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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안치용, 헬멧에 '가을동화 일어나'를 쓴 이유는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1-10-12 20:10


◇SK 안치용이 자신의 헬멧 안쪽에 '가을동화. 빨리 일어나!'라는 문구를 써 넣었다. 왼쪽 무릎 인대 파열로 병상에 누운 팀 동료 조동화의 쾌유를 기원하는 문구다. 사진=이원만 기자

"가을동화, 빨리 일어나!"

SK의 올해 가을 포스트시즌은 어쩐지 허전하기만 하다. 가을만 되면 펄펄 날면서 팀에 활력을 안겨주던, 그래서 별명마저 '가을동화'였던 외야수 조동화가 선수단에 없기 때문. 조동화는 왼쪽 무릎 인대파열이라는 큰 부상 때문에 선수단에서 빠져있다. 이로 인해 KIA와의 준플레이오프를 치르고 있는 SK 선수단은 하나같이 헬멧이나 모자에 조동화의 등번호 '10번'을 써넣은 채로 동료의 쾌유를 기원하고 있었다.


11일 준 PO 3차전 KIA-SK전 6회초 1사 만루의 득점찬스에서 SK 안치용이 2타점 안타를 친 후 정경배 코치의 축하를 받고 있다.
광주=김재현 기자 basser@sportschosun.com 2011,10,11
그 가운데에서도 더욱 같한 아쉬움을 나타내는 인물이 있다. 바로 조동화가 다치기 전까지 원정숙소에서 늘 룸메이트였던 외야수 안치용이다. 안치용은 헬멧의 양쪽에 '10'을 써넣었을 뿐만 아니라 헬멧 챙 안쪽에는 하얀 글씨로 '가을동화 빨리 일어나'라는 문구까지 써 넣었다. 12일 광주구장에서 KIA와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을 준비중이던 안치용은 "동화가 없어서 나 뿐만이 아니라 선수단 전체가 너무 안타까워하고 있다. 내일 모레가 수술이라는 데 빨리 나았으면 좋겠다"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조동화(30)보다 두 살이 많은 안치용은 형이자 친구로써 조동화와 매우 가까운 사이다. 조동화 역시 안치용이 2010년 LG에서 SK로 이적해 온 뒤 팀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그렇게 서로를 의지하며 다져온 우정은 마치 형제만큼이나 진하다. 그래서 이런 문구도 써넣었고, 조금은 특별한 세리머니도 준비했었다고 한다.

안치용은 "원래 준플레이오프에서 홈런을 치면 이 문구를 카메라에 비추며 조동화의 쾌유를 기원하는 세리머니를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막상 홈런을 치고 나서는 정신이 없어서 미처 세리머니를 하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안치용은 지난 9일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1-2로 뒤지던 7회말 대타로 등장해 좌중간 외야 관중석 상단에 꽂히는 큼직한 동점 솔로포를 날린 바 있다. 워낙 극적이고 의미가 깊은 홈런인지라 이 당시 안치용은 미처 세리머니까지 할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라도 응원문구가 공개됐으니 병상에 누운 조동화 역시 큰 힘을 낼 수 있을 듯 하다.

한편, 지난 9월20일 부산 롯데전 때 외야 수비를 하던 중 이대호의 타구를 잡으려다 넘어지면서 왼쪽 무릎 인대가 파열된 조동화는 17일 수술을 받게 된다. 크지 않은 체구로 늘 투지 넘치는 활약을 보여줬던 '가을동화'의 쾌유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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