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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막바지 들어 더욱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프로야구 순위 다툼에 중요한 변수가 발생한다.
올 시즌 유난히 많았던 우천 순연으로 인해 현재 각 팀들의 잔여경기수는 들쭉날쭉하다. 30일과 31일 경기에서 우천순연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엔트리 확대일을 기준으로 최하위 넥센과 6위 두산은 30경기나 남겨두게 된다. 반면, 유난스럽게 비를 피했던 KIA의 잔여경기수는 넥센과 두산 잔여경기수의 딱 절반인 15경기다. KIA와 2위 싸움을 벌이고 있는 3위 롯데와 4위 SK도 각각 23경기와 29경기를 남겨뒀다.
기본적으로 엔트리 확대 시점에서 많은 경기를 남겨놓은 팀일수록 더 유리하다. 보다 많은 선수를 보유할 경우 경기 중에 발생하는 여러 사태에 쓸 수 있는 카드가 많아진다. 풍부한 가용전력을 바탕으로 보다 다양한 작전을 구사할 수도 있고, 체력이 고갈된 선수들에게 휴식을 줄 수 있는 여력도 생긴다.
KIA, 손해만 보는 것은 아니다.
상대적으로 많은 경기를 치른 탓에 KIA는 이번 확대엔트리의 효과를 타 구단에 비해 미미하게 얻을 개연성이 크다. 다른 팀이 많게는 15경기나 더 많은 선수로 경기를 치른다면 이는 분명히 KIA에 불리하다. 때문에 KIA 조범현 감독도 수차례 "올해같은 경우에 8개 구단이 일괄적으로 9월1일에 엔트리를 확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KIA는 10경기 이상 손해를 보는 셈인데, 그러면 공정한 경쟁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분명히 일리가 있는 이야기다. 그러나 올해처럼 특정 구단이 엔트리 확대시점에 유난히 많은 경기를 치른 사례가 없어 한국야구위원회(KBO)차원에서도 특별한 보호책을 제시하기 곤란하다. 공정 경쟁을 유도한다는 취지는 설득력이 있지만, 자칫 특정 구단에 혜택을 주는 경우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다소 불리한 면이 있지만, 엔트리 확대가 KIA에 손해인 것만은 아니다. 수많은 부상자가 발생했던 팀에 새 피를 수혈해서 분위기를 바꿔놓을 수 있다. 게다가 이범호나 손영민 등 복귀 예정자를 1군에 일찍 등록시켜 경기 분위기를 익히게 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경기에 직접 나서지 않더라도 1군 선수단과 함께 훈련하면서 경기 투입시점을 앞당길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