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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4승8패→20승10패, SK 야구는 희한하다

김남형 기자

기사입력 2011-10-12 13:08


SK가 또한번 역전극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다. 2007년 이후 단기전을 치를 때마다 초반엔 부진하고 중후반에 힘을 내는 스타일을 과시하고 있다. SK 선수들이 11일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이긴 뒤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광주=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SK는 점점 괴물 같은 팀이 돼가고 있다.

이번 준플레이오프에서도 SK만의 여유와 저력이 드러나고 있다. 지난 8일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1대5로 패했지만 그후 2,3차전을 내리 잡았다. 역전극으로 준플레이오프를 벗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참에 SK의 단기전 초반 승률을 확인해보자. 지난 2007년 이후 단기전의 모든 스테이지에서 초반 2경기까지의 SK의 승률은 놀랍게도 엄청나게 낮다.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 등 총 5차례 단기전에서 3승7패였다. 더 흥미로운 건 그 5차례 단기전의 최종 성적은 18승9패라는 사실이다.

이번 준플레이오프까지 포함하면, 초반 2경기의 SK 성적은 4승8패이고 마지막 성적은 20승10패가 된다. 결국 SK가 모두가 초긴장 상태로 치르는 단기전에서 초반의 패배에 개의치 않고 늘 중후반부에 힘을 냈다는 걸 증명하는 수치다.

다소 비상식적으로 보일 정도다. 해태와 비교해보자. 80년대 중후반 해태가 한국시리즈 4연패를 달성할 때 모두 6차례의 단기전 스테이지를 거쳤다. 그때 해태의 각 단기전 초반 2경기의 성적 총합은 9승3패였다. 그리고 최종 성적은 22승6패였다. 즉 과거의 해태는 단기전에서 처음부터 상대를 제압해 결국엔 좋은 성적을 남긴 것이다. SK와는 분명 스타일이 달랐다.

11일 3차전을 앞두고 양 팀은 분명 1승1패인 상황이었다. 그런데 덕아웃 근처에서 느껴지는 팀분위기는 상반됐다. KIA가 뭔가 쫓기고 있다는 분위기를 보인 반면 SK는 여유가 넘쳤다. 바로 이런 모습 때문에 취재진 사이에선 "3차전은 무조건 SK가 이길 것 같다"는 예측이 주를 이뤘다.

이날 SK의 모 선수는 "우린 1차전 지고 2차전에 앞서 훈련할 때도 분위기가 이랬다. 진다는 생각 없이 그냥 즐겁게 훈련했다. 우리가 단기전 초반에 성적이 좋았던 적이 언제 있었나"라고 말했다. 또 다른 선수는 "이제 간을 다 봤다"고 말하기도 했다. 상황 파악이 됐으니 충분히 이길 것이라는 자신감이었다.

단기전에선 기선제압이라는 게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어떤 스테이지에서든 1차전이 끝나면 '역대 1차전 승리팀의 최종 승리 통계' 기사가 쏟아지곤 한다. SK는 이같은 일반화된 패턴을 벗어나는 역할을 최근 몇년간 해왔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SK 선수들은 스스로 알아서 게임을 만들어나가는 능력을 쌓아왔다는 얘기가 된다. 단기전 초반에 이기지 못하더라도 당황하거나 포기하는 일이 없다.

이번 준플레이오프가 어떻게 결론날 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SK는 또한번 '유유자적한 역전극'의 분위기를 내고 있다. 그러니 단기전의 SK는 전력과 별개로 늘 까다로운 팀이란 평가를 듣는 것이다. 향후에도 이런 스타일의 팀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다.

광주=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2007년 이후 SK의 단기전 초반 2경기와 최종 성적(2011 준플레이오프 3차전 현재)

=단기전 스테이지=2차전까지 성적=최종 성적=

=2007년 KS 두산전=2패=4승2패=

=2008년 KS 두산전=1승1패=4승1패=

=2009년 PO 두산전=2패=3승2패=

=2009년 KS KIA전=2패=3승4패=

=2010년 KS 삼성전=2승=4승=

=2011년 준PO KIA전=1승1패=2승1패=

※이상 6차례 단기전에서 SK가 1차전을 승리한 건 2010년 KS가 유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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