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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가빴던 KIA의 '박정권 피해가기' 작전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11-10-09 17:33


'가을사나이'이자 로페즈 천적 박정권은 준플레이오프 2차전의 SK 승부 카드였다. 결국 경기 내내 KIA 투수진의 박정권 피해가기 작전이 이어졌다. 연장 10회초 무사 1루 KIA 차일목의 번트타구에 허공으로 떠오르자 SK 1루수 박정권(왼쪽)이 잡아내고 있는 장면.
인천=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1.10.09/

'천적'을 피해가는 방법. 여러가지 '경우의 수'가 있다.

준플레이오프 2차전이 열린 9일 문학구장. SK 타선의 승부수는 '가을 남자' 박정권이었다. 지난해까지 포스트시즌 22경기에서 4할9리의 고타율에 6홈런, 23타점을 날린 초절정 가을사나이. 게다가 그는 이날 KIA 선발인 로페즈를 상대로 올시즌 12타수6안타, 4타점을 날린 '진짜 천적'이었다. 6안타 중 1홈런 포함, 절반이 장타였다.

박정권의 4번 기용. SK의 당연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SK로선 박정권을 앞뒤로 엄호할 '킬러'가 고민이었다. 앞 뒤에 포진해야 할 최 정과 이호준은 1차전에서 부진했기 때문이었다. 최 정을 3번에, 이호준 대신 전날 홈런을 날린 최동수를 5번에 배치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KIA 벤치의 '박정권 피해가기'가 시작됐다. 1회 첫 타석에서는 부담이 덜했다. 무사 1,2루에 몰렸지만 최 정의 강공 후 삼진으로 1사 1,2루. 박정권은 슬라이더 승부에 우익수 플라이로 비교적 '쉽게' 물러났다. 하지만 두번째 타석에서는 '천적'의 진가가 발휘됐다. 3회 2사후 2-1의 불리한 볼카운트에서도 로페즈의 146㎞ 직구를 밀어 펜스를 맞히는 2루타로 출루했다.

여기까지는 탐색전이었다. 진짜 머리 싸움은 박재상에게 적시 3루타를 맞아 2-1로 추격당한 5회말 2사 3루. KIA 이강철 투수코치가 마운드에서 로페즈-차일목 배터리를 소집했다. 어렵게 승부하라는 지시였다. 결국 유인하다 풀카운트 끝에 박정권을 볼넷으로 출루시켰다. 승부했지만 고의성이 가미된 볼넷이었다.

문제는 2-2 동점을 허용한 7회말이었다. 1사 2루의 역전 위기. 최 정 타석에서 KIA는 양현종을 내리고 손영민을 투입했다. KIA 불펜의 대표 롱릴리프 손영민은 최 정을 상대로는 7타수1안타로 강했다. 슬럼프인 상대 중심타자의 타격감을 철저히 누르겠다는 의도. 하지만 다음 타자인 박정권이 문제였다. 박정권은 올시즌 손영민을 상대로 3타수2안타 1홈런, 2타점을 기록했다. 최 정의 중전 적시타성 타구를 유격수 김선빈의 호수비로 넘겨 2사 3루가 되자 KIA 포수 차일목은 일어서 박정권을 고의4구로 걸렀다. 핵심 좌완 심동섭을 아끼고 손영민을 조금 더 끌고 가겠다는 포석이었다. 그러자 SK 벤치는 손영민에게 강한 최동수(4타수2안타)를 빼고 그보다 더 강했던 이호준(4타수3안타)을 투입하는 강수를 뒀다. 그러자 KIA 벤치는 즉각 손영민 대신 한기주를 투입해 이호준을 범타로 처리하고 위기에서 벗어났다. 한기주를 상대로 한 이호준의 올시즌 성적은 2타수무안타였다.

'박정권 피해가기'는 2-2 동점이던 9회에도 이어졌다. 2사 1,2루의 끝내기 위기에서 한기주는 박정권을 볼넷으로 내보내 만루를 내준뒤 이호준을 땅볼로 처리하며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 갔다.


인천=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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