딱딱하게 굳었다. 결국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포크볼 유인구를 참아내지 못하고 두차례 헛스윙으로 물러났다. 후속 타자들이 더 초조해졌다. 결과가 좋을리가 없었다. 차일목이 몸에 맞는 볼로 출루해 1사 만루. 베테랑 이현곤도 힘찬 스윙을 하지 못했다. 중심에는 잘 맞혔지만 2루수 라인드라이브로 막혀버렸다. 2사 만루에서 가장 정교한 이용규가 타석에 섰지만 그조차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했다. 평소 공 하나 던질 때마다 타석을 벗어나 한바퀴 맴돌며 여유를 갖는 특유의 루틴이 사라졌다. 공 3개를 그대로 지켜본 채 배트를 내밀지 못했다. 2-1에서 이용규는 윤희상의 빠른 직구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고개를 푹 숙였다.

광주=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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