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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재필 "잘려도 몇 번이나 잘렸을 텐데.."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1-10-02 13:16


한화 오재필이 지난달 13일 대전 KIA전에서 3회말 만루 찬스서 싹쓸이 3루타를 치고 덕아웃을 바라보고 있다. 대전=조병관 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

"잘려도 몇 번은 잘렸을 텐데…."

1일 한화의 공동 5위 도약 발판이 된 넥센전에서는 깜짝 공신이 있었다.

외야수 오재필이다. 오재필은 프로 7년차이지만 주로 2군에서 맴돌다가 지난 9월 1군 엔트리 확대 덕분에 1군에 올라와 백업 자원으로 뛰고 있다.

1일 넥센전에서 한화 한대화 감독은 '야왕'의 한수를 뽑아 들었다. 1회말 주전 좌익수 최진행을 과감하게 빼는 대신 오재필을 투입한 것이다.

일종의 문책성 조치였다. 최진행은 1회초 공격에서 전날 경기부터 3타석 연속으로 삼진을 당하며 타격감을 찾지 못했다. 한 감독이 4번 타자의 책임감을 일깨우기 위해 최진행을 빼버렸다.

팀에 경각심을 주기 위한 시범 케이스로 꺼내든 칼이었는데, 기대하지 않았던 성과까지 거두게 될 줄이야. 오재필은 6-5로 박빙의 리드를 지키고 있던 4회초 1사 만루에서 두 번째 타석으로 나와 125m짜리 만루홈런을 터뜨렸다. 본인도 깜짝 놀랐다. 넘어가지 않을 줄 알았는데 훌쩍 넘어간 데다, 프로생활 처음으로 터뜨린 만루홈런이었다.

오재필은 "프로에 데뷔하고 나서 수술만 하느라 팀에 도움이 안된 것 같아 솔직히 마음이 무거웠다"면서 "나같은 선수는 잘려도 몇 번은 잘렸을 텐데 지금까지 믿고 기회를 주신 구단과 감독님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대수비로 교체돼 들어갈 때 너무 이른 출전기회에 내심 놀랐으면서도 "뭐라도 하고 나와야겠다"고 덤덤하게 다짐했다는 오재필. 그냥 뭘 한 게 아니라 결승 만루포라는 '큰일'을 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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