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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준플레이오프 1차전, 번트성공률 0%의 이유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1-10-08 16:59


8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2011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1차전 기아와 SK의 경기가 열렸다. 7회말 무사 1루 SK 최정의 3루수 앞 보내기 번트 때 기아 수비진이 병살로 처리하며 추격 의지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인천=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1.10.08

'번트'가 안 통한다.

선취점 혹은 동점이 필요할 때 찾아온 무사 1루 상황. 감독들이 가장 쉽게 선택할 수 있는 공격 옵션은 바로 '희생 번트'다.

특히, 1승의 가치가 엄청난 포스트시즌에서라면 번트 선택 확률은 더욱 커진다. 희생번트만큼 위험부담이 적으면서 선행주자를 득점포지션으로 보낼 확률이 큰 공격옵션도 드물기 때문. 확실하게 한방을 쳐줄 수 있는 타자이거나 특별히 번트 능력이 떨어지는 타자가 아니라면 희생번트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8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SK-KIA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도 여지 없이 양팀 벤치는 무사 1루에서 희생번트를 지시했다.

그런데, 이렇게 '확실한 카드'로 내밀었던 희생번트가 모조리 실패로 돌아갔다. KIA가 2차례(1회, 3회)의 무사 1루 선취점 찬스에서 시도했고, SK는 0-1로 뒤지던 7회 무사 1루에서 동점을 위해 희생번트를 시도했다. 하지만, 전부 다 실패로 돌아가면서 선행주자를 아웃시키고 말았다. 심지어 7회 SK의 희생번트 시도는 병살타로 이어지는 최악의 결과를 낳았다. 왜일까.


SK와 KIA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이 8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렸다. 1회초 KIA 김선빈의 투수 앞 번트때 1루주자 이용규가 2루 포스아웃되고 있다.
인천=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1.10.08/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선수들의 심리에서 찾을 수 있다. 포스트시즌과 같은 큰 경기에서는 플레이 하나하나가 집중을 받게 된다. 선수들 역시 은연중에 '반드시 내게 주어진 임무를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런 심리가 때로는 잠재력을 이끌어낼 수도 있다. 그러나 오히려 몸을 경직시켜 평소답지 않은 모습을 보이게 하는 악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번트는 몸에 불필요한 힘이 들어가면 성공하기 힘들다. 배트가 공에 맞는 순간 살짝 뒤로 빼서 타구 스피드를 최대한 줄여줘야만 성공하는 기술이다. 그러나 몸이 굳으면 이런 매카니즘을 원활히 수행키 어렵다.

1회초 무사 1루에서 KIA 2번 타자 김선빈이나 4회초 무사 1루에서 KIA 9번 박기남은 번트 기술이 어느 정도 갖춰진 선수다. 그럼에도 이들은 SK 선발 김광현의 140㎞대 중반의 직구에 번트를 하다가 모두 투수 앞 땅볼로 선행주자를 아웃시켰다. 배트컨트롤로 타구의 스피드를 충분히 제어하지 못한 까닭이다. SK의 7회말 무사 1루에서도 번트 자세를 취했던 3번 최 정은 윤석민의 초구 직구(시속 142㎞)가 몸쪽으로 날아오자 움찔 놀라며 어설프게 번트를 댔다. 결국 이 타구는 번트 수비를 위해 달려온 3루수 박기남에 의해 3루수-유격수-2루수로 이어지는 병살타가 되고 말았다.

투수와 내야수비진의 철저한 번트 대비도 이날 번트 성공률 0%의 또 다른 이유다. KIA 윤석민이나 SK 김광현은 타자들이 번트자세를 취하자 몸쪽을 향해 빠르고 묵직한 직구를 던졌다. 두 투수 모두 직구의 스피드나 볼끝이 국내 최정상급인 만큼, 타자들이 타구 컨트롤을 하기 쉽지 않았다. 힘으로 타자들의 기술을 이긴 셈이다.

더불어 내야진 역시 번트가 이뤄졌을 때 유기적인 움직임을 통해 선행주자를 잡아내는 모습을 보여줬다. SK는 김광현이 공을 잡는 것과 동시에 유격수 박진만이 2루 커버에 들어갔고, 포수 정상호는 2루 송구를 지시했다. KIA 역시 박기남이 재빨리 내야로 달려오면서 타구를 잡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사이, 유격수 김선빈과 2루수 안치홍이 각각 2루와 1루 가서 커버수비를 한 덕분에 병살플레이를 완성할 수 있었다.


인천=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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