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팬들의 머릿속에 이제 로이스터가 있을까.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룬 84년엔 후기리그 우승을 했지만 전체 성적으론 4위였고, 92년엔 정규리그 3위로 준플레이오프에 올라 한국시리즈 패권을 차지했었다. 99년엔 전체 2위였지만 드림-매직의 양대리그로 운영돼 팀마다 상대팀과의 경기수가 달랐다. 4일 한화전 승리로 70승을 기록해 92년(71승), 99년(75승)에 이어 역대 세번째로 70승을 기록했다.
양 감독이 로이스터 감독이 이룬 성적 이상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먼저 로이스터 야구를 보자.
양 감독은 로이스터 감독과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선수들을 편하게 해준 점은 같았다. 선수들이 알아서 하도록 했다. 훈련량도 로이스터 감독 시절보다 조금 더 많아졌을 뿐, 타 구단같은 지옥훈련은 없었다. 트레이너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선수들을 무리시키지 않았다. 롯데가 7월부터 주전 9명이 쉬지 않고 뛰는 데도 큰 부상이 없었던 것은 이 때문이다.
양 감독은 그러면서 롯데를 업그레이드 시켰다. 로이스터 감독이 실패한 불펜을 완성했고, 작전을 가미해 롯데 공격을 더욱 강화했다. 시즌 초반 불펜 운영에서 시행착오를 겪었던 양 감독은 선수들 파악이 모두 끝난 이후 필승조와 패전조를 나눠 운영했다. 실패하기도 했지만 계속 기용하며 선수들에게 믿음과 책임의식을 심어줬고, 이는 시즌 중반부터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임경완-강영식-김사율의 필승조는 1점차의 아슬아슬한 승부도 승리로 막아냈고, 이재곤 진명호 이명우 등 패전조는 선발이 무너졌을 때 긴 이닝을 잘 막아내며 팀의 역전을 이끌어냈다.
주로 타자들에게 맡기는 양 감독이었지만 꼭 필요한 순간엔 작전을 구사했다. 3년간 작전이 없었던 롯데 선수들은 초반에 적응을 못했지만 후반기엔 능숙하게 작전을 수행하며 상대팀에게 '롯데도 이젠 어떤 작전이 나올지 모른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주장 홍성흔이 "이번 포스트시즌은 분명히 다를 것"이라고 자신하는 이유도 바로 작전이 있기 때문이다.
양 감독은 부임 첫해 로이스터 감독을 뛰어 넘는 구단 역사상 최고 성적으로 자신을 뽑아준 롯데와 팬들에게 큰 선물을 했다. 플레이오프부터 시작하는 포스트시즌에서 양 감독은 롯데팬들에게 어떤 선물을 안길까.
부산=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