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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4강행 마지막 히든카드, '작은 이병규'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1-08-30 11:37


LG와 넥센의 주중 3연전 마지막날 경기가 25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7회말 1사 2루 LG 이병규가 3루 직선타로 물러나며 아쉬워하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1.08.25/


돌아와보니 팀은 위기 상황, 미안한 마음부터 앞섰다.

LG는 이번주 SK-롯데와 6연전을 치른다. 28일까지 4위 SK에 5.5게임차로 뒤쳐져 있지만, 이번 6연전 결과에 따라 4강행의 마지막 불씨를 지필 수 있는 상황이다. 현재 LG 1군 엔트리에는 전반기 팀의 상승세를 이끈 주장 박용택과 주전포수 조인성이 없다. 베테랑 3인방 중 이병규(배번9)만이 남아 고군분투중이다. 이런 상황임에도 김태완 서동욱 등 주축이 아니었던 선수들이 힘을 내면서 지난 주말 대전에서 한화에게 2연승을 거뒀다. 눈에 띄는 선수가 한 명 더 있다. 오랜만에 얼굴을 비춘 '작은' 이병규(배번24)다.

이병규는 이택근과 함께 23일 1군 엔트리에 등록됐다. LG 박종훈 감독은 22일 주장 박용택과 내야 백업요원 백창수를 2군으로 내려보낸 대신 둘을 1군으로 불러들였다. 두 명 모두 장기간 부상으로 이탈해있던 선수들. 특히 이병규는 올시즌 첫 1군 무대다.

이병규는 오른 무릎 부상으로 스프링캠프가 한창이던 지난 2월 일본 오키나와에서 조기 귀국했다. 십자인대 부상이었다. 이병규는 수술과 재활을 놓고 긴 고민에 빠졌고, 팀과 상의 후 회복 기간이 오래 걸리는 수술 대신 재활을 선택했다. 금방 돌아올 것만 같았던 그는 오랜 재활의 시간을 겪었다. 생갭다 부상이 심각했기 때문. 7월이 되서야 2군 경기에 나서기 시작했고, 이마저도 수비 부담 없는 지명타자 출전이 대부분이었다.

수비가 힘든 반쪽짜리 선수지만, 박종훈 감독은 그를 1군으로 불러들였다. 팀 분위기 전환을 위한 조치였다. 주장 박용택의 2군행은 선수단에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효과가 있었다. 24일 이어진 주전포수 조인성의 2군행도 비슷한 의미를 담고 있다. 동시에 이병규는 1군에 올라온지 이틀만인 24일부터 6번 지명타자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이병규는 박 감독의 마음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복귀일이었던 23일 잠실 넥센전에 대타로 나서 2타수 무안타에 그쳤고, 24일에는 큼지막한 안타를 날렸지만, 선행주자 추월 아웃이라는 보기 드문 실수까지 저지르며 팀 패배를 물끄러미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절치부심한 그는 25일 넥센전과 27일 대전 한화전서 안타 1개씩을 날리며 타격감을 조율하더니 28일 경기서는 4회 동점 솔로포를 쏘아 올렸다. 지난해 9월1일 부산 롯데전 이후 361일 만에 나온 홈런포였다.

이병규 역시 팀에 미안한 마음이 컸다. 경기가 끝난 뒤 그는 "그동안 팀에 보탬이 못되서 미안했다. 오랜만에 내 역할을 해서 기쁘다"고 말했다. 한없는 믿음을 보였던 박 감독 역시 "오늘의 수훈 선수는 작은 이병규를 꼽고 싶다. 타선에서 공격을 잘 이끌어줬다"며 콕 집어 그를 칭찬했다.


지난해 데뷔 처음으로 풀타임을 소화하면서 3할 타율을 기록했던 그다. 이번에는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더 큰 과제가 눈앞에 있다. 일단 분위기 전환은 성공시킨 듯 하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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