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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커트의 달인 이용규, 급한 승부에 애먹다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1-10-11 22:19


KIA 이용규가 6회말 1사 1루 3번째 타석에서 SK 고든의 몸쪽 공을 피하면서 균형을 잃고 쓰러지고 있다. 광주=김재현 기자 basser@sportschosun.com

KIA 이용규는 '커트의 달인'이다.

이용규는 지난해 8월29일 광주 넥센전에서 박준수를 상대로 20구까지 가는 접전을 펼치며 한 투수 상대 최다 투구수를 기록한 바 있다. 볼을 골라내고, 유인구를 커트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이용규는 상대 투수들이 가장 골치아프게 여기는 타자다. 정규시즌서도 이용규는 타석에서 가장 많은 공을 던지게 한 타자로 나타났다. 타석당 투구수가 4.26개로 규정타석을 넘긴 37명의 타자 가운데 가장 많았다. 맞히는 능력 또한 최고로 꼽힌다. 헛스윙 비율이 37명중 가장 낮은 2.0%였다. 총 2144개의 공을 상대한 이용규는 헛스윙을 43번 밖에 하지 않았다. 당연히 타석당 삼진 비율도 0.07개로 37명 가운데 가장 적었다. 기록만 들여다봐도 톱타자로서 이상적인 조건을 갖췄다는 이야기다.

11일 광주에서 열린 SK와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 이용규는 1,2차전과 마찬가지로 톱타자로 선발출전했다. 상대선발은 낙차 큰 커브와 슬라이더를 주무기로 던지는 고든.

첫 타석에서 이용규는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고든을 상대로 12구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다. 풀카운트에서 파울을 무려 7개를 걷어낸 후 12구째 131㎞ 슬라이더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비록 출루는 실패했지만, 시작부터 고든의 힘을 빼앗았다는 점에서 효과적인 타격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이어 고든은 2번 김원섭과 3번 이범호를 상대로 각각 5개, 12개의 공을 던졌다. 이용규에게 혼을 빼앗긴 고든은 두 타자를 상대로 컨트롤을 잡는데 애를 먹으면서 긴 승부를 이어가야 했다.

하지만 이후 타석에서는 성급한 공격을 한 탓에 안타를 한 개도 치지 못했다. 3회 2사후 두 번째 타석에서는 초구 스트라이크를 그대로 보낸 후 2구째 바깥쪽 변화구를 밀어쳤는데 3루수 땅볼이 되고 말았다. 0-2로 뒤진 6회 무사 1루서는 고든의 초구와 2구 몸쪽 직구를 볼로 고른 후 3구째 144㎞짜리 높은 직구를 잡아당겼지만, 1루수 파울플라이에 그쳤다. 고든의 공격적인 코너워크와 허를 찌르는 볼배합을 극복하지 못한 결과다. 8회 1사후에는 SK 왼손 정우람을 상대로 3구째 바깥쪽 145㎞ 직구를 잘 밀어쳤으나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다.

이용규가 4타석에서 상대한 공은 20개, 타석당 평균 5.0개였고, 헛스윙 비율은 10%였다. 첫 타석을 제외하면 정규시즌 때 쌓아둔 기록이 무색해진 하루였다.
광주=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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