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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번트실패가 잦은 시리즈다.
번트 하나에 시리즈 향방이 갈릴 수 있는 상황.어찌보면 타자들로선 당연히 수행해 내야할 '기본 플레이'라 할 수 있는 희생번트. 대체 왜 센스있는 타자들이 왜 똑같은 실수를 범하고 있는걸까. 단기전이란 특수성에 해답이 있다.
대주고 막던 번트, 아예 대주지 않는다
현미경 분석 속에 서로 알몸으로 만나는 단기전. 똑같은 패턴으로 임했다가는 허를 찔리기 십상이다. 그래서 단기전은 '모 아니면 도' 식의 승부의 결단 시리즈다. 맞아떨어지면 이기는거고 안 맞아떨어지면 지는거다. 이겨도 빨리 이겨야 하는 준플레이오프 같은 밑단계 시리즈일수록 이런 도박성이 더 심해진다.
희생번트에 대한 수비의 자세도 마찬가지다. 조금 위험하더라도 번트실패를 위한 투구와 수비가 이뤄진다. 투수는 몸쪽으로 바짝 붙인 높은 직구를 던진다. 1,2루 상황이면 내야진은 100% 압박수비를 펼친다. 페넌트레이스에서는 비교적 '쉽게' 번트를 대주던 투수와 수비의 태도가 느닷없이 확 달라진 셈.
투수가 전력으로 던지는 단기전에서는 평균적 출루 확률이 떨어진다. 어렵게 나간 주자는 귀하디 귀하다. 가뜩이나 이번 준플레이오프같은 '빈타 시리즈'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번트 성공과 실패 여부. 승부의 분수령이 될 수 밖에 없다.
'몸쪽 하이볼', 번트 예방의 공식 되다
번트를 대주지 않으려면 어떻게 던져야할까. 정답은 '몸쪽 하이볼'이다. 판단할 틈 없이 빠른 공으로 찔러넣어야 효과가 크다. 타자가 번트자세를 취하려면 몸을 구부리게 된다. 몸쪽 하이볼은 얼굴쪽을 향해 온다. 반사적으로 벌떡 일어서며 뒤로 물러날 수 밖에 없다. 미처 거두지 못한 배트에 공이 맞으면 타자는 번트타구의 방향과 세기를 조절할 수 없다. 이번 시리즈 내내 결정적 번트 찬스에서 양 팀 투수들은 약속이나 한듯 몸쪽 하이볼을 던져 '재미'를 보고 있다.
이토록 효과적인 몸쪽 하이볼. 왜 정규 시즌중에는 이런 장면이 많지 않은걸까. 상황악화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다. '몸쪽 하이볼'은 위험한 공이다. 정교한 제구력을 전제로 한다. 영점조준이 조금만 빗나가면 몸에 맞는 공이 될 수도 있다. 1사 2,3루가 순식간에 무사만루의 최악의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 '승부를 건다'는 단기전의 특성이 '몸쪽 하이볼'을 집요하게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KIA 조규제 불펜코치는 "몸쪽 살짝 높은 빠른공만큼 번트대기 어려운 공은 없다. 바깥쪽 공은 타자가 버스터(페이크번트 앤 슬래시-번트자세에서 강공으로 전환)하기도 편하다. 단 투수의 제구력이 문제"라고 대세가 된 '몸쪽 하이볼' 현상을 설명했다.
광주=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