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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치부심한 뒤 잡은 두번째 기회. 이번에는 무언가를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컸다. 양승진은 26일 경기서 연장 10회말 1사 후 팀의 다섯번째 투수로 등판했다. 볼넷 2개를 내주기는 했지만, 삼진 2개를 곁들여 1이닝을 실점 없이 막아냈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0㎞대 초반에 머물렀지만, 스트라이크존 좌우로 파고드는 날카로운 제구로 한화 타자들을 돌려세웠다. 강동우는 스트라이크존 바깥으로 흘러나가는 직구에 서서 삼진을 당했고, 가르시아는 106㎞의 낙차 큰 커브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양승진은 한화 시절부터 재능은 인정받았지만, 미처 그 재능을 꽃피우지 못한 선수였다. 그는 공을 던지는 손이 늦게 나오는 스타일로 타자들이 상대하기 까다로운 유형의 투수다. 또한 날카로운 각을 가진 직구와 함께 직구와 큰 차이 없는 팔스윙으로 커브를 던진다. 상대방의 타이밍을 뺏는 이 커브가 주무기다. 하지만 문제는 제구였다. 컨트롤이 불안정하니 좋은 공도 소용이 없었다.
박종훈 감독은 트레이드 직후 양승진에 대해 좌완 불펜투수가 적은 팀 사정상 미래를 내다보고 영입한 카드라고 밝힌 바 있다. 영입 당시 그는 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져있었다. 하지만 생갭다 빠른 페이스로 1군에 합류했다. LG에는 베테랑 이상열 외에 믿을만한 왼손 불펜투수가 없다. 2군에 최성민이 있기는 하지만 그 역시 컨트롤이 불안한 유망주 수준에 머물러 있다.
양승진이 지금과 같은 호투를 이어간다면 LG 불펜진에 큰 힘이 될 전망이다. 그는 "남은 시즌 1군에 남는 것이 목표다. 1군에서 최대한 팀에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