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양승호 로이스터를 넘다.

권인하 기자

기사입력 2011-10-04 21:22 | 최종수정 2011-10-04 21:51


롯데팬들의 머릿속에 이제 로이스터가 있을까.

롯데가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뤄낸 로이스터 감독을 경질하고 양승호 감독을 영입할 때만해도 많은 팬들이 이를 비난했었고, 시즌 중반까지 롯데의 성적이 좋지 않자 그 강도는 더욱 세졌다.

그러나 그 비난은 이제 열광으로 바뀌었다. 비난에 전화번호까지 바꿔야 했던 양승호 감독은 롯데를 지휘한 어느 감독도 해내지 못했던 단일시즌 정규리그 2위를 이뤄냈다. 롯데의 정규리그 최고 성적이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룬 84년엔 후기리그 우승을 했지만 전체 성적으론 4위였고, 92년엔 정규리그 3위로 준플레이오프에 올라 한국시리즈 패권을 차지했었다. 99년엔 전체 2위였지만 드림-매직의 양대리그로 운영돼 팀마다 상대팀과의 경기수가 달랐다. 4일 한화전 승리로 70승을 기록해 92년(71승), 99년(75승)에 이어 역대 세번째로 70승을 기록했다.

양 감독이 로이스터 감독이 이룬 성적 이상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먼저 로이스터 야구를 보자.

로이스터 감독은 공격적인 야구로 롯데에 새 바람을 일으켰다. 초구부터 적극적인 스윙, 한 베이스를 더 뛰는 주루플레이를 강조했고, 투수들에게는 과감한 몸쪽 승부와 유인구보다는 스트라이크를 던져 상대가 치게하는 정공법을 가르쳤다. 그리고 성적에 대해서는 선수들에게 전혀 압박을 주지 않았다. 이는 패배의식에 젖어있던 선수들에게 큰 자신감을 주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로이스터 감독의 정공법은 약점이 있었다. 모든 부분에서 강력해야 했지만 롯데는 불펜에 약점이 있었다. 결국 롯데는 선발이 오래 던지며 적은 점수로 막아주면서 타자들이 많은 점수를 뽑아서 이기는 것이 필요했다. 무조건적인 강공은 타선이 터지지 못하는 날엔 전혀 먹히지 않았다. 세밀한 전력분석과 다양한 작전을 구사하는 팀에게 롯데는 늘 어려운 승부를 해야했다. 한국야구를 3년간 접하면서도 그의 야구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결국 3년 내내 준플레이오프 진출에 만족해야했다.

양 감독은 로이스터 감독과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선수들을 편하게 해준 점은 같았다. 선수들이 알아서 하도록 했다. 훈련량도 로이스터 감독 시절보다 조금 더 많아졌을 뿐, 타 구단같은 지옥훈련은 없었다. 트레이너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선수들을 무리시키지 않았다. 롯데가 7월부터 주전 9명이 쉬지 않고 뛰는 데도 큰 부상이 없었던 것은 이 때문이다.

양 감독은 그러면서 롯데를 업그레이드 시켰다. 로이스터 감독이 실패한 불펜을 완성했고, 작전을 가미해 롯데 공격을 더욱 강화했다. 시즌 초반 불펜 운영에서 시행착오를 겪었던 양 감독은 선수들 파악이 모두 끝난 이후 필승조와 패전조를 나눠 운영했다. 실패하기도 했지만 계속 기용하며 선수들에게 믿음과 책임의식을 심어줬고, 이는 시즌 중반부터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임경완-강영식-김사율의 필승조는 1점차의 아슬아슬한 승부도 승리로 막아냈고, 이재곤 진명호 이명우 등 패전조는 선발이 무너졌을 때 긴 이닝을 잘 막아내며 팀의 역전을 이끌어냈다.


주로 타자들에게 맡기는 양 감독이었지만 꼭 필요한 순간엔 작전을 구사했다. 3년간 작전이 없었던 롯데 선수들은 초반에 적응을 못했지만 후반기엔 능숙하게 작전을 수행하며 상대팀에게 '롯데도 이젠 어떤 작전이 나올지 모른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주장 홍성흔이 "이번 포스트시즌은 분명히 다를 것"이라고 자신하는 이유도 바로 작전이 있기 때문이다.

양 감독은 부임 첫해 로이스터 감독을 뛰어 넘는 구단 역사상 최고 성적으로 자신을 뽑아준 롯데와 팬들에게 큰 선물을 했다. 플레이오프부터 시작하는 포스트시즌에서 양 감독은 롯데팬들에게 어떤 선물을 안길까.
부산=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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